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2020년 국가 손해배상 소송을 방청하기 위해 제주지방법원을 직접 찾았던 생존수형인 양근방, 부원휴, 박동수 할아버지.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왼쪽부터 2020년 국가 손해배상 소송을 방청하기 위해 제주지방법원을 직접 찾았던 생존수형인 양근방, 부원휴, 박동수 할아버지.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4.3 당시 불법 구금 등 고난을 겪다 역사적인 공소기각 판결로 명예를 회복한 생존수형인들이 국가 상대의 손해배상 소송 전략을 대폭 수정했다. 

22일 광주고등법원 제주민사1부에서는 생존수형인 양근방(90) 할아버지 등 생존수형인과 유족 39명이 제기한 국가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 첫 변론기일이 진행됐다. 

지난해 10월 1심 선고된 ‘일부 승소’ 판결에도 패소와 다름없다는 평가가 뒤따른 사건이다. 

생존수형인과 유족들은 각자의 사례를 토대로 손해배상금을 책정했으며, 1심 당시 총 청구 금액은 124억원에 달했다. 

1심 재판부는 4.3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손해를 배상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일괄적으로 피해 당사자 1억원, 배우자 5000만원, 자녀 1000만원을 책정했다. 

그러나 이번 항소심에서 생존수형인들의 법률대리인은 소송 전략을 수정했다. 

포괄적 위자료 책정이 아니라 개별 피해 사실을 인정해 위자료를 산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같은 피해자라 할지라도 4.3 당시 고문을 받았거나 가족을 잃은 당사자 등에게는 추가적인 손해배상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원고인 생존수형인들을 장기간 전과자로 살아온 명예훼손에 대한 위자료와 고문, 후유장애, 구금 과정에서 가족의 죽음, 학업중단과 같은 개별적인 사례마다 각각 1000만원을 더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4.3 당시 수많은 개별적 사례에 대한 세부적인 위자료는 아니더라도 고문이나 장애 등과 같은 피해 사례에 대해서는 일괄적으로 1000만원씩 더 책정하자는 얘기다.

예를 들어 오계춘(97) 할머니는 1948년 겨울 서귀포시 서홍동에서 10개월 된 아들과 이유도 없이 군경에 끌려갔다. 불법적인 군법회의로 목포형무소에 수감됐지만, 어린 아이가 생사를 달리했다.

4.3 피해 당사자인 오계춘 할머니에게 1억원이 아니라 가족을 잃은 손해배상금 1000만원을 더해 1억1000만원을 줘야 한다는 취지다. 

또 기존 1000만원으로 책정된 자녀에 대한 손해배상금은 3000만원으로 높여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국가를 상대로한 손해배상 전략 수정에 따라 항소심에서의 청구 금액은 약 8억4000만원으로 대폭 줄었다. 1심 당시 손해배상금은 이미 받은 형사보상금에서 제외한다는 판단에 따라 실제 인용된 손해배상금은 1억6000만원 수준에 머물렀다.  

이에 대해 피고인 정부 측 법률대리 정부법무공단은 원고들의 주장을 면밀히 검토한 뒤 의견을 밝히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 측이 충분히 검토할 시간을 주기 위해 3개월 뒤인 올해 9월 변론을 속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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