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제주시 애월읍 수산리 물메밭담길서 플로킹 행사 개최

 

제주의 독특한 풍경인 밭담. 현무암으로 밭의 가장자리를 쌓아 올린 낮은 돌담으로, 밭의 경계를 나누는 동시에 바람과 가축으로부터 농작물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 제주인의 삶과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상징물로 꼽힌다.  지난 2014년 FAO 세계중요농업유산에 등재된 소중한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25일 오후 제주 애월읍 수산리에 위치한 물메밭담길이 간만에 남녀노소 인파들로 북적였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주최하고 한국자치경제연구원이 주관한 물메밭담길 플로킹 행사에 참여한 가족단위 참가자들이 봉투와 집게를 들고 길을 나섰다. 

제주도내 조성된 8개 밭담길 중 이날은 애월읍 수산리 물메밭담길에서 밭담길 3.3km 코스에서 마을 원로들로 구성된 마을해설사의 구수한 설명을 들으며 쓰레기도 줍는 플로킹 행사를 벌였다. 

플로킹(Ploking)은 스웨덴어 ‘plocka-upp(이삭을 줍다)’와 ‘walking(걷다)’을 합쳐서 ‘걸으면서 쓰레기를 줍는다’는 의미로 전 세계적 관심사로 떠오른 환경운동의 하나다. 이날 참가자들은 마을 주민들과 어우러져 물메밭담길을 걸으며 쓰레기를 주웠다. 물메밭담길은 마을 안길, 저수지 둑방길, 수산봉, 곰솔 등 다양한 풍경을 지닌 것이 특징이다.

25일 애월읍 수산리에서 열린 물메밭담길 플로킹. 참가자들은 마을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3.3km 길이의 물메밭담길을 걸었다. ⓒ제주의소리
25일 애월읍 수산리에서 열린 물메밭담길 플로킹. 참가자들은 마을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3.3km 길이의 물메밭담길을 걸었다. ⓒ제주의소리

참가자들은 각 장소에 깃든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해듣고 자연과 교감했다. 30도를 오르내리는 날씨에 구슬땀을 흘리며 플로킹을 완주한 뒤 수산리의 특산물인 초당옥수수를 맛보자 표정이 환해졌다.

반환점에서는 에코백 꾸미기, 제주밭담 캐릭터 머들이 그리기 체험, 초당옥수수 판촉전이 진행됐다. 마을 청년회가 현장 지원에 나섰고, 마을 원로들이 해설사로 나서면서 의미를 더했다.

25일 애월읍 수산리에서 열린 물메밭담길 플로킹. 참가자들은 마을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3.3km 길이의 물메밭담길을 걸었다. ⓒ제주의소리
25일 애월읍 수산리에서 열린 물메밭담길 플로킹. 참가자들은 마을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3.3km 길이의 물메밭담길을 걸었다. ⓒ제주의소리
25일 애월읍 수산리에서 열린 물메밭담길 플로킹. 참가자들은 마을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3.3km 길이의 물메밭담길을 걸었다. ⓒ제주의소리
25일 애월읍 수산리에서 열린 물메밭담길 플로킹. 참가자들은 마을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3.3km 길이의 물메밭담길을 걸었다. ⓒ제주의소리

이번 행사는 세계중요농업유산인 제주밭담을 테마로 조성된 물메밭담길을 잘 보존하고, 초당옥수수와 곰솔 등 수려한 장관을 지닌 수산리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기획됐다.

참가자 김홍근 씨는 “아이들과 오랜만에 나와 걸으면서 좋은 곳에서 플로킹과 같은 좋은 것들을 아이들에게 알려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진봉근 씨는 “물 맑고 경치 좋은 곳에 와서 맛있는 옥수수와 함께 하니 기분이 좋다”며 “코로나로 갇혀있다 오랜만에 나와서 행복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송두한 수산리장은 “밭담길 플로킹 행사가 옥수수철에 열리게 되서 마을에서는 기쁘다”며 “앞으로 이런 자연환경과 마을의 자원과 어우러진 행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제주 곳곳을 굽이굽이 잇고 있는 밭담의 총 길이는 지구 둘레 반 바퀴인 약 2만2000㎞ 규모로 추정되고 있고, 구불구불 이어지는 그 모습이 마치 검은 용을 닮았다고 해 '흑룡만리(黑龍萬里)'로 부르기도 한다. 

