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긴 생각] 여든 아홉 번째 / 이문호 교수

시간이 지날수록 제주다움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제주출신의 공학자, 이문호 전북대학교 초빙교수가 '제주의소리' 독자들과 만난다. 제주다움과 고향에 대한 깊은 성찰까지 필자의 제언을 ‘짧은 글, 긴 생각’ 코너를 통해 만나본다. / 편집자 주


1.
시인을 꿈꿨던 허준이(39)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KIAS) 수학부 석학교수.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로 서울대 자연 과학 대학에 진학, 6년 만에 졸업하고 미시건대서 2014년 수학박사를 받았고 올해 수학계 노벨상인 필즈상을 받았다. 필즈상은 1924년 캐나다 토론토대학 존 필드(John Field) 교수 이름에서 비롯됐다. 수학 개념 ‘Field(장, 場)’을 연구한 수학자는 ‘Galois Field’의 천재 갈루아가 꼽힌다. 그리고 밭의 경계로 다툼을 벌리는 제주사람의 숙제를 단숨에 사람 인(人)자로 해결한 김구 판관을 그에 못지 않은 인물로 꼽겠다. 

2.
불운의 수학천재 에바리스트 갈루아(Évariste Galois), 소위 갈루아 필드(Galois Field)다. 갈루아(Évariste Galois, 1811~1832)는 당시 난제로 꼽혔던 ‘근(根)의 공식이 5차 방정식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해낸 수학자다. 더 놀라운 것은 이 답을 구한 시기가 바로 십 대 소년 시절이다. 그가 죽기 전 날 친구에게 쓴 유언 편지가 그 유명한 GF(Galois Field, 㙊)이다. 현재 GF는 이동통신, 통신보안, 금융수학 등에 매우 요긴하게 쓰인다.

제주밭담 / 사진제공=김환철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밭담 / 사진제공=김환철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3. 
필자의 상상력으로 김구 판관의 입장을 재현해봤다. 아래 내용은 필자가 2019년 9월 27일 [제주의소리]에 소개한 ‘김구 판관의 밭담네트워크’의 일부분이다. 

“돌은 사람이오, 앞에 눈사람처럼 놓인 돌들 모양이 바로 사람 인(人) 자로 좌우 대칭,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소. 비바리(飛髮) 처녀들보다도 아름다운 모양이오. 두 번째 돌들도 사람 인, 세 번째 돌들도 사람인 자 모양, 3(1+1+1)=9 이니 돌 아홉 덩어리 연결이 맞소. 이게 앞으로 제주 1000년 후, 아니 오는 1000년까지도 먹여 살리는 밭담 기술 아이디어요. 돌 사이 구멍은 잔돌로 막지 말면 바람이 들락거리는 바람 창(Wind Window)이요. 바람 창을 막으면 밭담은 무너지오.” 김구가 먹물 붓으로 스케치한 그림을 잘 들어 보였다.   

윗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a) 돌사람, (b) 3+3+3 石 Networks, (c) 삼각밭돌담 , (d)사각밭돌담. (e)원형밭담 '캐', (f)원추형밭담 '캐', (g)사다리꼴 밭담 '캐', (h)사다리꼴 밭담.<br><br>*캐는 제주사투리로 여러 밭들을 포함한다는 말. 제공=이문호.&nbsp;ⓒ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윗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a) 돌사람, (b) 3+3+3 石 Networks, (c) 삼각밭돌담 , (d)사각밭돌담. (e)원형밭담 '캐', (f)원추형밭담 '캐', (g)사다리꼴 밭담 '캐', (h)사다리꼴 밭담.

*캐는 제주사투리로 여러 밭들을 포함한다는 말. 제공=이문호.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이렇게 김구 판관은 1234년 사람 인 자(人)를 땅(Field, 場) 위에 돌로 세워 연결시킨 위상기하학 조합을 생각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자기 이름도 언덕 구(丘)에서 흙 밭의 언덕인 밭담 구(坵)로 바꿨다. 김구(金坵)는 실용주의 Humanist다. 제주 사랑이 하늘과 같다.

허준이 교수는 세상에 조합론에 남겨진 해결되지 않은 난제(Read’s Conjecture, Rota-Heron-Welsh Conjecture)들을 대수기하학에서 배운 아이디어를 접목해 해결한 것이다. 허준이 교수를 보며 김구 판관의 제주 사랑을 새삼 되새겨 본다.


# 이문호

이문호 교수는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출신 전기통신 기술사(1980)로 일본 동경대 전자과(1990), 전남대 전기과(1984)에서 공학박사를 각각 받고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서 포스트닥(1985) 과정을 밟았다. 이후 캐나다 Concordia대학, 호주 울릉공- RMIT대학, 독일 뮌헨,하노버-아흔대학 등에서 연구교수를 지냈다. 1970년대는 제주 남양 MBC 송신소장을 역임했고 1980년부터 전북대 전자공학부 교수,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며 세계최초 Jacket 행렬을 발견했다. 2007년 이달의 과학자상, 과학기술훈장 도약장, 해동 정보통신 학술대상, 한국통신학회, 대한전자공학회 논문상, 2013년 제주-전북도 문화상(학술)을 수상했고 2015년 국가연구개발 100선선정, 2018년 한국공학교육학회 논문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제주문화의 원형(原型)과 정낭(錠木) 관련 이동통신 DNA코드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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