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8기 오영훈 도정 출범, 과제는?] ②청정 제주 지속가능성

20년 만의 민주당계 도정 교체를 이룬 민선 8기 오영훈 새 도정이 7월 1일 출범한다. 대선,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불거진 반목과 갈등으로 인한 후유증을 털어내고, 도민들을 하나로 모아내는 작업에서부터 새 도정 앞에 놓인 과제들이 만만치 않다. <제주의소리>가 새 도정 출범에 앞서 도민통합, 청정 제주 지속가능성, 도민 삶의 질 제고, 10년 후 먹고 사는 문제 등 4회에 걸쳐 민선 8기 도정이 풀어야 할 과제를 점검한다. [편집자 주] 

제주도는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개발과 자본유치에 채찍질을 가했다. 최상위 법정계획인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의 기조도 ‘개발’이었다.

국토교통부 산하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는 이를 가속화 하는 매개체였다. 택지를 개발하고 외부 자본을 끌어와 대규모 관광단지와 유원지를 잇따라 조성했다.

2002년 1월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이 공포됨에 따라 그 해 5월 JDC가 설립됐다. JDC는 국가차원에서 제주도를 지원하고 국제자유도시 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개발 전담기구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관광ㆍ교육ㆍ의료ㆍ첨단 등 개발사업의 핵심 및 전략을 전담 추진하는 공공개발 사업자 및 투자유치 전문기관로 태동했다. 

제주영어교육도시와 제주신화역사공원,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제주헬스케어타운 등 전에 없던 시설이 연이어 들어섰다. 사람과 자본이 몰리면서 경제 규모는 그만큼 커졌다.

인프라 확충에 관광객도 급증했다. 2016년에는 연간 관광객이 1500만명을 넘어섰다. 2013년 사상 첫 1000만명을 돌파한지 3년 만에 500만명의 관광객이 추가로 제주 땅을 밟았다.

개발에 올인한 대가는 혹독했다. 부동산 가격이 치솟고 차량 증가로 교통 대란이 빚어졌다. 밀려드는 쓰레기에 매립 대란이 빚어지고 하수량 폭증으로 오염수가 바다로 쏟아지고 있다.

# ‘개발에서 보존으로’ 패러다임 전환

제주 개발의 시작은 1963년 박정희 정권의 ‘자유항 설정 구상’이었다. 1998년 김대중 정부에서 국제도시 추진 방향이 정해지고 4년 뒤인 2002년 제주는 국제자유도시 출범을 선언했다.

2003년 제1차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이 수립되고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제주는 외자 유치를 통한 성장 중심의 개발 정책에 사활을 걸다시피 했다.

JDC를 중심으로 대규모 택지개발이 이뤄지면서 자본과 사람들이 밀려들었다. 제주도 역시 개발사업을 지원할 ‘투자유치과’를 신설하며 자본유치에 힘을 더했다.

2006년 특별자치도 출범 당시 54만4000여명이던 인구는 2022년 5월 말 현재 69만8435명(외국인 2만669명 포함)으로 늘며 70만명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제주를 찾는 내·외국인 관광객도 2006년 553만명에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500만명을 돌파해 약 3배 늘었다. 관광 조수입 역시 2조300억원에서 6조5000억원 이상으로 3배 넘게 증가했다.

지역내총생산(GRDP)은 2006년 7조5660억원에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는 20조2610억원으로 급증했다. 외국인 직접투자는 같은 기간 595억원에서 15조6447억원으로 263배 늘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 당선인은 지난 20년간 국제자유도시 추진 전략으로 경제 발전을 이뤄냈지만 양적 성장의 결실이 지역사회에 전파되는 질적 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 양적 성장의 또 다른 시작 ‘제2공항’의 선택은?

오 당선인은 임기 시작과 함께 난개발과 양적성장 논란의 중심에 선 제2공항 추진 여부와 마주한다. 국토교통부는 7월 초 제주제2공항전략환경영향평가 용역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용역 결과를 통해 지난해 환경부의 반려 사유를 보완할 수 있는지는 여부를 정하기로 했다.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 결정은 곧 윤석열 정부의 제2공항 건설 추진을 뜻한다.

한국공항공사가 밝힌 현재 제주국제공항의 수용 능력은 국내선 2740만명과 국제선 435만명을 더해 총 3175만명이다. 이는 출·도착(왕복) 항공편을 합친 전체 공항 이용객 규모다.

국토교통부가 예측한 2040년 제주지역의 항공수요는 4557만명이다. 제2공항이 연간 2500만명 수용 규모로 계획된 것도 이 때문이다. 

제2공항 건설시 도내 연간 항공 수용 능력은 단숨에 5675만명으로 치솟는다. 공항 이용객 중 관광객 비율(88%)을 적용하면 연간 관광객 수는 최대 2500만명 수준까지 늘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오 당선인은 공항 인프라 확충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발언했다. 다만 제2공항 건설에 대해서는 국토부 용역 결과를 지켜보자며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 관광객 증가→인프라 확충 ‘또 다른 개발’

관광객 증가는 인프라 확충을 필요로 한다. 항공 처리능력이 커질수록 더 많은 사람이 제주를 찾고 이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숙박시설과 관광지 확충 등 추가 개발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원희룡 전 민선 6~7기 제주도정은 취임과 동시에 난개발 억제에 집중했다. 외자 유치에는 자본검증의 칼을 들이대고, 임기 막판 송악선언을 발표하며 각종 개발사업 인허가를 최소화했다.

외국인 카지노에 대해서는 관리·감독권을 강화하고 농지전용 등 불법개발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농지기능관리 강화 조치를 발표했다. 중산간 보전 가이드라인도 함께 마련했다.

오 당선인은 대표적 개발사업 주체인 JDC를 국무총리실 산하 제주미래지원청으로 흡수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단순 개발이 아닌, 지속가능한 미래를 준비한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미래지원청은 국무총리 소속 제주특별자치도 지윈위원회도 대신하는 범정부 지원기구다. 이를 통한 고부가가치 관광과 지속가능한 환경, 신산업 육성 등을 위한 조직을 구상하고 있다.

오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기존 성장 중심의 정책에서 환경으로 전환을 강조해 왔다. 취임과 동시에 제2공항과 함께 산적한 각종 개발사업과 마주하게 된다.

인수위 첫날 오 당선인은 실천적 실용주의를 강조했다. 도민들은 민선 8기 오영훈 도정의 실용주의가 과연 수명을 다한 국제자유도시 간판 대신 도민의 자기결정권과 삶의 질 향상에 바탕을 둔 어떤 좌표를 제시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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