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8기 오영훈 도정 출범, 과제는?] ④ 미래 산업

20년 만의 민주당계 도정 교체를 이룬 민선 8기 오영훈 새 도정이 7월 1일 출범한다. 대선,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불거진 반목과 갈등으로 인한 후유증을 털어내고, 도민들을 하나로 모아내는 작업에서부터 새 도정 앞에 놓인 과제들이 만만치 않다. [제주의소리]가 새 도정 출범에 앞서 도민통합, 청정 제주 지속가능성, 도민 삶의 질 제고, 10년 후 먹고 사는 문제 등 4회에 걸쳐 민선 8기 도정이 풀어야 할 과제를 점검한다. [편집자 주] 

 

지난 5월 16일 오영훈 제주도지사 후보 선거사무소 주도로 도내 향토기업과 제주 이전 희망 수도권 기업 등이 참여한 '제주지역 상장기업 20개 만들기 협력 업무협약'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지난 5월 16일 오영훈 제주도지사 후보 선거사무소 주도로 도내 향토기업과 제주 이전 희망 수도권 기업 등이 참여한 '제주지역 상장기업 20개 만들기 협력 업무협약'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전국 평균 1인당 국민소득이 3700만원입니다. 제주도 1인당 국민소득 얼마 되는지 아십니까. 2900만원밖에 되지 않습니다. 전국 평균에 비해 한 없이 모자랍니다. 이건 누구의 책임입니까. 지금까지 제주도정을 잘못 이끌어왔다는 반증 아니겠습니까. 전국 평균 수준의 소득도 보장하지 못하는 제주에 살면서 어떻게 자긍심을 갖고 어떻게 대한민국을 리드하겠다 얘기할 수 있겠습니까. 저 오영훈은 약속합니다. 임기 4년 안에 전국 평균 3700만원 수준의 1인당 국민(도민) 소득 반드시 만들어내겠습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 당선인은 6.1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5월 31일 마지막 총력 거리유세 자리에서 제주의 미래경제 비전을 제시했다. 추상적 표현이 아닌 명확한 목표를 자신있게 꺼냈다. '전국 평균 수준의 1인당 도민 소득'이라는 공약에는 함축적 의미가 내포돼 있다. 산업구조의 혁신이 뒷받침돼야만 가능한 목표기 때문이다.

오 당선인의 연설 내용처럼 제주의 1인당 국민소득은 언제나 '전국 최하위권'이라는 수식어를 떨쳐내지 못했다. 제주도의 경우 연 평균 4.5%의 성장을 이어왔고, 2016년에는 한 해 8.0%라는 성장을 기록했지만, 주민 소득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국회가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광역자치단체별 근로소득 연말정산 신고 현황'에 따르면 2020년 제주지역 1인당 평균 총급여액은 3270만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전국 평균 3830만원과 비교하면 560만원이나 적었고, 제주 다음으로 급여액이 낮은 인천(3410만원)과 비교해도 큰 격차를 보였다.

외형적으로 제주는 '대한민국 관광 1번지'임은 물론 가장 살고 싶은 지역으로 꼽힌다. 실제 2010년대 이후에는 인구 유입도 급증하면서 인구 70만 시대를 열었다. 

그럼에도 평균 소득이 낮은 것은 주력산업인 1차산업과 관광산업 외의 산업구조 다변화를 이뤄내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제주는 섬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1차산업과 관광산업이 전체 산업의 80% 이상을 차지할만큼 편중된 구조를 지녔다. 제조업을 중심으로한 2차산업 기반은 취약하고, 타 지역에 비해 자영업자 비중이 크다.

민선8기 제주도정은 '도민 소득을 보장하는 튼튼 경제'라는 목표를 내걸고 산업경제 혁신을 약속했다. 이와 관련된 공약은 27개에 이른다. 

농업과 관련해서는 △제주 농산물 수급관리연합회 설립 △제주형 농수산물 가격안정제 △농산물 가공식품산업 육성을 공약했고, 미래 1차산업과 관련 △친환경농업 기반 확대 △스마트 농업기술 개발 △공익형 직불제 확대 △후계세대 역량 강화 등을 약속했다. 축산·수산업 관련은 △환경친화적 축산업 육성 △수산업의 스마트화 △해양자원 보호 등을 제시했고, 소상공인·자영업자와 관련해선 △탐나는전 지속 발행 △사회적 경제 생태계 구축 등의 과제를 제시했다.

일자리·물류·수출 분야에 있어서도 △맞춤형 일자리 확대 △물류체계 고도화 △신남방시대 수출시장 개척 등의 공약을, 관광 분야에선 △관광 빅데이터 구축 △미래분야 관광산업 전개 △글로벌 워케이션 조성 등의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다.

주로 '손톱 밑 가시'와 같은 주민들의 숙원을 해결해주는 과제들이 주를 이뤘다. 도의원과 국회의원을 차근차근 거치며 지방자치와 지역 사정에 누구보다 밝은 오 당선인이기에 제시할 수 있는 공약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4년 임기 내 수 백만원의 주민 소득을 단숨에 끌어올리는 것은 한계가 있는 공약이라는 평가도 공존한다. 이는 곧 오 당선인이 선거 과정에서 줄곧 약속해 온 핵심과제 '상장기업 20개 육성·유치'가 주목받는 배경이기도 했다.

