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긴 생각] 여든 일곱 번째 / 이문호 교수

시간이 지날수록 제주다움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제주출신의 공학자, 이문호 전북대학교 초빙교수가 '제주의소리' 독자들과 만난다. 제주다움과 고향에 대한 깊은 성찰까지 필자의 제언을 ‘짧은 글, 긴 생각’ 코너를 통해 만나본다. / 편집자 주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 및 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우주로 날아오르고 있다. 실제 기능이 없는 모사체(더미) 위성만 실렸던 1차 발사와 달리 이번 2차 발사 누리호에는 성능검증위성과 4기의 큐브위성이 탑재됐다. ⓒ 오마이뉴스 / 사진공동취재단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 및 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우주로 날아오르고 있다. 실제 기능이 없는 모사체(더미) 위성만 실렸던 1차 발사와 달리 이번 2차 발사 누리호에는 성능검증위성과 4기의 큐브위성이 탑재됐다. ⓒ 오마이뉴스 / 사진공동취재단

6월 22일 마침내 국산 로켓을 우리나라 국토에서 쏘아 올릴 수 있게 됐다. 누리호의 성공적 발사는 한국 내에서 커지고 있는 우주로의 포부를 북돋아준다. 다만 누리호의 의미는 이 뿐만이 아니다. 북한과의 적대감 속에서 우주 기반 감시 시스템과 보다 큰 미사일을 만드는 핵심 기술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우주 통신 기술은 공중전에서 적 탱크와 군함을 선제공격·방어를 할 수 있는 정보를 획득하는데 큰 기여를 할 것이다. 특히 스마트 이동 통신, 정찰 위성, 달 탐사 분야에서 야심찬 목표를 달성하려는 한국에게 자체 발사체 기술과 위성 확보는 6G 통신망 구축 계획에서 핵심이 된다. 

국내 위성 기술 개발에 힘을 보태준 것은 러시아다. 과거 미국과 냉전(冷戰)을 벌여왔던 바로 옛 소련 국가다. 미국은 1987년 미사일 기술 통제 체제(MTCR)를 창설한 이래 미사일 완성품은 물론 관련 기술과 부품의 국가 간 거래를 막아왔다. 동맹국인 한국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미국의 적성 국가였던 옛 소련 국가들이 한국에 우주 기술을 사실상 전수해 줄 수 있었던 것은 1980년대 말 공산권 붕괴와 1998년 러시아의 디폴트(채무불이행) 등 대혼란의 시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현재 ‘피의 전쟁’을 벌이고 있고, 한국은 서방 국가와 함께 우크라이나 편에 서 있다는 건 또 하나의 아이러니다.

최근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새로운 우주 산업을 이끌고 있는 기업이다. 스페이스X는 NASA의 기술을 전수받아 재사용 로켓 확보, 1674기의 인공위성 운영 등 다양한 성과를 냈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가 그나마 버티는 이유 중 하나로 저궤도 위성 통신망이 꼽히는데, 이 역시 일런 머스크의 위성 통신 덕분이다. 숨겨진 러시아 탱크와 군함을 공격하는데 일조하다. 일본항공우주연구개발기구(JAXA) 역시 미쓰비시중공업 등 자국 기업에 기술을 이전해 민간 주도의 우주 산업 진흥을 독려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세계 우주산업 규모는 지난해 3500억 달러(약 413조원)에서 오는 2040년 1조1000억 달러(약 1297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자체 기술로 누리호를 쏘아올린 우리나라도 위성 통신망 확보로 북한과 대치하는 전술·전략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됐다. 


# 이문호

이문호 교수는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출신 전기통신 기술사(1980)로 일본 동경대 전자과(1990), 전남대 전기과(1984)에서 공학박사를 각각 받고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서 포스트닥(1985) 과정을 밟았다. 이후 캐나다 Concordia대학, 호주 울릉공- RMIT대학, 독일 뮌헨,하노버-아흔대학 등에서 연구교수를 지냈다. 1970년대는 제주 남양 MBC 송신소장을 역임했고 1980년부터 전북대 전자공학부 교수,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며 세계최초 Jacket 행렬을 발견했다. 2007년 이달의 과학자상, 과학기술훈장 도약장, 해동 정보통신 학술대상, 한국통신학회, 대한전자공학회 논문상, 2013년 제주-전북도 문화상(학술)을 수상했고 2015년 국가연구개발 100선선정, 2018년 한국공학교육학회 논문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제주문화의 원형(原型)과 정낭(錠木) 관련 이동통신 DNA코드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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