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수 한경119센터 소방사 , 6.25기념행사 헌시

지난 25일 열린 국가보훈처 주최 제72주년 6.25전쟁 행사에서 제주지역 현직 소방관인 문경수 시인의 헌시가 낭독되고 있다. 사진=6.25전쟁 제72주년 행사 방송 갈무리
지난 25일 열린 국가보훈처 주최 제72주년 6.25전쟁 행사에서 제주지역 현직 소방관인 문경수 시인의 헌시가 낭독되고 있다. 사진=6.25전쟁 제72주년 행사 방송 갈무리

72년 전 6.25전쟁의 참상을 되돌아보며 호국영령의 희생을 기리기 위한 국가 기념행사에서 제주지역 현직 소방관의 헌시가 참가자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국가보훈처는 지난 25일 오전 10시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6.25전쟁 제72주년 행사를 열었다. '지켜낸 자유, 지켜갈 평화'를 주제로 한 이날 행사는 국내외 6.25참전유공자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고 6.25전쟁의 교훈을 되새기기 위해 마련됐다.

문경수 한경119센터 소방사.
문경수 한경119센터 소방사.

행사는 여는 공연을 비롯해 22개 유엔참전국 국기 입장, 국민의례, 기념공연, 정부포상, 기념사, 6.25노래 제창 등의 순으로 약 50분간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헌시 낭독' 순서에서는 '한국작가회의'가 주최하는 신진 작가 발굴 공모전 '내일을 여는 작가상'의 제18회 신인상 수상자인 문경수 시인의 헌시가 올려졌다. 헌시는 육군 15사단 소속 이창인 상병이 대신 낭독했다.

문 시인은 2017년 공군 부사관을 전역하고, 현재 제주서부소방서 한경119센터에서 소방공무원(소방사)으로 재직중에 있다.

조국을 지켜낸 호국의 영웅께 

전쟁의 장막을 뜯어내기 위해 
내 나라 내 가족 지키기 위해 
저 박음질 된 별을 향해 
총탄을 쏘아 올리던 그대는,

비처럼 떨어지는 별똥별 아래
이역만리를 건너 핏빛으로 
채색된 산하에 
방탄모처럼 엎드려 

얼마나 숨죽여 울어야 했습니까

진창 속에서 총신의 열기를 온기 삼아 
겨우살이를 하던 그대는,

일순 생면부지의 누군가와 전우가 되고 적이 되는 
전선의 일그러진 표정보다는
가족 앞에서 멋쩍은 미소를 지을 줄 아는 그대는,

우리 마음속에 셀 수 없을 만큼 많아서  
도무지 지워지지가 않습니다
잊을 수 없습니다 

탄피를 약처럼 삼키며 
한 발 한 발 전우의 잔해를 더듬어가던
당신의 그 발자국과 
그대 남몰래 하던 절규를 그러모아 
우리는 여기에 다다랐습니다

십수만의 노병이 몰아 쉰 숨김을 타고 
총탄보다 느리고, 총성보다 작은 소리로 
나비도 쉬지 않고 이곳까지 날아왔습니다 

이제 내 마음속 녹슬어가는 철조망을 뜯어
당신이 언젠가 펼치려 했던 나래를 
훈장처럼 우리의 가슴에 새기려 합니다 

당신께서 꽂은 자유와 평화의 태극 깃발, 그리고
형형색색의 나비가 온 세상에 흩날리도록

그대여, 우리는 이곳에서 작게나마 숨김을 보탭니다
평화와 안녕이 깃든 그곳에 닿을 수 있도록
그대, 편히 잠들 수 있도록

이 나라, 우리가 지켜나가겠습니다

문 시인은 "처음엔 전쟁의 폐해에 대한 반전 메시지로 시를 작성하다가, 자유를 지켜낸 호국영웅들에 초점을 맞추며 주제에 맞게 수정을 거쳤다"며 "어떻게 표현하려해도 감히 그들의 희생을 논하는 것은 부족하고 부끄러웠다"고 회고했다.

그는 "전쟁기념관도 다녀오고, 전쟁 전후에 쓰인 시인들의 여러 작품을 참고하기도 했지만 쉽지만은 않은 과정이었다"며 "개인적으로도 호국영웅들의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시간을 기릴 수 있어 매우 뜻 깊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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