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소리] '6개월 미달' 계약 관행에 기간제 근로자들 '울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는 제주보건소 현장.&nbsp;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제주의소리 자료사진<br>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는 제주보건소 현장.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의소리] 독자와 함께하는 '독자의소리'입니다.

전 세계를 두려움에 떨게 했던 코로나19가 확연하게 안정세로 접어들었습니다. 그 속에는 도민사회의 치열한 노력과 희생이 수반됐음은 물론입니다.

특정인의 공으로 돌릴 수는 없겠지만, 공공의료 일선에서 고군분투한 모든 이들의 노고 또한 결코 빼놓을 수 없겠지요.

독자 A씨는 올 연초부터 제주시보건소에서 근무한 기간제 근로자입니다. 코로나19 변이종의 대확산 속에서 주중·주말을 마다않고 악전고투하며 민원인들의 유전자 증폭(PCR) 검사를 도왔습니다.

지난 2~3월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되며 하루 수 천명의 확진자가 쏟아질 당시에는 매일매일 그야말로 분투를 치러야 했습니다. 고되지만 나름 보람됐다는게 A씨의 소회입니다.

다만, 정작 A씨의 사기를 꺾은 것은 부차적인 사안 때문이었습니다. 

공직 근무자들에게는 정규·비정규 모두에게 '복지포인트'가 지급됩니다. 복지포인트란 공직자들의 복지 향상을 위해 지급되는 포인트입니다. 병원 진료비나 교육비 등으로 사용할 수 있음은 물론, 가맹된 음식점-상점 등에서도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복리후생을 위한 일종의 '베네핏'인 셈입니다.

복지포인트는 지자체별로 적용 기준이 다르고 연차 등에 따라서 차등 지급됩니다. 제주도내 기간제 근로자의 경우 1년 기준 900점의 포인트를 지급받게 됩니다. 현금으로 환산하면 약 90만원 정도입니다.

관련 지침에 따라 기간제 근로자의 경우 계약기간 6개월 이상에 3개월 이상 근무일을 충족할 시에만 복지포인트가 주어집니다. 1년 기준 900점이니 6개월이면 450점이 주어지는 식입니다.

그런데, A씨의 경우 계약기간이 올해 1월 3일부터 6월 30일까지입니다. 복지포인트 지급 기준인 '6개월'을 채우는데 딱 이틀이 모자랍니다.

A씨와 함께 근무해 온 20여명의 기간제 근로자들도 모두 사정이 같았습니다. 그리 큰 금액은 아니라 할지라도 불과 이틀 차이로 정당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것입니다.

코로나19 한복판에서 혹독한 전쟁(?)을 치렀는데 단 이틀의 근무일수가 모자라 복지포인트 지급대상에서 제외된 것입니다.  처음부터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기 위해 근로계약 일수를 6개월을 채우지 않았다고 의심하는 대목입니다.  

A씨는 "45만원 더 받는다고 삶이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다만, 피말리는 코로나 의료 현장에서 함께 고생한 노동의 대가를 무시당한 것 같은 기분"이라며 상실감을 토로했습니다. 기간제 근로자 입장에서는 '미운털'이 박힐까봐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마침 제주에는 이와 유사한, 불편했던 전례가 있습니다. 지난해 4월 제주도의회 도정질문 과정에서 제기된 '362일 꼼수 기간제 근로자 계약'이 그것입니다.

기간제 근로자의 경우 1년 이상 근로한 경우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제주도내 기간제 근로자의 계약 기간을 분석해보니 700여명에 달하는 근로자의 계약을 1년 중 3~7일 정도 부족하게 계약한 사례가 빈번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뒤늦게 제주도는 전수조사를 실시하며 부적절한 계약사례를 점검했지만, 가뜩이나 열악한 업무환경에 노출된 기간제 근로자들에 대한 대우 조차 상식적이지 못했던 것으로 들통 난 씁쓸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이번 '6개월 미달 계약' 문제제기와 관련해 담당부서 관계자는 "보통 연초에 공고를 내는 경우가 많은데, 1월 1일이 휴일이고, 2일이 일요일이어서 1월 3일 계약기간으로 설정된 상황"이라며 "굳이 복지포인트를 지급하지 않기 위해 계약기간을 줄일 이유가 없지 않겠나"라고 해명했습니다.

설날인 1월 1일 외에도 3월 1일 삼일절, 5월 1일 근로자의날이 낀 달은 비슷한 경우가 생긴다는 속사정도 덧붙였습니다.

이 같은 사례는 코로나19 관련 근로자만은 아닐 것입니다. 방대한 행정 행위의 작은 관행이었을테고, 어쩌면 문제 의식조차 갖지 못할 사안이었겠죠. 다만, 당사자에게는 뼈아픈 설움으로 다가오기 마련입니다. 전쟁과 같았던 코로나 의료현장에서 묵묵히 땀 흘렸던 이들에겐 설움을 넘어서 배신감마저 들 것입니다. 보다 세심한 접근과 개선이 필요한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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