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의 고의성 여부를 두고 법정 공방이 이뤄지고 있는 ‘제주 오픈카 사망사고’ 현장검증 가능성이 제기됐다. 

29일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형사부 심리로 진행된 A씨(35)에 대한 살인 등 혐의 공판에서 검찰이 “현장검증이 필요해 보인다. 심야시간대 현장을 직접 방문한 뒤 관련 의견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이날 공판에는 사고 당시 최초 목격자에 대한 증인신문이 예정됐지만, 증인이 불출석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피고인(A씨)의 미필적 고의 여부를 위해 증인 출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A씨의 변호인이 “블랙박스 등에 대화가 다 녹음돼 있는데, 제3자의 증언이 필요하느냐”고 반박하자 검찰은 “사고 직후 피고인의 행동 등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재반박했다. 

이어 검찰은 “사고 현장은 편도 2차선, 왕복 4차선인데 운전대를 조금만 더 왼쪽으로 조작했으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다. 피고인은 충돌 직전까지 조향장치를 작동하지 않았다. 의도적인 돌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은 “(최근 검찰 인사로) 사건을 급히 승계받았다. 심야시간대 직접 사고 현장을 가볼 예정”이라며 “현장검증도 필요해 보여 추후 의견을 제시하겠다”고 덧붙였다.  

1심부터 이어지는 재판 과정에서 사고 현장검증은 없었다.

심야시간대 발생한 교통사고 특성상 달의 밝기와 습도, 구름 등 기후까지 사고 당시와 유사한 상황이 아니라면 현장검증이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판단에서다. 심지어 주변 주택과 영업장 조명의 밝기 등도 유사한지 검토돼야 한다.  

항소심 재판부는 오는 8월 심리를 속행해 현장검증 여부 등도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A씨는 ‘오픈카’로 불리는 고급 외제차를 몰다 2019년 11월10일 오전 1시20분쯤 제주시 한림읍 귀덕초등학교 인근에서 고의적으로 연석과 경운기 등과 잇따라 충격해 동승해 있던 피해자 B씨를 사망하게 한 혐의(살인)로 기소됐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18%다.  

안전띠를 매지 않아 차 밖으로 튕겨 나간 B씨는 수개월간 병원에서 집중 치료를 받다 2020년 8월23일 숨졌다. 

B씨가 숨지기 전 경찰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위험운전치상)’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사건을 넘겼지만, 관련 기록을 검토하던 검찰은 B씨가 숨지자 위험운전치사가 아닌 살인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검찰은 자신의 이별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B씨에게 불만을 품은 피고인 A씨가 고의적으로 사고를 냈다는 주장을 내세웠지만, 1심 재판부는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음주운전 혐의만 인정되면서 A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형에 처해졌으며, 검찰은 항소심에 이르러 예비적 공소사실로 위험운전치사 혐의를 추가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