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훈 도정, 행정체제 개편 시동] ③ 주민투표 실시 횟수-일시 등 과제

도민 정부 시대를 선언한 민선8기 오영훈 제주도정이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돌입했다.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번번이 제기돼 온 '제왕적 도지사의 폐단'과 '행정의 민주성 저하' 문제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취지다. 최소 5~6개의 제주형 기초자치단체가 필요하다는 가이드라인까지 제시되면서 논의는 보다 구체화되고 있다. 다만, 전례에 비춰 풀어야 할 과제가 곳곳에 산적해 있다. 예기치 못한 사회적 갈등 역시 넘어야 할 산이다. [제주의소리]는 과거 행정체제 개편 논의 과정을 되돌아보고, 예상되는 기대와 우려, 더 나아가 대안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전면에 내세운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 과정의 핵심은 '주민투표'에 있다. 도민 주권 시대를 선언한 민선8기 도정은 무엇보다 도민들의 민의를 모은다는데 초점을 맞췄다.

주민투표는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결정사항에 관해 주민의 직접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절차다. 지방자치행정의 민주성과 책임성을 제고하고 주민복리 증진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다만, 이 주민투표를 치르는 과정도 결코 만만치 않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주민투표에 도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방안이다.

한때 주민투표를 지방선거 내지는 총선과 묶어서 한번에 치르는 방식도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현행 주민투표법 상 불가능한 방법이다.

주민투표법 제14조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관할구역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해 공직선거법의 규정에 의한 선거가 실시되는 때에는 그 선거의 선거일전 60일부터 선거일까지의 기간은 주민투표일로 정할 수 없다. 이는 주민투표 행위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경계하기 위한 법령이다.

서명요청 활동이나 주민투표의 발의도 공직선거법 상의 선거가 실시되기 60일 전에는 일절 금지된다. 

결국 주민투표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선거와 겹치지 않는 기간에서 주민투표 날짜를 별도로 정해야 한다. 법적 공휴일로 보장되는 여타 선거와는 달리 평일 중 실시해야 한다. 

별도의 선거를 치르는데는 약 40억원에서 50억원 가량의 적잖은 예산이 소요된다. 투표에 대한 예산 부담이 가중될 수 밖에 없다.

주민투표를 1회로 끝낼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주민투표법 제15조에 따르면 주민투표는 특정한 사항에 대해 찬성 또는 반대의 의사표시를 하거나 두 가지 사항 중 하나를 선택하는 '양자택일' 형식으로 실시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2005년 기초자치단체 폐지가 주민투표를 통해 결정됐기에 다시 도입하기 위해서도 주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 이후 행정구역을 지방의회와 집행기관의 구성을 달리하기 위한 주민투표의 필요성이 뒤따른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오영훈 의원안 제주특별법 개정안에는 '지방의회와 집행기관의 구성을 달리하려는 경우에는 주민투표법에 따른 주민투표를 거쳐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해당 개정안이 통과되는지 여부도 중요하지만, 통과된 이후에도 또 '주민투표'를 통해 최종안을 도출해야 하는 셈이다.

지난 6월 16일 오영훈 제주도지사 당선인의 인수위원회인 다함께미래로준비위원회가 주최해 열린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 방안' 정책 아카데미에서 주제발표에 나선 양덕순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현행 법률상 2번의 주민투표로 제주형 기초자치단체를 도입할 수 있지만, 4년 이내 2번의 주민투표와 1번의 국회의원 선거는 주민의 피로감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단순 기초자치단체 도입의 어려움을 떠나 오영훈 제주도정의 동력을 위협하는 '블랙홀'로 작용할 우려까지 내비쳤다. 제주특별법을 개정하며 '기관구성에 관한 선택은 조례에 의하도록 하는 대안'도 제시됐지만, 이 경우 주민 대표성이 약화될 수 밖에 없다.

주민투표가 한 번이 됐든, 두 번이 됐든, 이행 과정 자체도 물리적인 시간이 촉박하다.

최적의 계획은 2023년 이내에 행정체제개편위원회를 통한 개편안을 확정하고, 행정안전부와 제주도의회 등 관계기관과의 협의 절차를 완료하는 것이다. 이후 2024년 4월 국회의원 선거 이전에 주민투표 관련 준비를 마치고,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기초자치단체 도입' 찬반을 가리는 주민투표 절차를 마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이후에야 보다 세부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 오영훈 제주지사의 공약대로 2026년 6월 지방선거와 함께 새로운 기초자치단체가 도입되기 위해서는 그 이전에 행정구역을 나누는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 행정구역이 나뉘면 필연적으로 지역 청사나 공무원 배분, 기초의원 구성 등의 후속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주민투표 이전' 2년 안에 국회에 계류중인 제주특별법 개정이 이뤄져야 하고, 관계기관의 의견을 절충하고, 최적안을 도출하는 등 숨가쁘게 돌아가야겠지만, '주민투표 이후' 2년도 시간이 넉넉치 않다.

이와 별개로 한결 완화된 주민투표 확정 요건은 호재로 볼 수 있지만,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지난 4월 주민투표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투표권자의 3분의 1 이상이 참여해야 했던 투표 결과 확정 요건은 4분의 1 이상으로 완화됐다. 투표 참여율에 따라 성사가 갈리곤 하는 주민투표의 특성 상 긍정적인 사안이다.

다만, 33%보다 줄어든 25% 주민들의 투표가 과연 지역 민의를 대변할 수 있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남는다. 이미 2006년 특별자치도 도입 당시에도 '33%의 대표성' 시비가 불거진 전례가 있다.

물론 주민 100%의 의사를 묻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제한적인 상황 속에서도 보다 많은 도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최대한의 주민의 직접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현실적 절차를 밟아나가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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