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주권과 제2공항] 국토부,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 가능 판단...제주도민 자기결정권 무시되나

국토교통부가 제주 제2공항 건설을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2021년 7월 환경부가 제2공항 건설 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반려 결정을 내린지 1년 만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제2공항의 조속한 추진을 약속했다. 원희룡 국토부장관도 제주도지사 시절 제2공항 추진 의사를 명확히 했다. 잠잠하던 제2공항 건설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이를 둘러싼 환경 훼손과 도민사회 찬반 갈등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제주의소리]는 도민주권시대, 도민정부시대를 선언한 오영훈 도정에서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보완의 의미와 향후 논란이 될 쟁점을 세 차례에 걸쳐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왼쪽부터 오영훈 제주도지사, 윤석열 대통령,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 세 인사의 제주 제2공항 관련 발언의 핵심.
왼쪽부터 오영훈 제주도지사, 윤석열 대통령,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 세 인사의 제주 제2공항 관련 발언의 핵심.

제주 제2공항 건설을 둘러싼 도민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지역 최대 현안인 제주 제2공항 건설과 관련해 ‘조속한 추진’을 언급했다. 곧이어 제주지역 제1공약으로 내세웠다.

윤 대통령이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를 국토부장관으로 임명하면서 제2공항 강행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원 장관은 제주지사 시절 미래 세대를 언급하며 제2공항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국토부는 최근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가능성 검토 연구용역’의 최종보고회를 열어 환경부가 반려한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해 보완이 가능하다고 사실상 결론 내렸다.

2021년 7월 환경부의 반려 결정 1년 만에 재추진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당시 환경부는 조류 및 서식지 보호, 항공기 소음 영향, 숨골 및 멸종위기야생생물 보존 문제를 제기했다.

국토부는 환경부의 지적 사항에 대해 보완이 가능하고 판단했다. 향후 국토부는 윤석열 정부의 제주 공약에 맞춰 부처간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절차를 다시 진행하게 된다.

환경영향평가법 제16조에는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상계획을 수립하려는 행정기관의 장은 계획을 확정하기 전에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해 환경부장관에게 협의를 요청하도록 돼 있다.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 협의는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 절차를 진행하기 전 마지막 절차다. 환경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서를 받으면 검토 후 40일 이내 협의 결과를 제시해야 한다.

환경부가 동의나 조건부 동의 의견을 제시하면 협의 절차는 사실상 마무리된다. 이후 국토부는 항공정책위원회를 열어 ‘제주 제2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안)’을 심의한다.

심의를 통과하면 원희룡 장관이 기본계획안을 수립·고시하게 된다. 이후 설계 착수와 사업 부지 매입 등을 거쳐 착공에 들어간다. 준공과 개항까지 최소 5년이 걸린다.

정부가 구상 중인 제2공항은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 545만6437㎡ 부지에 들어선다. 16만7380㎡ 규모의 여객터미널과 길이 3.2km의 활주로 1본, 평행유도로 2본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반대로 환경부가 부동의(재검토)하거나 재차 반려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환경부는 중요한 사항이 누락되는 등 전략환경영향평가서가 적정하게 작성되지 않을 경우 협의를 중단할 수 있다.

국토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상계획을 축소·조정해도 그 계획의 추진으로 환경 훼손 또는 자연생태계의 변화가 현저하거나 현저하게 될 우려가 있는 경우 재검토를 요구할 수도 있다.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상계획이 국가환경정책에 부합하지 않거나 생태적으로 보전가치가 높은 지역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도 규모나 시행시기 조정 요구가 가능하다.

제주 제2공항 성산읍 예정부지. 국토부는 지난 2019년 6월 최종 발표한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수립용역 최종보고회자료에서 제주 제2공항에 국내선 여객수요 50%를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 제2공항 성산읍 예정부지. 국토부는 지난 2019년 6월 최종 발표한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수립용역 최종보고회자료에서 제주 제2공항을 국제선 없이 국내선 여객수요 50%를 분담하는 공항으로 건설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문제는 윤석열 정부에서 환경부가 이처럼 철저한 협의 절차에 나서느냐 여부다. 문재인 정부에서 환경부는 조류 충돌과 동굴 조사 등을 이유로 두 차례 이상 자료 보완을 요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제2공항의 운영권을 한국공항공사에서 제주도로 이양하는 방안까지 언급했다. 가칭 제주공항공사를 설립해 운영 이익을 도민들에게 돌려주겠다는 취지다.

제2공항 건설 후보지인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에 에어시티지구를 조성하고 스마트혁신과 항공물류 지구를 추가로 구축하는 등 환경훼손 우려에 대한 당근책을 줄줄이 꺼내 들었다.

'도민정부시대'를 선언한 민선 8기 제주도정 출범과 동시에 제2공항 현안이 불거지면서 오영훈 제주도지사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국책사업에 대한 제주도지사의 법적 권한 자체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오 지사도 이를 의식한 듯 취임식 당일 “중앙부처 사업에 도지사가 갖고 있는 법적 권한이 무엇이냐. 제주도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때를 기다리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후보 시절 오 지사는 제주도민의 자기결정권 보장을 강조해 왔다. 당시 제2공항에 대해서는 “아무리 국책사업이라고 해도 도민들의 호응이 없다면 추진하기 어렵다”고 발언했다.

국토부는 제6차 공항개발종합계획에 제주 제2공항 건설을 이미 포함했다. 올해 본 예산에도 제주 제2공항 사업비 명목으로 425억원을 편성하며 추진 의사를 명확히 하고 있다.

오 지사는 제2공항 논란에 대해 조만간 원 장관과 만나 대화 할 예정이다. 전현직 도지사가 과연 어떤 의미를 부여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업 추진이든 백지화든 새로운 대안이든 핵심은 '도민의 자기 결정권'을 보장하지 않는 사업은 추진 동력을 얻을 수 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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