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화재로 한라산소주 오크통 356개 소실...원재료만 7억원 ‘이시돌재단 배상 위기’

2020년 3월5일 오후 3시26분쯤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에 위치한 창고에서 불이나 주식회사 한라산에서 보관중이던 오크통 주정 원액 356개가 불에 탔다.
2020년 3월5일 오후 3시26분쯤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에 위치한 창고에서 불이나 주식회사 한라산에서 보관중이던 오크통 주정 원액 356개가 불에 탔다.

[기사보강 2022.06.29 16:01] 오크통 주정 원액이 화재로 소실되면서 제주에서 때아닌 소송전이 펼쳐지고 있다. 가치를 매기기도 어려워 초유의 소주 감정까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28일 주류업계 등에 따르면 제주 향토기업인 주식회사 한라산이 재단법인 이시돌농촌산업개발협회를 상대로 수억 원대 민사소송을 제기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한라산소주는 제주시 한림읍 옹포리 공장에서 지역소주를 생산하는 제주 대표 기업이다. 희석식 소주와 함께 허벅술 등 증류식 고급 소주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한라산소주 공장 시설에는 오크통(OAK Barrel, 참나무)에서 장기간 숙성된 주정 원액도 다수 보관 돼 있었다. 문제는 공장 신축 과정에서 외부 시설로 옮겨 보관 중이던 오크통이 소실되면서 불거졌다.

2020년 3월5일 오후 3시26분쯤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에 위치한 창고에서 불이 치솟았다. 당시 창고의 소유주이자 관리자가 재단법인 이시돌농촌산업개발협회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건물 내부 1528㎡가 전소됐다. 불을 잡는데 3시간이 걸릴 만큼 불길이 거셌다. 당시 소방당국은 방화를 의심했지만 화재 원인을 특정하지는 못했다.

당시 창고에는 한라산소주 소유의 주정 원액 오크통 356개가 보관 중이었다. 주정 원액은 2004년부터 2008년 사이에 만들어져 최소 10년 이상 숙성된 제품들이었다.

한라산은 화재 원인과 관리 책임을 물어 2021년 2월 이시돌재단을 상대로 소송전에 뛰어들었다. 소송 원가는 7억원. 실제 주장하는 피해액은 10억원을 훌쩍 넘어선다.

관심은 최대 16년간 숙성된 주정 원액의 가치를 어떻게 정하느냐다. 한라산소주는 소실된 물량을 만드는 비용만 7억원이고 피해산정은 실제 가치를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재판부는 비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 재단의 상황 등을 고려해 화해권고를 제안했지만 한라산소주가 이를 거부했다. 한라산소주 측이 이의신청서를 제출하면서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재판부는 1심 선고 일정을 잡았지만 한라산소주가 감정평가 의사를 내비치면서 변론이 재개될 가능성도 있다. 감정평가 요청이 받아들여지면 초유의 소주 주정 원액에 대한 감정이 현실화된다.

평가액이 높게 책정되면 책임 소재에 따라 이시돌재단이 막대한 배상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 이같은 상황을 의식한 듯 양측 모두 소송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 표명은 꺼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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