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검사 동일체’ 문화 검찰, 직권재심서 ‘선별’ 제기 가능성 비판 높아

검찰의 제주4.3 특별재심 청구자에 대한 사상검증 논란이 커지면서 직권재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괄재심’으로 정리된 줄 알았던 ‘선별재심’ 논란이 사상검증 논란의 의해 다시 점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 12일 제주4.3 희생자에 대한 특별재심 심문기일에서 68명(군사재판 67명, 일반재판 1명) 중 4명에 대해 희생자로서 결격사유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논란이다. 

제주4.3특별법(4.3특별법)에 따라 4.3희생자 결정은 국무총리 산하 ‘제주4.3사건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4.3중앙위원회)’가 맡고 있으며, 현재까지 인정된 4.3 희생자는 1만3000명이 넘는다. 

정부 4.3중앙위원회는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아 기획재정부·법무부·국방부·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 각 정무부처 장관과 법제처장, 제주도지사 등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가하며, 국회 추천 4명과 유족대표 등이 참여해 구성된다. 

이번 특별재심 심문기일에서 검찰은 “4.3중앙위원회의 희생자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히면서도 “제한된 자료와 참고문헌을 중심으로 헌법재판소에서 말하는 기준에 따라 희생자로 인정될 수 있는지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검찰의 주장은 정부 4.3중앙위원회가 결정한 4.3희생자에 대해 그 중 일부를 희생자에서 취소시켜야 한다는 극우세력들의 지속적인 4.3폄훼 주장과 다르지 않기에 논란이 심상치 않다. 희생자로 결정해선 안될 사람까지 희생자로 결정됐다는 주장이다. 

제주4.3특별법 특별재심 관련 조항. ⓒ제주의소리
제주4.3특별법 특별재심 관련 조항. ⓒ제주의소리

  전면 개정 제주4.3특별법에는

4.3특별법 전면 개정으로 4.3피해자에 대한 재심 절차가 다소 완화됐다. 70여년전 제주에서 발생한 국가폭력의 의한 피해 당사자와 그 유족들이 고령인 점이 참작됐다.

고령인 피해자와 유족들이 별세하기 전에 이들의 명예가 회복돼야 한다는 취지다. 

제14조(특별재심) ① 희생자로서 제주4·3사건으로 인하여 유죄의 확정판결을 선고받은 사람, 수형인 명부 등 관련 자료로서 위와 같은 사람으로 인정되는 사람은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424조 및 「군사법원법」 제469조, 제473조에도 불구하고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② 1948년 12월 29일에 작성된 「제주도계엄지구 고등군법회의 명령 제20호」와 1949년 7월 3일부터 7월 9일 사이에 작성된 「고등군법회의 명령 제1호」부터 「고등군법회의 명령 제18호」까지 및 각각의 명령서에 첨부된 「별지」상에 기재된 사람은 제1항의 유죄의 확정판결을 선고받은 사람으로 본다.
③ 「형사소송법」 제423조 및 「군사법원법」 제472조에도 불구하고 재심의 청구는 제주지방법원이 관할한다.
④ 제1항의 재심에 관한 절차는 그 재심의 성격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형사소송법」과 「군사법원법」의 해당 조항을 적용한다.
제15조(직권재심 청구의 권고) ① 위원회는 제14조제2항의 1948년 12월 29일에 작성된 「제주도계엄지구 고등군법회의 명령 제20호」와 1949년 7월 3일부터 7월 9일 사이에 작성된 「고등군법회의 명령 제1호」부터 「고등군법회의 명령 제18호」까지 및 각각의 명령서에 첨부된 「별지」상에 기재된 사람에 대한 유죄판결의 직권재심 청구를 법무부장관에 권고할 수 있다.
② 법무부장관은 제1항의 권고의 취지에 따른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4.3특별법이 전면개정되면서 ‘특별재심’과 ‘직권재심’이라는 법률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 이전까지는 통상적인 형사사건과 같은 ‘재심’ 사건으로, 제주에서는 ‘군사재판 재심’과 ‘일반재판 재심’으로 불렸다. 

지금은 4.3특별법에 따라 4.3 ‘희생자’의 경우 특별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또한 1948년 12월29일에 작성된 ‘제주도계엄지구 고등군법회의 명령 제20호’와 1949년 7월3일부터 7월 9일 사이에 작성된 ‘고등군법회의 명령 제1~18호’ 상에 기재된 사람은 ‘제주4.3사건 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합동수행단)’ 차원에서 직권재심을 청구하고 있다. 

이들은 ‘수형인 명부’라 불리는 문서에 기재돼 있으며, 합동수행단은 수형인 명부를 중심으로 직권재심을 청구하고 있다. 

  특별재심 사상검증 논란...직권재심에 영향 줄 수도

관련 법률에 따라 4.3희생자로 결정된 사람의 이전 전력 등은 특별재심에서 주요 논의 대상이 아니다. 심지어 4.3중앙위원회는 관련 자료를 충분히 검토해 희생자를 결정해 오고 있다. 

