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의 노동세상] (74) 최저임금 책정의 이면

“최저임금이 만원이면 좋겠어요.”

최저임금이 결정된 29일 도내 고등학교에서 학생노동인권교육 중 최저임금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나온 말이다. 현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학생은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되고 있다는 이야기에 만원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이유를 물으니 내년에는 졸업도 하고 사회인이 되니 임금이 높아지면 좋겠다는 이유란다. 

“최저임금수준으로 노동자와 그 가족이 살기 힘들다.”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6월 한 달간 전국에서 최저임금에 대한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가 진행되었다. 제주에서도 오일장, 제주시청, 노형오거리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진행되었다. 전체 응답자 1875명 가운데 최저임금 수준으로 가족의 생계비가 충족되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이 10명 중 8~9명이었다. 

“아르바이트하는 대학생들은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웁니다.”

6월 22일, 제주시청에서 열린 최저임금 인상을 촉구하는 집회에서 나온 제주대학교 학생의 발언이다. 한 끼에 만원 가까이 되는 식비를 감당하지 못해서 여전히 부모의 지원을 받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더라도 질 좋은 식사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2023년 최저임금 시급 460원 인상 

6월 29일 밤 늦은 시간 2023년 최저임금이 결정되었다. 시급 9620원, 주 40시간을 기준으로 하면 201만원 가량이다. 최저임금 제도가 시행된 지 처음으로 200만원을 넘겼지만 무섭게 오르고 있는 기름 값을 비롯하여 물가인상률을 생각하면 사실상 동결이나 마찬가지다. 최저임금은 매년 7월 1일을 전후하여 최저임금위원회를 통해 결정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총 27명으로 사용자를 대표하는 위원 9명, 노동자를 대표하는 위원 9명, 공익위원 9명으로 구성된다. 공익위원은 정부에서 임명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결정의 막바지에는 주로 정부의 입장이 반영되곤 한다. 올해 역시 협상 막판에 공익위원안으로 9,620원이 제시되었다. 

이에 대하여 사용자위원과 노동자위원의 대부분은 반대하거나 기권을 던졌다. 사용자위원은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다는 이유로, 노동자위원은 실질적인 생계비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결국 공익위원 9명이 포함하여 12명의 위원만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2023년 최저임금이 결정되었다. 

왜 모두가 열심히 일하는데 다들 힘들어야 하는가? 열심히 일한 대가는 누구에게 돌아가고 있는가? 사진은 내년 최저임금 시급 9620원. ⓒ제주의소리
왜 모두가 열심히 일하는데 다들 힘들어야 하는가? 열심히 일한 대가는 누구에게 돌아가고 있는가? 내년 최저임금 시급이 6월29일 늦은 밤 9620원으로 결정됐다. 사용자위원은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노동자위원은 실질 생계비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모두 반대했지만 나머지 위원들이 찬성표를 던져 결정된 임금이다. 최저임금에도 빛과 그림자처럼 입장과 시각이 나뉜다.   ⓒ제주의소리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노동자 355만명 

최저임금이 지금처럼 주목을 받게 된 것은 2000년 이후다.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노동자의 비율이 2% 남짓 하던 수준이 2000년 이후 꾸준히 상승하여 2019년에는 25%까지 올랐다. 올해의 경우는 18% 가량으로 낮아지긴 했지만 노동자의 숫자로는 355만명의 규모다. 최저임금은 노동자 임금의 최저기준을 정하는 제도이다. 업종과 지역에 관계없이, 사업장의 규모에 관계없이 생활할 수 있는 최저기준을 정한 것이다. 하지만 최저임금인상이 곧 나의 임금인상인 노동자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최저임금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더라도 연봉계약을 체결하거나 노동조합에서 임금교섭을 할 때, 최저임금 인상폭이 기준점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이처럼 최저임금의 인상이 곧 나의 월급과 연관이 되다보니 상당수의 노동자가 최저임금 뉴스에 관심이 높다. 또한 노동자를 고용하여 사업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도 직접 인건비와 관련된 결정이기에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시기에 여러 입장을 내며 관심을 쏟는다.

  최저임금 논란에 빠져있는 것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물가가 인상된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고용이 줄어든다.’,

‘아니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서민들의 주머니가 채워져 소비가 늘어나고 경제가 활성화 된다. 서민들의 주머니가 채워져야 자영업자도 살 수 있다.’ 

매년 최저임금 결정시기가 되면 최저임금을 둘러싼 여러 논란이 이어진다. 하지만 이러한 논란에서 빠져있는 것이 있다. 코로나19를 지나면서 노동자는 거리로 쫒기고 소상공인은 허리띠를 졸라매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기회 삼아 막대한 이익을 본 기업들도 있다. 

일례로 최저임금에 민감한 편의점의 경우를 보자. 코로나19 시기에 편의점의 매출이 증가했다고 한다. 실제 CU를 운영하는 BF리테일의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도 대비하여 75%가 증가했고, 순이익은 260억원으로 63.5%가 증가했다. 같은 시기 편의점의 점주들의 살림살이는 좀 나아졌는가? 며칠 전 편의점가맹점협회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점주들의 평균 수익은 겨우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수준이라고 한다. 

점주들이 겨우 적자를 면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과연, 인건비 상승에 따른 최저임금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소상공인의 저소득 해소를 위해 최저임금을 조정하는 대신 영업사에 대한 수수료 감면 등 불공정 거래 정상화, 임대료 인상에 대한 정부 대책, 영세사업장 4대 보험 지원 등 인건비 지원 정책이 더 효과가 있지 않을까? 

  을(乙)들의 연대로 저소득 위기 벗어나야 

오일장에서 설문조사에 참여한 한 자영업자는 1주 노동시간이 80시간이라고 답했다. 정확한 업종을 묻진 못했으나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본인이 더 많은 시간을 일하고 있는 것이리라. 한 달 임금이 얼마냐는 질문에 대한 그의 답변은 400만원 남짓이었다. 만일 1명을 고용하여 주 40시간 일을 한다면 200만원 가량. 최저임금의 수준이다. 실제로 외벌이로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을 하는 경우 가족의 부족한 생계비를 충당하기 위해 부업을 추가로 해야 하는 현실이다. 

왜 모두가 열심히 일하는데 다들 힘들어야 하는가? 열심히 일한 대가는 누구에게 돌아가고 있는가? 고물가 저임금 시대에 살아내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 사회적 불평등을 줄일 수 있는 을들의 연대가 필요하다. 일하는 사람의 노동이 존중 받는 사회가 바로 공정한 사회이다. 


# 김경희

‘평화의 섬 제주’는 일하는 노동자가 평화로울 때 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 노동자의 인권과 권리보장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공인노무사이며 민주노총제주본부 법규국장으로 도민 대상 노동 상담을 하며 법률교육 및 청소년노동인권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