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122)

name [neim] n. 이름
안직도 이레착저레착허는 6·25의 일름
(아직도 정해지지 못한 6·25의 이름)


name ‘이름’의 인구유럽어족(Indo-European family of languages) 어원은 no-men이다. 영어에서는 nama, noma 등으로 쓰였으며, 그밖의 유럽지방에서는 namo, naam, nafn 등으로 쓰였다. 영어에서는 name의 라틴 어형(word form)인 -onym이 등장하면서 anonym ‘가명/익명’, anonymous ‘익명의’, synonym ‘동의어(同義語)’, antonym ‘반의어(反意語)’, acronym ‘두문자어(頭文字語)’ 등과 같은 낱말들이 형성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 김춘수의 ‘꽃’ 중에서 -

일반적으로 전쟁(war)은 분쟁의 주체(subjects)를, 전투(battle)는 발생한 장소(area of occurrence)를 그 이름으로 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nevertheless) 6·25는 아직껏 (대한민국 기준으로는) 발발한 날짜가 전쟁의 이름으로 쓰이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 및 한국사 교과서에서는 공식적으로(officially) ‘6·25전쟁’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으며, 민간에서도 관습적으로(customarily) 날짜-사건을 조합해 6·25전쟁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지만, 영어로는 The Korean War라고 하고 있듯이 ‘한국전쟁’, ‘한국전란’이라 표기하거나 6·25사변(事變), 6·25동란(動亂)으로 부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제주시 신산공원에 설치된 호국영웅 △고태문 육군 대위 △강승우 육군 중위 △김문성 해병 중위 △한규택 해병 하사를 기리는 동상. ⓒ제주의소리
제주시 신산공원에 설치된 호국영웅 △고태문 육군 대위 △강승우 육군 중위 △김문성 해병 중위 △한규택 해병 하사를 기리는 동상. ⓒ제주의소리

북한에서는 6·25를 ‘조국해방전쟁’ 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정전협정(cease-fire agreement) 체결일인 7.27을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일’이라고 포장하여 매년 열병식(military parade) 등의 행사를 열면서 기념한다(commemorate). 당시 북한에서는 남측을 미국의 괴뢰정권(puppet regime), 미국의 하수인들이 지배하는 악의 소굴(den of vice), 미군정(U.S. military government)의 지배하에 놓여있는 침략당한 영토(invaded territory)라고 보았기 때문에 남쪽에 잔존하는 미제국주의(American imperialism)를 몰아내고 조국의 남반부(southern half)를 해방하자는 의미에서 ‘해방전쟁(liberation war)’이라 부르는 것이다.

한편 중국에서는 6·25를 ‘조선전쟁’ 혹은 미국에 대항해 조선(북한)을 지원한 전쟁이라는 의미로 ‘항미원조전쟁(抗美援朝战争)’이라 부른다. 중국에서 임진왜란을 부르는 이름도 당시 명의 황제(emperor)였던 만력제가 조선을 도운 전쟁이라는 뜻으로 '만력조선지역'이라 하지만, 왜적(Japanese invader)에 대항해 (명나라가) 조선을 지원한 전쟁이라는 ‘항왜원조전쟁(抗倭援朝战争)’이라고도 한다. 중국이 한국에서 일어난 전쟁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지를(how they looked at) 잘 보여준다. 그러나 중국에서도 전쟁을 중립적으로(neutrally) 바라보고자 할 때는 ‘조선전쟁(朝鲜战争)’이라 칭하기도 한다.

‘6·25전쟁’이란 말은 한국에서만 사용하는 이름으로 한국인(남한 사람들)의 인식(Koreans’ perception)을 반영하지만 국제적으로 통용되지는 않는다(not accepted internationally). 한편 국제적으로 통용되는(internationally accepted) ‘Korean War’라는 명칭은 객관성 중립성(objective neutrality)을 보여준다고는 하나, 그 번역어(translated words)인 ‘한국전쟁’은 엄밀하게 말해(strictly speaking) 중립적이지는 않다. 전쟁의 한쪽 주체인 북한에서 스스로를 ‘한국’이 아니라 ‘조선’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한국 학계(academic world)에서는 학자들의 입장에 따라서 조금씩 견해(opinion)가 다르지만 대체로 ‘6·25전쟁’ 또는 ‘한국전쟁’으로 부르고 있다. 

올해로 72주년(the 72nd anniversary)을 맞이하는 6·25가 아직껏 제 이름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민족의 비극(tragedy)이 아닐 수 없다. 그러고 보면(actually come to think of it), 제주의 4·3 역시 마찬가지다. 4·3사건이 4·3항쟁으로 불리기까지도 많은 우여곡절(twists and turns)을 겪었지만, 그 공식적 이름(official name)은 아직도 정해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뒤에 숨어있는 이데올로기의 아픈 역사(painful history of ideology)와 함께, 6·25나 4·3과 같은 사건(incidents)들은 제 이름을 찾아서 한참을 더 헤매어야 할 듯하다. 남북통일(unification of North and South)이 되거나, 100년쯤 시간이 흐른 뒤인 22세기에는 과연 어떤 이름으로 불리고 있을지. 

* ‘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코너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에 재직 중인 김재원 교수가 시사성 있는 키워드 ‘영어어휘’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어원적 의미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 코너입니다. 제주 태생인 그가 ‘한줄 제주어’로 키워드 영어어휘를 소개하는 것도 이 코너를 즐기는 백미입니다.

김재원 교수.
김재원 교수.

# 김재원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現)
언론중재위원회 위원(前)

미래영어영문학회 회장(前)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장(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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