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1) 달라진 갈등구도와 오영훈 도지사의 역할 / 강영진

# 제2공항 둘러싼 새로운 갈등구도, ‘강 대 강’의 대결 태세

강영진 한국갈등해결연구원장, 전 제주제2공항 타당성검토위원회 위원장
강영진 한국갈등해결연구원장, 전 제주제2공항 타당성검토위원회 위원장

제주 제2공항 문제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갈등 구도가 이전과 크게 달라지면서 앞으로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제2공항은 국가 예산으로 추진되는 중앙정부의 사업으로서, 대통령과 국토부 장관이 어떤 입장을 갖느냐가 우선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간 제2공항 갈등을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추진 측과 반대 측 간에 많은 일이 있었고 중요한 결실도 맺어져 왔다. 그런 것을 완전히 무시하고 ‘성산 제2공항 조속 착공’을 제주도의 제1공약으로 내건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도민 여론은 반대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제2공항 강행 입장을 강하게 취했던 당시 원희룡 도지사가 국토부 장관이 되었다. 국토부 관료들도 계속 추진 입장을 공공연히 드러내 왔다. 

중앙정부가 제2공항 강행 태세로 강력한 진용을 구축한 데 대해, 제2공항 반대 측은 어떤가? 성산반대대책위와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그리고 다수의 도민은 전혀 물러설 기색 없이 반대 뜻을 분명히 밝히며 맞서고 있다. 근래 실시된 모든 여론조사도 그렇고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도 제주도민 중 다수는 일관되게 ‘제2공항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혀왔다. 

결국, 중앙정부와 제주도민 다수가 ‘강 대 강’으로 부딪히는 상황이 펼쳐지게 됐다. 이 점이 이전 정부 때와 크게 달라진 점이다. 향후 벌어질 사태에 대해 우려를 낳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런 갈등 구도는 그리 새삼스러울 것도 없이 제주도민들에게 이미 익숙해진 풍경이기도 하다. 강정 해군기지를 비롯한 숱한 국책사업 추진과정에서 흔히 벌어졌던 병가지상사기도 하다. 일제강점기와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더 고약해진다. 거의 도민들의 일상이 되고 아예 천운처럼 여겨질 정도다.   

# 도지사 역할 가장 중요, 강정의 비극 반복 않으려면

이런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해지는 것이 도지사다. 도지사가 어떤 사람이고 무슨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갈등의 경로가 좌우되고 제주의 미래가 달라진다. 그간 이른바 국책사업 혹은 국가정책 관련 갈등이 있을 때마다 도지사는 자신을 뽑아준 도민이 아니라 중앙정부 편이 되어 사업을 강행 추진하곤 했다. 도민들은 늘 중앙정부와 한편이 된 도백에 맞서 외롭고 힘겨운 싸움을 계속해야 했다. 

그런 면에서 특히 경계해야 할 비극적 선례가 강정 해군기지다. 사업내용이 군항과 공항이란 차이만 있을 뿐, 추진방식이나 갈등 구도 등 여러 면에서 제2공항은 강정 해군기지와 유사점이 많은 사례다. 

특히,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입지를 선정하며 강력하게 추진하고, 도민사회가 찬반 양론으로 갈린 점 등 갈등 구도와 양상이 거의 같다. 이에 대해 해군기지 갈등 당시 김태환 전 지사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한 제주특별자치도의 입장’을 공식 발표하면서 “도민의 합의 없이는 해군기지가 강행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라고 못 박은 바 있다.  

그러나, 결국 중앙정부에 보조를 맞추며 이상한 형태로 여론조사를 하고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게 한 바 있다. 그 여파는 쪼개진 강정마을과 도민사회에 여전히 쓰린 상처, 어두운 그림자로 남아있다. 

제2공항 문제로 또다시 그런 비극이 되풀이되도록 해선 결코 안된다. 그런 면에서 신임 도지사에게 우선 희망과 기대를 걸게 된다. 제2공항과 관련해 이전의 도지사와는 전혀 다른 입장과 행보를 보여온 야당 의원 출신이다. 지난 정부에서 당정 협의를 통해 도민 의견수렴에 의한 제2공항 갈등해결의 길을 만들어낸 주역이기도 하다. 

오영훈 지사는 선거 과정에서 제2공항 문제 해결 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 필요 ▲악화된 도민갈등 해결 ▲제주와 도민 이익 최우선 ▲도민 결정권 확보 등 네 가지다. 공감이 가는 원칙이다. 

이 네 가지 원칙 중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도민 결정권’이다. 제2공항 문제는 제주도민들의 삶의 질과 환경, 미래를 좌우하는 너무나 중요한 문제다. 따라서, 대통령도 국토부 장관도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직접 당사자인 제주도민들이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는 문제인 것이다.

오영훈 지사도 당선인 시절 언론 인터뷰에서 그런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무엇보다 우선돼야 할 것은 제주도민의 자기결정권 보장이다. 아무리 국책사업이라고 해도 도민들의 호응이 없다면 추진하기 어렵다.” - (한겨레, 2022.06.20.)

도민의 자기결정권은 분명히 하되, 한편으론 깊이 고민스런 점도 없지 않을 것이다. 국회의원일 때와는 달리 지금은 도지사로서 여러 입장과 의견, 이해관계를 가진 도민 모두를 아울러야 하기 때문이다. 이전 도지사들 처럼 도민들에게 등을 돌리고 중앙정부 편에 서거나, 도지사 자신이 어느 한쪽에 치우친 입장이면 사태를 더 악화시킬 뿐이기 때문이다.   

오영훈 지사가 취임사에서 제2공항을 비롯한 갈등문제 해결의 방향에 대해 밝히면서 ▲제주와 도민의 이익을 최우선하는 실용주의와 함께 ▲찬반을 뛰어넘어 집단지성을 통해 대화로 문제 해결이란 원칙을 내건 것도 그런 고민에서 우러난 것으로 보인다. 

방향과 원칙은 지극히 옳고 바람직하다. 필자도 개인적으로 적극 공감한다. 문제는 그것이야말로 정말 어려운 길이란 점이다. 특히, 대통령과 국토부가 저리 강경한 태세인 상황에서는 더욱 힘들고 위태롭고 좁은 길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의지만 있으면 길은 얼마든지 있다. 길이 안 보이면, 새로 내면 된다. 어떻게 하면 도민 이익을 최우선시하며 찬반을 뛰어넘어 도민들의 자기결정권을 지킬 수 있을지 다음 편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 강영진 한국갈등해결연구원장, 전 제주제2공항 타당성검토위원회 위원장 

# 강영진 원장은? 

한국갈등해결연구원장

전 제주제2공항 타당성검토위원회 위원장

국토교통부 위촉으로 「공항갈등포럼」 위원장, 「제주제2공항 타당성검토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으며, 제주도와 도의회가 공동 구성한 「제2공항 여론조사 공정관리위원회」 위원으로서 도민의견 수렴과정을 기획‧주관한 바 있다. 현재 「대통령직속 2050탄소중립위원회」 국민참여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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