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원희룡 도정 선긋기..."출자·출연기관 방만경영 개선"

28일 오후 2시 제주웰컴센터 웰컴홀에서 열린 다함께 미래로 준비위원회 '민선8기 도민도정 비전 및 도정과제 보고회'. ⓒ제주의소리<br>
28일 오후 2시 제주웰컴센터 웰컴홀에서 열린 다함께 미래로 준비위원회 '민선8기 도민도정 비전 및 도정과제 보고회'. ⓒ제주의소리

오영훈 제주도지사 당선인 인수위원회가 현 제주도정이 각종 현안에 대한 대응려이 미흡했음은 물론, 공직사회 내 무사 안일주의 행태가 만연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일부 출자·출연기관과 지방공기업의 경우 방만 경영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며 혹독한 평가를 내렸다.

특히 원희룡 제주도정이 역점적으로 추진해 온 대중교통 개편, 제주국립공원 확대 지정, 신규 광역폐기물 소각시설 설치사업 등에 대해 낱낱이 지적하며 전임 도정과의 선긋기에 주력했다.

오 당선인 인수위인 '다함께 미래로 준비위원회(위원장 송석언)'는 지난 20여일간의 활동을 마무리하며 제주도청 실·국 부서와 출자·출연기관 등에 대한 업무보고 결과 이 같이 평가했다고 29일 밝혔다.

주요 평가 내용을 보면 연간 1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준공영제 재정 지원 및 중앙버스전용차로(BRT) 확대 사업의 경우 "지선·간선 노선 조정안과 사업 효과 및 타당성 검증 없이 추진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평가하며 객관적이고 투명한 진단이 선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민선 7기 도정에서 최대 환경 이슈로 부각된 '제주국립공원 확대 지정'과 관련 "지난 5월 정책 추진을 포기했는데도 도민들에게는 제대로 알리지도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깜깜이 행정'의 전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신규 광역폐기물 소각시설 설치사업도 "기존 수립된 계획 내용과 달리 입지선정 방식을 공모로 전환하면서 지역 간 갈등 우려를 낳는가 하면, 지하수 오염저감 대책은 부서 간 협력체계 미흡으로 사업 추진이 지연되는 것으로 진단됐다"고 했다.

지역 최대 현안인 제2공항 문제에 대해서도 "민선 7기 도정의 추진 의지만을 반영한 행정 수행에만 급급, 이와 별개로 필요한 갈등 해소를 위한 정책 대안은 마련하지 못했다"고 혹평했다.

녹지국제병원 관련 소송 문제와 관련해서는 "병원 허가 취소 조치와는 별개로 소송 패소 시 후속적인 손해배상 문제로 수백억원 대의 세금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지만 법적 대응은 미흡했다"고 꼬집었다.

또 "생활·해양 쓰레기 문제 처리능력 확대를 위한 시설 확충에도 추가 시설 지연 등으로 여전히 조기 포화 불안에 노출되는가 하면 도두 등 하수처리시설 확충도 계획에 차질, 광역화 추진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밖에도 △특별자치도 제도 개선 △물류비 국비 지원 △관광진흥기금 고갈 해법 △상주인구 증가에 따른 교부세 추가 확보 등의 핵심 현안에 대해서도 법적·제도적 근거 마련보다는 단순한 대정부 건의에 그치면서 해결에 한계를 보였다고 진단했다.

약화된 대민 행정서비스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비판했다. 특별자치도를 핑계로 대부분 부서에서 정부에서 지원하는 공통 사업 이외의 신규 국비 확보에는 소극적이었다는 날선 비판도 제기됐다.

인수위는 제주도가 감귤원 폐원 농가에게 권장했던 태양광 발전 사업에 대해 "참여 농가의 세금 부담 급증 피해와 수익성 악화 우려에도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평했다. 하천 정비사업도 "취지와 달리 일률적인 기준 적용으로 고유 하천경관과 생태계 경관을 파괴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고 되돌아봤다.

인수위는 "실·국 전반적으로 부서와 부서 간의 칸막이로 인해 협업 체계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른바 부서 간 연관 사업과 업무인 경우 '떠넘기기' 식의 안일주의 행태로 인해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으로 진단됐다"고 지적했다.

대부분 출자·출연기관과 일부 지방공기업의 경우 방만 경영 등의 문제를 안고 있어 개선책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 제주)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경영과 사업 모두 난제에 빠진 상황으로, 감사위원회 결과에 따라 총체적인 진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MICE 다목적 복합시설 확충사업'은 사업비 중 도비 360억원과 자부담 153억원 가운데 자부담 투자 여력이 없는 등 사실상 타당성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봤다.

제주문화예술재단과 관련해서는 제주문화예술섬 조성 사업에 대한 진단과 방향성 제고가 필요한데다 지난 5월 소유권을 취득한 재밋섬 건물도 활용방안 미수립과 설계 및 리모델링 예산 미확보 등의 문제 선결이 시급하다고 분석했다. 재밋섬 건물 매입을 위해 진행한 법률 자문의 부실 의혹도 제기했다

또 제주신용보증재단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증 비율이 낮은 것으로 지적됐으며, 제주테크노파크와 농업기술원, 축산진흥원 등도 기후 변화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첨단기술 고도화 등의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인수위는 종합 의견을 통해 "민선 8기 오영훈 도정이 새로운 제주의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현안 대응 및 위기관리 능력을 키우고, 무사안일주의 행태를 없애는 변화가 필요하다"며 "주요 정책의 추진과 점검, 관리, 추진동력 등을 확보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고, 도민을 위해 일 잘하는 도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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