밭담은 이 같은 역사·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3년에는 국가중요농업유산, 2014년에는 FAO 세계중요농업유산에 등재돼 보전 활용되고 있다. 현재 도내에는 8개 마을에 밭담길이 조성되어 있다. 

마을별로 보면 △구좌읍 월정리 '진빌레 밭담길' △구좌읍 평대리 '감수굴 밭담길' △애월읍 수산리 '물메 밭담길' △한림읍 동명리 '수류촌 밭담길' △한림읍 귀덕1리 '영등할망 밭담길' △성산읍 신풍리 '어멍아방 밭담길' △성산읍 난산리' 난미 밭담길' △애월읍 어음1리 '공세미 밭담길' 등이다.

8개의 밭담길마다 주변지역의 문화를 살려 특색있는 이름을 지었으며, 밭담길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인터넷에서 제주밭담 홈페이지(www.jejubatdam.com)를 클릭하면 쉽게 찾을 수가 있다.

25일 애월읍 수산리에서 열린 물메밭담길 플로킹. 참가자들은 마을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3.3km 길이의 물메밭담길을 걸었다. ⓒ제주의소리
25일 애월읍 수산리에서 열린 물메밭담길 플로킹. 참가자들은 마을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3.3km 길이의 물메밭담길을 걸었다. ⓒ제주의소리

애월읍의 중산간 마을 수산리는 ‘물이 맑고 산이 아름답다’고 해서 과거엔 물메마을로 불렸다. 400여년 전 수산리가 생길 때 심었다고 전해지는 마을의 수호목 곰솔이 천연기념물 제441호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으며 수산봉 정상의 봉수대, 기우제단, 사장터 등의 역사적 공간도 만날 수 있다.

물메밭담길은 아름다운 물과 산을 배경으로 고즈넉한 농촌 풍경을 접할 수 있다.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소박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지닌 수산리의 매력을 잘 드러낸다. 마을에서는 밭담길과 주변을 보호하고 정비하면서 지속가능한 마을의 경쟁력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수산리 경관개선사업 추진위원회의 강길현 현 위원장과 김상순 전 위원장을 만나 마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25일 애월읍 수산리에서 열린 물메밭담길 플로킹. 참가자들은 마을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3.3km 길이의 물메밭담길을 걸었다. ⓒ제주의소리
25일 애월읍 수산리에서 열린 물메밭담길 플로킹. 참가자들은 마을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3.3km 길이의 물메밭담길을 걸었다. ⓒ제주의소리

- 수산리하면 초당옥수수, 초당옥수수하면 수산리다. 언제부터 재배되기 시작했나?

강길현=2010년부터 초당옥수수 농가가 늘어나기 시작했고, 2017년부터는 3년 동안 초당옥수수 축제를 열었다. 이후 전국적으로 유명해졌고 이 시기만 되면 초당옥수수를 찾는 문의도 이어졌다. 이처럼 브랜드화되면서 농가소득도 많이 증가했다. 사실 옥수수 수확은 6월이면 끝나는데, 장기간 저장이 힘든 만큼 앞으로는 일본이 옥수수로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것처럼 여러가지 형태로 가공식품화 하는 방안도 찾고 있다. 

- 물메밭담길도 수산리의 빼놓을 수 없는 자산이다. 

강길현=밭담길은 우리 수산리의 경관과 잘 어우러지기 때문에 잘 정비하면서 보존해야 할 것이다.

김상순=우리 마을은 시내하고 근접해있으면서도 오염돼있지 않아서 누구나 와도 힐링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곳이다. 

- 수산리 마을 차원에서 추진해왔던 프로젝트, 지금 추진 중인 사업들도 궁금하다.

김상순=수산리에는 시비가 있다. 밭담길에다 한국시인협회와 MOU 체결해서 그 분들이 선정한 100대 시를 돌에 새겼다. 수산봉하고 천연기념물인 곰솔나무를 배경으로, 시가 흐르는 마을로 조성하자는 취지였다.

강길현=창조적마을만들기사업을 통해 물메복지센터를 조성했는데 이 공간은 북카페이면서 방문객들의 음식 체험과 휴식, 숙박을 위해 사용될 계획이다. 또, 저수지 주변에 지금은 폐도된 아름다운 옛길이 있는데, 이 곳을 산책로로 되살릴 예정이다. 지금 수산봉의 그네가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 됐는데 이 곳과 잘 연계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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