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돌문화공원] ① 공원 정체성 흔드는 전기차 확대

1998년 북제주군 시절부터 “돌문화, 설문대할망신화, 민속문화를 집대성한 역사와 문화의 공간”이란 기조를 유지하면서 국내·외 무수한 인사들로부터 찬사를 받는 제주돌문화공원.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런 기조가 급격히 무너지면서 돌문화공원을 사랑하는 많은 이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제주의소리]는 연속기획으로 돌문화공원의 실태와 문제점, 대안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기사 수정=7월 18일 오후 5시 13분]

덤프트럭 매연 냄새가 코끝을 찌른다. 오백장군 현무암 보다 전기셔틀차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요즘 제주돌문화공원(돌문화공원) 풍경이다. 

돌문화공원이 위기를 맞고 있다. 교통약자를 위해 도입한 전기차가 사실상 일반 관람객용으로 쓰이고 차량 운행을 확대하는 모양새다. 돌문화공원의 정체성이 행정 편의주의로 의해 심각하게 훼손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다.

지난 8일 제주돌문화공원에서 전기차 도로 확충을 위해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제주의소리
지난 8일 제주돌문화공원에서 전기차 도로 확충을 위해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제주의소리
대기 중인 전기셔틀차. ⓒ제주의소리
대기 중인 전기셔틀차. ⓒ제주의소리

제주도 돌문화공원사업소는 4월 26일부터 ‘돌문화공원내 기반시설 정비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돌문화공원 중심을 가로지르는 콘크리트 도로를 확장·포장하는 내용이다. 

도로 확장 이유는 전기셔틀차. 돌문화공원은 지난해 10월 16일부터 공원 안에서 다인승 전기셔틀차를 운영하고 있다. 셔틀차가 다니기에 기존 포장도로는 폭이 좁기에, 안전 사고를 방지하고자 폭을 늘리겠다는 설명이다.

돌문화공원 '어머니의 방' 앞은 포크레인과 덤프트럭이 오가면서 도로 길을 파내는 중이고, 새로 지은 전기셔틀차 탑승장 앞으로 검은 콘크리트는 잔디 밭을 좌우로 갈라놨다. 특히, 제주돌박물관 잔디광장 도로에는 회색 콘크리트가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시공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인지 이질적으로 느껴질 만큼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돌문화공원 사업소 관계자는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회색 콘크리트에는 주변 색과 어울리도록 도료를 도포해서 어울리도록 조치할 예정”이라면서 “돌문화공원이 가진 분위기를 최대한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기셔틀차 도로를 포장하기 위해 흙을 파내고 포장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전기셔틀차가 다닐 도로 포장공사가 한창이다.  ⓒ제주의소리
물장오리 상징 연못 앞에 새로 지어진 전기셔틀차 탑승장. ⓒ제주의소리
물장오리 상징 연못 앞에 새로 지어진 전기셔틀차 탑승장. ⓒ제주의소리
탑승장 앞으로 도로 포장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제주의소리
탑승장 앞으로 도로 포장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제주의소리
도로 포장 공사 현장 모습. ⓒ제주의소리
도로 포장 공사 현장 모습. ⓒ제주의소리
새로 깔린 콘크리트 포장 도로. ⓒ제주의소리
새로 깔린 콘크리트 포장 도로. ⓒ제주의소리
새로 깔린 콘크리트 포장 도로와 공사안내문. ⓒ제주의소리
새로 깔린 콘크리트 포장 도로와 공사안내문. ⓒ제주의소리
전기셔틀차 운행 코스. ⓒ제주의소리
전기셔틀차 운행 코스. ⓒ제주의소리

돌문화공원 사업소는 지난해 10월 18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전기셔틀차 도입 이유가 “노인, 아동 등 교통약자 등의 관람동선 이동편의 제공”이라고 밝혔다. 돌문화공원 부지 전체 면적은 96만9759㎡(29만3352평)에 달한다. 폭염이나 강추위 같은 악천후 상황에서 교통약자들은 공원을 관람하기 더 어렵기 마련이다.

그러나 전기셔틀차 도입 1년을 바라보는 현 시점에서 본래 취지는 퇴색되는 분위기다. [제주의소리]가 만난 돌문화공원 사업소 직원들을 포함한 관계자들은 교통약자보다 일반인 승객 비중이 상당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장에서는 일반인들이 셔틀차를 타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돌문화공원 사업소는 전기차를 3대 더 추가해 총 6대로 늘릴 방침이다. 탑승객들이 대기할 탑승장도 새로 지었다. 애초 취지대로 전기차를 교통약자 중심으로 운영한다면 차량을 늘릴 이유는 없다. 코로나 이전 수준만큼 관람객 인원이 회복되지도 않았다. 결국 전기셔틀차 추가 도입, 탑승장 신설, 도로 확장은 전기차를 운행하고 일반인 이용이 늘어나기 때문에 벌어지는 연쇄 작용이다.

전기셔틀차 보관소 옆으로 새 보관소를 짓고 있다. ⓒ제주의소리
기존 전기셔틀차 보관 공간 옆으로 새 보관 공간을 짓고 있다. ⓒ제주의소리

현재 돌문화공원이 망가진다고 많은 이들이 우려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연쇄 작용’이다. 훼손이 또 다른 훼손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연쇄 작용이 현실화된 사례도 존재한다.

돌문화공원 사업소는 이번 도로 확·포장 사업을 진행하면서, 최초 어머니의 방 앞 잔디밭 한 가운데로 도로를 새로 낼 계획이었다. 이미 오백장군갤러리로 이어지는 포장도로가 있음에도, 전기차가 보다 편리하게 다니도록 도로를 만든다는 구상이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 계획은 현실화되지 않았다. 

흰색 천으로 덮인 구간에 전기셔틀차용 도로가 생길 예정이었다. ⓒ제주의소리
흰색 천으로 덮인 구간에 전기셔틀차용 도로가 생길 예정이었다. ⓒ제주의소리
덤프트럭이 지나가고 있다. ⓒ제주의소리
덤프트럭이 지나가고 있다. ⓒ제주의소리

돌문화공원 사업소는 전기셔틀차를 늘리면서 보관 공간을 지었다. 탑승장 뿐만 아니라 새 포장도로 옆에 추가 시설도 검토 중이다. 일각에서는 이렇게 전기셔틀차가 늘어나고, 그에 따라 점점 더 많은 관광객이 차량을 이용하고, 공원 운영·관리까지 그에 맞춰진다면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가장 제주다운 문화공원”이라는 고유 방향은 급속도로 훼손되고, 흔한 관광지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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