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124)

gov·ern [gʌv́ ǝrn] vt. (국가·국민 등을) 다스리다
사름 테우리 허젠 허믄

(사람을 다스리려 하면)


govern은 13세기 말 프랑스어에서 차용(borrowing)된 어휘로서, “다스리다(=rule)”라는 뜻을 갖는다. 이 govern이란 어근(root)에서 파생(derivation)된 낱말로는 governance “통치”, government “정부”, governor “통치자” 등이 있다. govern의 어원적 의미는 “통치하다(=to rule with authority)”에 가깝지만, 그 ‘다스림’이란 통치자로서 국가와 국민을 다스리는 일에서부터 윗사람(the superior)으로서 아랫사람(the inferior)을 다스리는 일, 부모로서 자식을 다스리는 일, 나아가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 일까지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notion)으로 볼 수 있다.

다스린다는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방향대로 이끌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내 맘대로 그 사람을 다스리는 기술을 터득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놓아두는 것,
이것이 가장 훌륭하고 참된 다스림이다.
상대를 어떻게 해 보겠다는 마음,
내 생각대로 잘 다스려 보겠다는 마음,
내 고집대로 움직이겠다는 마음을
다 놓아버리고,
다만 가만히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아 주면 된다.
사람을 다스리는 방법도
우리 자신을 다스리는 방법과 똑같다.
나를 다스리듯
사람을 다스리면 된다.

- 법상스님의 ‘사람을 잘 다스리는 방법’ 중에서

나무를 잘 다스리는 목공(carpenter)이나 흙을 잘 다스리는 도공(potter)이 나무나 흙의 성질(properties)을 변하게 할 수 있듯이, 성인(saint)의 다스림도 그의 생각대로 행해진다면 백성들의 참된 성품(true character)을 해칠 수 있다고 장자(莊子)는 지적한다. 아무리 성인이라 해도 그의 지식이나 성장배경(his background of growth)이 갖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으며, 그가 그의 생각을 고집하는 순간 깊고 포괄적인(conprehensive) 시각이 결여되면서 자기의 의도(intention)로 통치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 장자는 이러한 의식적(conscious) 행위를 인위(人爲)라 하고 가장 나쁜 행위가 인위에 의한 통치 행위이며, 이것이야말로 온갖 갈등(conflict)과 대립(confrontation)의 원인이 된다고 보았다.

아무리 성인이라 해도 그의 지식이나 성장배경(his background of growth)이 갖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으며, 그가 그의 생각을 고집하는 순간 깊고 포괄적인(conprehensive) 시각이 결여되면서 자기의 의도(intention)로 통치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 사진=픽사베이.
아무리 성인이라 해도 그의 지식이나 성장배경(his background of growth)이 갖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으며, 그가 그의 생각을 고집하는 순간 깊고 포괄적인(conprehensive) 시각이 결여되면서 자기의 의도(intention)로 통치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 사진=픽사베이.

여기서의 요체(key point)는 개인의 생각을 배제하고 사물을 그 자체로 볼 수 있는가의 여부다. 개인의 생각으로 보면 물오리(duck)의 다리는 짧고 학(crane)의 다리는 길다고 볼 수 있지만, 사물 그 자체로 보면 물오리의 다리는 짧지도 않고 학의 다리도 길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물오리나 학은 각자의 환경에서 살아가는데 최적의(optimal) 신체적 특성(physical characteristics)을 갖고 있을 뿐이란 것이다. 새를 기른다면 자기의 방식이 아니라 새의 방식
으로 길러야 하고, 사람을 다스린다면 백성들 각자가 자발적으로(voluntarily) 다양한 개성을 실현(realization)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위(無爲)의 다스림‘인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생태계(ecosystem)의 파괴, 지구 자원의 고갈(depletion), 흙과 물과 공기의 오염(contamination)과 같은 환경문제도 인류가 자기중심적인(egocentric) 관점에서 사물을 봄으로 해서 일어나는 피해들(damages)이다. 새롭게 출범하는 제주도정의 지혜로운(wise) 다스림을 기대하여 본다. 

* ‘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코너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에 재직 중인 김재원 교수가 시사성 있는 키워드 ‘영어어휘’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어원적 의미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 코너입니다. 제주 태생인 그가 ‘한줄 제주어’로 키워드 영어어휘를 소개하는 것도 이 코너를 즐기는 백미입니다.


# 김재원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現)
언론중재위원회 위원(前)

미래영어영문학회 회장(前)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장(現)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