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제주도립예술단 합동 공연 기자간담회 “모든 예술단 무대 오르는 첫 공연” 

한국 고전 소설을 무용극으로 구현하면서 국악을 클래식에 맞게 재구성한다. 제주도립예술단의 네 번째 합동공연 ‘애랑(愛浪)이 넘실’이 지금까지 제주에서 보기 힘든 종합예술극이 될 것이라는 기대다. 

제주도립무용단, 제주교향악단, 제주합창단, 서귀포관악단, 서귀포합창단 등 다섯 개 도립예술단이 모이는 합동공연 ‘애랑이 넘실’은 7월 9일(오후 7시)와 10일(오후 3시) 두 차례에 걸쳐 제주도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열린다. 

'애랑이 넘실'은 조선시대 후기 소설 '배비장전'을 원작으로 삼았는데, 내용이나 형식에 있어 많은 변화를 시도했다.

원작은 권위에 대한 풍자가 핵심이다. ‘애랑이 넘실’은 애랑을 통해서 제주 여성의 주체성과 사랑을 강조했다. 배비장은 정직하고 성실하지만 마음을 닫은 외부인으로 설정했고, 애랑은 그런 배비장을 곯리면서 깨닫게 만드는 사건의 주체로 키웠다.

대본을 맡은 강보람 작가(현 한국문화재재단 디지털콘텐츠 기획운영단 총괄작가)는 3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애랑이 넘실 공연의 주제는 ‘다름과 경계를 넘어서는 소통’으로 정했다. 제주 사람들을 대표하는 애랑과 육지인을 대표하는 배비장, 백성과 관리, 그리고 이번에 새로 추가한 신(소로소·백주또)과 인간 등 서로 다른 것들이 화합하는 과정을 그린다”고 소개했다.

30일 열린 도립예술단 합동공연 기자간담회. ⓒ제주의소리
30일 열린 도립예술단 합동공연 기자간담회. ⓒ제주의소리

내용보다 형식의 변화는 더 파격적이다.

올해는 제주도립무용단 중심으로 꾸려지는 합동공연이라 큰 틀에서는 무용극 중심이다. 애랑 역의 김혜령, 배비장 역의 정승욱, 백주또 역의 김유진을 포함한 도립무용단원 40명이 출연한다.

여기에 제주교향악단 54명, 서귀포관악단 24명, 제주·서귀포합창단 각각 최대 30명도 무대에 오른다. 보통 오페라, 무용극 공연에서 연주자들은 무대 맨 앞에 마련된 별도 공간(오케스트라 피트)에 자리 잡기 마련이다. 하지만 ‘애랑이 넘실’에서는 무대 안쪽 왼편에 교향악단과 관악단이 자리한다. 교향악단과 관악단은 진행 과정에서 각자 연주하거나 함께 연주하기도 한다. 무대 맨 뒤쪽을 차지할 제주·서귀포 합창단 역시 따로 또 같이 노래할 예정이다. 

무용단이 연기할 나머지 무대는 기다란 형태인데, 이곳에 프로젝션 매핑 연출과 홀로그램 효과가 입혀진다. 규모가 줄었지만 모든 도립예술단이 한 무대에 오르는 합동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뿐만 아니라 삽입곡은 홍동기 작곡가가 1998년 제작한 민속뮤지컬 ‘애랑이 보레 옵데가’ 음악을 서양 클래식에 맞게 편곡하고 또 새로 만들었다. 일부 추가되는 대사 연기는 ‘피지컬 크리에이터’ 지서훤과 원로 배우 최종원이 맡는다.

무대·음악·연주·내용 등 작품 모든 요소에 있어 지금까지 도립예술단 활동을 포함해, 제주 공연 예술 전체를 봐도 쉽게 볼 수 없던 것들을 다수 시도한 셈이다.

때문에 간담회에서는 “발표 당시 새로운 예술이었던 스트라빈스키의 발레곡 봄의 제전”(이동호 서귀포관악단 상임지휘자)에 빗대거나 “혁신적인 공연”(김홍식 제주교향악단 상임지휘자), “관객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할 것”(최상윤 서귀포합창단 상임지휘자)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다만 작품 선정 과정에 있어 3개월 이상 소요된 점을 두고 “매해 같은 시기가 되면 도립예술단의 합동공연이 열린다는 기준을 가지고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김정연 제주합창단 상임지휘자), “제주도립예술단이 아닌 다른 단체였다면 불가능한 제작 일정이었다. 도립예술단 합동공연은 철저하게 장기적으로 가야한다”(김태욱 협력 연출)는 조언도 더해졌다.

공연 전체 예술감독을 맡은 김혜림 도립예술단 상임안무자는 “배비장전을 다룬 공연 작품은 매우 많다. 이번 ‘애랑이 넘실’은 원작을 포함한 기존 배비장전 작품과 다르게 주제와 형식에서 차별화를 시도하고자 고심했다. 작품 속 인물들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강형우 제주도 문화예술팀장은 “내년 합동공연은 올해 공연이 끝나면 바로 준비하겠다”며 “앞으로 도립예술단 운영을 전담하는 전문 계약직도 확충해 합동공연을 포함한 보다 나은 도립예술단 운영을 추구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애랑이 넘실’은 24일 오전 9시부터 문화예술진흥원 예매시스템( www.eticketjeju.co.kr )에서 선착순으로 1인당 4매까지 예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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