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교육감 출범, 과제는?]  ②전임자 정책 ‘무조건 뒤집기’ 안된다

8년만에 보수 측 인사가 당선된 ‘김광수호’ 제주특별자치도 교육감 체제가 7월1일 출범한다. 김광수 당선인은 당선 전부터 제1공약으로 '소통'을 강조했다. 제주교육행정에 새바람을 불어 넣겠다고 약속한 김광수호 앞길에는 가볍지 않은 현안이 곳곳에 쌓여있다. [제주의소리]가 새 교육감 출범에 앞서 제주교육 현안과 김광수 교육감이 풀어야 할 과제를 3회에 걸쳐 톺아본다. [편집자주]

2014년 이후 두번의 지방선거를 통해 8년 간 이어졌던 진보 교육감 시대를 접고, 2022년 6.1지방선거에서 도민들은 제주교육의 수장으로 보수 교육감을 선택했다. 

보수(保守)의 사전적 의미는 '새로운 것을 적극 받아들이기보다 재래의 풍습이나 전통을 중히 여기어 유지하려는 성향'을 의미한다. 

전임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이 추진했던 핵심 정책은 토론과 체험 중심의 IB(The International Baccalaureate) 교육과정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서귀포시 표선면과 성산읍 지역 내 초·중학교는 물론 표선고까지 IB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IB교육 추진 과정 역시 이석문 교육감식 일방통행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지만, 실제로 IB교육 도입 이후 표선지역에선 초·중학교에서 학생수가 증가하는 등 긍정적인 시그널이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오는 7월 1일 김광수 교육감 체제 출범을 앞두고, IB교육 프로그램이 전면 중단되거나 축소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광수 당선인은 당선 직후 [제주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교육은 '확 뒤집는다'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 김광수가 교육감이 됐다고 해서 과거의 정책을 몇 개월, 1~2년 사이에 확 뒤집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그런 부분들은 어디까지나 도민들의 숙의 민주주의에 따른 의견 수렴을 꼭 거쳐 처리를 하겠다. 제 독단으로 어떤 일을 처리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전임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이 역점적으로 추진했던 IB교육 프로그램과 관련해서는 '불안해 하는' 학부모들을 의식한 것인지 "현행대로 유지하되, 추가 확장은 생각치 않는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당시 김 당선인은 '보수'는 뒤엎는 것이 아니라 지키고 유지하는 것이라며 자신을 '보수 교육감'이라고 정의 했다.

김 당선인의 공약과 현 이석문 교육감 정책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부분도 있다. 바로 예체능고 전환 또는 신설 문제다. 

이석문 교육감은 예체능고 대신 애월고에 미술학과, 함덕고에 음악학과를 신설하고, 남녕고 체육학과는 기존대로 운영하고 있다. 

실제로 애월고 미술학과의 경우 서울대와 한예종, 홍익대 등 미술분야 국내 최고 학과에 10여명 가까이 진학하는 성과를 보여 학부모와 학생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례로 꼽힌다. 

문제는 애월고와 함덕고에 미술학과와 음악학과에만 지원이 치우치면서 다른 일반 학생들의 경우 소외감이나 불평등을 느끼고 있다는 데 있다. 김 당선인이  ‘예술‧체육 중‧고 전환 또는 신설’을 공약으로 제시한 이유이기도 하다. 

김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제주지역의 경우 순수 예술고와 체육고가 없어 예술 및 체육 전공을 희망하는 학생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고 있다"며 "일반고에 관련 학급을 설치해 운영함으로써 일부 학생들의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예술‧체육 중‧고 전환 또는 신설’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그러나 김광수 교육감 취임 후 당장 현재 애월고와 함덕고의 미술-음악학과를 예술고로 전환해 통합 운영할 수는 없다. 임기 내에 더 면밀히 검토하고 추진 여부를 결정해야 할 공약이다. 

김 당선인의 제1호 정책이 '소통'이라면 제2호 정책은 바로 '학력'이다. 

김 당선인은 하반기 제주도교육청 조직개편을 통해 학력향상 전담 조직인 '기초학력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제주시교육지원청과 서귀포시교육지원청에 '학습종합클리닉센터'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초학력지원센터를 통해 제주지역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력진단평가'를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김 당선인은 "학력 격차를 줄이기 위해선 제대로 된 진단이 필요한데 샘플 평가 방식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진단해야 한다"며 "제주 학생들의 학력을 평가한 후 제학력 평가는 추후에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일제고사나 제학력평가의 부활과 관련한 부정적 여론에 대해 김 당선인은 "제학력평가는 공약에 하겠다고 돼 있지만 당장 어떻게 하겠다는 것은 아니"라며 "진단평가를 통해 제주 학생들의 학력을 진단한 후 그걸 보고 판단하겠다"고 일단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김 당선인은 "선거기간 동안 만났던 많은 학부모들이 아이들에게 '공부 좀 시켜달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제주아이들이 학력을 신장시키는 것은 저의 임기 내내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제주 학생들의 학력 신장을 이유로 소위 '0교시'가 부활되고, 제학력평가나 일제고사로 사교육 시장이 다시 확장되는 등 과거의 입시지옥으로 회귀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지역간 학업 성취도다. 교육부는 지난 6월13일 '2021년 학업성취도' 발표를 통해 도심지와 읍면지역의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는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사교육 영향 때문으로 분석했다.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며 공교육을 내실화하는 것은 김 당선인이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다.

김 당선인 스스로도 이에 대해 "정말 힘든 얘기고 오랜 과제다. 학부모의 호주머니 부담을 덜기 위한 솔로몬의 지혜를 요구하는데, 저 역시 공식적인 대답으로는 공교육 정상화-활성화로 막겠다고 답할 수 밖에 없다"며 "이번 추경을 통해 각 학교에서 약화된 방과 후 교육활동, 특기적성 교육활동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7월1일 새롭게 시작하는 김광수 신임 교육감은 지난 선거 과정에서 자신과 경쟁했던 상대 후보의 정책 아이디어는 물론, 필요에 따라 전임 도교육감의 정책 적용까지도 과감히 검토하겠다는 각오를 여러차례 밝힌 바 있다. 

도민들은 보수 교육감답게, 과거를 전면 부정하거나 전임자 정책을 무조건 뒤집는 일방통행은 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학부모·학생 등 도민사회 일각에서 교육체제의 급작스러운 변화가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불암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같은 불안을 해소하는 것 역시 김광수 신임 교육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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