[화제] 제주도·한국자치경제연구원, 드론 기술 벤처기업과 손 잡고 측정 사업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를 드론으로 촬영해 밭담을 데이터화 시킨 모습. 붉은 색 선이 밭담이다. 사진=엔젤스윙 누리집.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를 드론으로 촬영해 밭담을 데이터화 시킨 모습. 붉은 색 선이 밭담이다. 사진=엔젤스윙 누리집.

제주 섬의 곳곳을 굽이굽이 이어가며 ‘흑룡만리(黑龍萬里)’로 불린 제주밭담을 최첨단 드론(Drone) 기술로 보다 정확히 측정하는 시도가 이뤄져 관심이 모아진다. 

제주밭담은 밭과 밭 사이의 경계를 표시하고, 거센 바람을 막아내며 흙이나 씨앗이 날려가는 것을 막거나 때로는 다른 밭으로 이동하는 통로가 되기도 하는 등 단절이 아닌 상생의 울타리로 이어져 왔다. 지금까지 다양한 시도를 통해 전체 길이가 약 2만2000km에 이른다고 알려졌지만, 명확한 계산과는 거리가 멀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한국자치경제연구원은 지난해부터 국내 벤처기업 엔젤스윙(angelswing)과 손잡고 제주밭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추진하고 한국자치경제연구원이 주관하는 '제주밭담 보전관리사업' 일환으로 추진되는 조사다. 

엔젤스윙은 드론으로 촬영한 지형지물을 데이터화 시키는 ‘드론 데이터 솔루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2015년 네팔 대지진 피해 당시 참여했고 2016년 법인 설립 이후 180개 건설 현장에 투입돼 측정 작업을 수행했다. 

엔젤스윙의 기술은 드론을 공중에 띄워 특정 지역을 순회하며 수천 장의 사진을 촬영한다. 그리고 사진들을 모아서 2D, 3D 화면으로 구현한다.

엔젤스윙이 촬영한 제주밭담은 길이뿐만 아니라 높이까지 파악할 수 있다. GPS를 기준으로 삼기에 거리·면적뿐만 아니라 지적도까지 입힐 수 있다. 같은 결과물을 기대하려면 수개월의 기간과 수억 원의 비용이 투입될 만 하지만, 첨단 기술에서는 기간과 비용 모두를 크게 줄일 수 있다.

한국자치경제연구원이 벤처기업 엔젤스윙에 의뢰해 구현한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밭담 분포 사진. 사진=엔젤스윙 누리집.
한국자치경제연구원이 벤처기업 엔젤스윙에 의뢰해 구현한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밭담 분포 사진. 사진=엔젤스윙 누리집.
2D 정사영상에 도면 중첩 후 마커로 위치 표시. 사진=엔젤스윙 누리집.
2D 정사영상에 도면 중첩 후 마커로 위치 표시. 사진=엔젤스윙 누리집.
3D 모델링된 현장에 도면 중첩 후 마커로 위치 표시. 사진=엔젤스윙 누리집.
3D 모델링된 현장에 도면 중첩 후 마커로 위치 표시. 사진=엔젤스윙 누리집.
지번에 따른 마크와 거리표시도. 사진=엔젤스윙 누리집.
지번에 따른 마크와 거리표시도. 사진=엔젤스윙 누리집.
밭담 높이 측정. 사진=엔젤스윙 누리집.
밭담 높이 측정. 사진=엔젤스윙 누리집.

엔젤스윙은 “사람이 수작업으로 일일이 계산하고, 기존의 문헌과 비교해 가면서 어림짐작으로 각 밭담의 높이를 추정하던 것과는 달리, 빠르게 드론으로 촬영 후 정확한 알고리즘으로 플랫폼 내에서 손쉽게 측정하는 과정을 거쳤다”면서 “이를 통해, 기존의 수 개월 이상 걸릴 작업을 한 달도 되지 않는 시간 내에 빠르게 마무리 짓는 등 한정된 자원 내에서 예산, 시간을 최대한 절감해 DB(DataBase)화의 초석을 다지는 성과를 만들어 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시범 사업으로 월정리(6.63㎢)에 대해 진행했는데, 밭담 총 길이가 14만6289.88m(약 146km)라는 수치를 도출해냈다. 2013년~2014년 측정 결과인 99.98km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당시에는 수치지형도와 항공사진, 현장 조사를 활용했다.  

최신 월정리 밭담 측정 자료는 제주밭담 누리집(  http://jejubatdam.com ) 아카이브 게시판에 보고서 형태로 등록돼 있다. 올해는 귀덕1리가 대상이다.

엔젤스윙이 지난해 구좌읍 월정리 조사에 이어 20일 한림읍 귀덕1리를 찾아 드론 촬영에 쓰일 기준점을 설치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엔젤스윙이 지난해 구좌읍 월정리 조사에 이어 20일 한림읍 귀덕1리를 찾아 드론 촬영에 쓰일 기준점을 설치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 구좌읍 월정리 밭담풍경. ⓒ정신지
제주 구좌읍 월정리 밭담 풍경. 2017년 촬영 사진 ⓒ정신지 /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한국자치경제연구원은 엔젤스윙이 수집한 자료를 확인하면서, 복잡하게 맞닿아 있는 밭담 구간을 짚어 보다 정확한 결과 산출을 돕고 있다.

제주밭담 드론 측정 사업을 담당하는 한국자치경제연구원 담당자는 “국내 세계중요농업유산 가운데 드론을 활용해 정확한 규모를 데이터로 정리하는 경우는 제주밭담이 최초”라며 “앞으로 주기적인 조사를 통해 밭담이 얼마나 어떻게 변화했는지 파악하는 등, 체계적인 보전 관리를 뒷받침하는 기초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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