상장기업이란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돼 주식이 거래되고 있는 기업을 뜻한다. 국내 2500개 달하는 기업이 코스피·코스닥 등에 상장됐지만, 이중 제주의 기업은 전체 0.36%인 9개에 불과하다. 카카오, 제주항공, 제주은행, 제주반도체, 제주맥주 등이 익히 알려진 제주를 대표하는 상장기업이다. 

오 당선인은 향토기업과 이전기업 중 유망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해 상장을 지원하고 기업의 규모화를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수도권 유망 신성장산업 기업을 제주에 유치하고, 수소산업·시스템반도체·생약 기반 바이오헬스 산업을 육성해 제주의 전체 경제 규모를 키우겠다고 약속했다.

실제 오 당선인은 선거운동이 한창이었던 5월 16일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도내 향토기업과 제주 이전 희망 수도권 기업, 투자컨설팅 업체 대표 및 임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제주지역 상장기업 20개 만들기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자리에서 오 당선인은 "상장기업 20개 만들기 프로젝트는 제주와 청년의 미래를 위해 누군가가 나서 해야 할 일이며, 지금부터 반드시 실현해야 할 현안 과제"라며 "제가 발로 뛰면서 직접 보여드릴 것"이라고 자신했다.

다만, 현 시점에서는 실현 가능할지에 의문부호가 붙는 것 또한 사실이다. 당시 협약에 참석한 기업의 면면을 냉정히 따져보면 당장 증권시장 상장을 노리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 기업, OTT용 미디어 콘텐츠 제작 기업, 스파 프로그램 운영 기업, 이커머스 플랫폼 제공 기업 등이 지닌 잠재력을 부정할 순 없으나 그렇다고 반드시 성공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기업 유치의 어려움은 전례가 차고 넘친다. 각종 세제 혜택도 바다 건너 기업들을 유혹하는데 충분치 못했다. 양질의 인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유치 이후 일부 기업은 사실상 철수한 상태나 다름없는 곳도 있다.  

양질의 기업 유치가 곧 양질의 일자리를 담보하는 것만도 아니다. '낮은 인건비'는 제주에 새 둥지를 튼 기업의 메리트 중 하나였다. 수도권과 제주에 모회사와 자회사를 분리 운영하는 모 기업의 경우 수도권 인력과 제주 인력의 임금체계를 달리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20개 상장기업 유치'라는 거대한 과제 앞에서 실현 가능성의 물음표를 지워내는 것이 오영훈 도정이 당장 맞닥뜨려야 할 과제다.

당장의 먹고 사는 문제가 오늘의 일이라면, 10년 후 무엇으로 먹고 살지 미래를 내다보고 준비하는 능력은 지도자가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이다. 오 당선인이 '청년정책'에 사활을 건 것도 맥을 같이 한다.

지역의 미래 세대인 청년들의 유출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고향인 제주에 살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다보니 타 지역으로 떠나는 이들을 막지 못했다. 떠나는 이들을 붙잡기 위한 최적의 대안은 '일자리'일 수 밖에 없다. 

오 당선인은 이에 대한 해법으로 '제주형 청년보장제'를 제시했다. 청년들의 보편적 삶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정책이다.

유럽에서 첫 도입된 청년보장제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의 비경제 활동 기간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뒀고, 국내에 도입되면서 일자리 외에도 주거와 복지 등으로 보장 분야를 확대하고 있다. 제주에서도 청년의 주거, 복지, 문화 등에 대한 다양한 지원정책을 구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민선8기 도정은 단순 지원프로그램 운영에서 벗어나 청년들에게 정책적 자율권을 부과한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전임 도정도, 그 이전의 도정도 산업구조 혁신과 일자리 문제에 있어서는 모두 구호에 그쳤다. 2014년 도지사 후보 시절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지역내총생산인 'GRDP 25조 달성'을 약속했다. 그러나 2016년 취임 2년차 기자회견 자리에서 "선언적 의미였다"고 뒤늦게 한발 뺀 것은 대표적인 장면이었다. 그만큼 지역사회 경제활성화는 난제 중 난제다.

다만, 지역적 특수성이라는 핑계를 대기에는 제주의 위상이 달라졌다. 오 당선인은 제주가 더이상 '대한민국 변방 1%'가 아닌 '대한민국을 선도하는 1%'로 거듭날 것을 공언했다. 유사 이래 제주도가 모든 면에서 이토록 주목받았던 적은 없다. 주민소득은 제주의 자긍심과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오영훈 도정에서 내건 '도민 소득을 보장하는 튼튼 경제'나 '20개 상장기업 유치'라는 공약이 선언적 구호가 아닌 실천적 목표라는 것을 이제 당선인 신분을 벗는 오영훈 제주지사가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 당장 현실적인 먹고사는 문제와 미래산업 청사진을 동시에 챙겨야 하는 투트랙 추진 전략, 그 어느 것도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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