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향평가심의위원 '공무원' 아니라는 '한정위헌'...헌재, 재심기각 위헌

남씨 등 2명의 헌법소원심판에 대해 30일 위헌 결정을 내린 헌법재판소. / 헌법재판소
남씨 등 2명의 헌법소원심판에 대해 30일 위헌 결정을 내린 헌법재판소. / 헌법재판소

10여년전 제주 골프장 재해영향평가 심의과정에서 사업자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대법원에서 실형이 확정된 전 제주대 교수 등 2명 재심 청구를 기각한 재판부의 판단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법조계에서는 ‘한정위헌결정’을 인정하지 않는 대법원과 인정해야 한다는 헌재의 충돌 사례로 해석하고 있다. 

30일 헌법재판소는 전원일치로 위헌 결정을 따르지 않고 재심 청구를 기각한 법원의 판단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사건은 10여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 제주대 교수 남모씨와 옛 탐라대 교수 정모씨는 사업자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에 처해졌으며, 2011년 9월 대법원은 남씨(징역 2년)와 정씨(1년6월)의 징역형을 확정했다. 

이들은 당시 ‘제주도 통합(환경)영향평가심의위원회’ 심의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골프장 관련 재해영향평가 심의 과정에서 지적사항을 해결해주는 대가로 6000만원을 받는 등 2005년부터 2008년 1월까지 골프장 5곳과 용업대행업체 1곳으로부터 2억7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남씨 등 2명은 ‘공무원’인 위촉의원으로 활동하면서 뇌물을 받았다는 범죄 혐의를 받았다. 뇌물 관련 혐의는 공무원과 중재인에게만 적용되며, 중재인은 공무원과 민원인 간의 분쟁을 판단하는 제3자의 의미를 갖는다.   

대법원 확정 판결 이듬해인 2012년 12월 헌법재판소는 남씨 등 2명이 임명됐던 제주특별법에 따른 위촉위원은 ‘공무원’으로 볼 수 없다는 ‘한정위헌’을 결정했다.  

위촉위원은 공무원이 아니라는 한정위헌 판단에 따라 남씨 등 2명은 재심을 청구했지만, 광주고등법원과 대법원에서 2013년과 2014년에 각각 잇따라 기각됐다. 

이에 불복한 남씨 등 2명은 재심 기각에 대해 2014년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고, 이날 헌재가 재심 기각은 위헌이라고 판단한 상황이다. 

헌재는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의 기속력(효력)에 반하는 재판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한정위헌에서 시작된 남씨 등 2명의 재심 청구를 법원이 기각한 것은 청구인(남씨 등 2명)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취지다. 

다만, 남씨 등 2명이 대법 확정 판결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은 기각됐다. 

대법 확정 판결 헌법소원심판 기각은 재판 결과에 문제가 있어 바로 잡아달라는 취지의 헌법소원에 헌재가 개입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과 맞물린다. 

다만, 한정위헌 결정을 따르지 않은 법원의 재판인 남씨 등 2명의 재심 청구 기각에 대해서는 헌재가 개입한 상황이다. 

이는 수십년간 이어진 최고 사법기관인 대법원과 헌재의 의견 충돌로 해석된다. 

명백한 위헌 사례가 아닌 ‘한정위헌’은 어떤 법률을 적용할지, 해당 법률을 어떻게 해석할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대법원은 한정위헌은 각 법원(법관) 판단이나 권한을 침해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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