또 피해자들은 4.3 당시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되지 않은 ‘불법적’인 재판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굳이 4.3특별법이 아니더라도 일반 형사소송법, 군사법원법에 따라서도 재심을 청구할 자격이 있다. 다만, 관련 절차가 특별재심, 직권재심보다는 시간이 더 소요될 뿐이다. 

4.3희생자에 대한 사상검증 논란을 일으킨 검찰에 대한 도민 사회의 비판이 커지는 이유다. 더 큰 우려는 이번 사상검증 논란이 직권재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4.3 희생자로 결정된 사람에게도 문제를 제기한 검찰이 수형인 명부에만 기재돼 있고 희생자로 결정되지 않은 4.3 피해자에게도 향후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검찰은 하나라는 ‘검사 동일체 원칙’이라는 문화 때문이다. 

전국의 검사들이 검찰권을 행사할 때에, 검찰 총장을 정점으로 상하 복종 관계에서 하나의 유기적 조직체로서 활동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검찰 사무의 신속성, 통일성, 공정성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처럼 검찰은 내부적으로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더라도 외부에는 절대 흔들리지 않는 하나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검찰 동일체’ 문화는 최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혹은 ‘검경 수사권 조정’ 논란에서 전국 검찰 조직이 동시다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일관되게 낸 것이 하나의 사례다. 

이번 4.3희생자 일부에 대한 사상검증 논란도 담당 검사 개인의 판단보다는 검찰 지휘부, 조직의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제주4.3특별법 직권재심 관령 조항. ⓒ제주의소리
제주4.3특별법 직권재심 관령 조항. ⓒ제주의소리

  앞선 ‘선별재심’, ‘일괄재심’ 논란 재점화 우려

수형인 명부에는 총 2530명의 이름이 기재돼 있다. 합동수행단이 구성되기 전 법무부와 행안부가 수형인 명부에 기재된 4.3 피해자 중 희생자로 결정되지 않은 600여명을 제외하려 한다는 ‘선별재심(선택재심)’ 논란이 일었다. 

이에 도민사회 각계각층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일었고, 수형인 명부에 기재된 피해자 모두 일괄해 재심해야 한다는 4.3중앙위원회의 의견을 수용한 당시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대검에 ‘일괄재심’을 지시하면서 논란은 끝나는 듯 했다. 

7월16일 기준 총 9차 직권재심이 마무리돼 220명의 명예가 회복됐다. 추가로 10~12차(각 30명씩 총 90명) 직권재심이 청구돼 공판을 앞두고 있다. 

합동수행단은 고검검사급 검사를 단장으로 해 검사 2명과 수사관, 경찰 등으로 구성됐으며, 사실상 제주지방검찰청의 산하 기관으로 여겨진다. 

특별재심에서 사상검증 논란을 일으킨 검찰이 검사동일체 문화 영향인듯 직권재심에서도 비슷한 논란인 선별재심을 언급하면서 다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이에 대해 합동수행단 관계자는 “이전처럼 직권재심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특별재심에서의 사상검증 논란이 직권재심의 ‘선별재심’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도민 사회의 우려는 공감한다. 다만, 대검찰청과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그럼에도 합동수행단은 직권재심을 문제없이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013년 제주4.3유족회와 경우회가 손을 맞잡고 화해와 상생을 선언하는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2013년 제주4.3유족회와 경우회가 손을 맞잡고 화해와 상생을 선언하는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화해와 상생’ 제주4.3의 정신

제주4.3이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화해와 상생’의 상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2013년 8월 당시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제주도재향경우회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화해의 맞손을 잡으면서다. 

당시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제주도재향경우회는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60여년 넘게 이어져온 갈등과 반목을 접고, ‘화해와 상생’을 선언했다. 

수십년간 서로 등을 돌려 서로가 서로에게 ‘가해자’라고, 서로가 자신을 ‘피해자’라고 반목해오던 두 단체는 “4.3이라는 광풍 속에서 우리 모두가 피해자”라고 선언했다.  

상대방의 주장을 묵살하던 두 단체는 이념 갈등이 극에 달했던 4.3 당시의 시대 상황 때문에 서로를 미워할 수밖에 없었지만, 앞으로는 서로 미워하지 않고 오랜 갈등을 치유하면서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앞장서겠다면서 함께 손을 잡았다. 

피해 당사자들이 ‘화해와 상생’을 선언해 서로를 용서한 상황이다. 

검찰총장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으로 올해 4월3일 제74주년 4.3추념식을 찾아 “4.3의 아픔을 치유하고 상흔을 돌보는 것은 4.3을 기억하는 바로 우리의 책임이며, 화해와 상생, 그리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대한민국의 몫이다. 4.3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온전한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4.3 명예회복을 위한 중단없는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4.3희생자들에 대한 검찰의 사상검증 논란이 직권재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검찰을 향한 도민사회 비판의 목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올해 제74주년 제주4.3추념식을 찾아 중단없는 지원을 약속한 윤석열 대통령.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올해 제74주년 제주4.3추념식을 찾아 중단없는 지원을 약속한 윤석열 대통령.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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