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돌문화공원] ② 하트 모양, 아크릴 와패 등 이질적인 설치물

1998년 북제주군 시절부터 “돌문화, 설문대할망신화, 민속문화를 집대성한 역사와 문화의 공간”이란 기조를 유지하면서 국내·외 무수한 인사들로부터 찬사를 받는 제주돌문화공원.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런 기조가 급격히 무너지면서 돌문화공원을 사랑하는 많은 이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제주의소리]는 연속기획으로 돌문화공원의 실태와 문제점, 대안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최근 1~2년 사이 제주돌문화공원에 우려스러운 변화가 잇달아 일어나고 있다. 교통약자를 이유로 도입했지만 이제는 일반인 중심으로 운영되는 전기셔틀차와 그에 따른 콘크리트 포장도로 확장 시도뿐만 아니다. 정체불명의 조악한 설치물들이 이곳저곳에 등장했는데 어느 부분을 살펴봐도 기존 돌문화공원의 조성 의도나 경관과 섞이지 못하는 이질적 조형물이 대부분이다. 

돌문화공원 2코스 입구로 올라가면 선홍 색 하트 모양 설치물이 등장한다. 색, 모양 모두 공원 주변 풍경 어디와도 공통점을 찾을 수 없어 이질적인 느낌을 선사한다. 설치물 안에 적힌 문구(너, 나 그리고 우리) 역시 어떤 맥락인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돌문화공원 2코스 입구 주변에 세워져 있는 하트 모양 설치물. ⓒ제주의소리
돌문화공원 2코스 입구 주변에 세워져 있는 하트 모양 설치물. ⓒ제주의소리
울창한 숲과 푸른 초지를 배경으로 하트모양 철제 구조물이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울창한 숲과 푸른 초지를 배경으로 하트모양 철제 구조물이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설치물 안에는 제주돌이 금속에 꿰어져 있다. 억지춘향식으로 돌문화공원을 상징하려는듯 철제구조물 일부에 '돌'을 메달아놓은 모습이 불편해보인다는 지적이 높다.  ⓒ제주의소리
설치물 안에는 제주돌이 금속에 꿰어져 있다. 억지춘향식으로 돌문화공원을 상징하려는듯 철제구조물 일부에 '돌'을 메달아놓은 모습이 불편해보인다는 지적이 높다.  ⓒ제주의소리

하트 모양 안을 채우는 장식은 어떤 의미인지 느끼기도 전에 이질감 이상의 기괴한 느낌까지 선사한다. 크고 작은 제주 돌이 얇은 금속에 박혀 매달려 있는데, 줄줄이 꿰어진 돌은 흡사 채집·박제 당한 곤충을 연상케 한다. 

정체도, 취지도 의문스러운 설치물은 이 뿐만이 아니다. 

하늘연못을 감싸는 난간에는 어느 순간부터 작고 얇은 플라스틱들이 줄지어 달리기 시작했다. 분홍색 하트, 연두색 네잎클로버, 노란색 별 모양까지 세 가지로 제작된 플라스틱은 케이블 타이에 묶여 겹겹이 난간을 뒤덮고 있다. 난간 한쪽에는 일명 ‘아크릴 와패’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다. 하트 모양은 사랑, 네잎클로버는 행운, 별은 소원을 의미한다. 현장에 설치된 무인판매함에 3000원을 내고 와패와 케이블타이를 구입하면 된다.

와패 안에는 가족·친구·연인 등이 남긴 행복 기원이 적혀있다. 다만, 그런 바람과는 별개로 빛바랜 아크릴 와패가 덕지덕지 난간에 달린 모습은, 정교한 하늘연못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아크릴 와패 무인판매함. ⓒ제주의소리
아크릴 와패 무인판매함. ⓒ제주의소리
하늘연못 난간에 매달린 아크릴 와패들. ⓒ제주의소리
하늘연못 난간에 매달린 아크릴 와패들. ⓒ제주의소리
오른쪽은 하늘연못, 왼쪽은 난간과 와패들. ⓒ제주의소리
오른쪽은 하늘연못, 왼쪽은 난간과 와패들. ⓒ제주의소리
와패 안내문. ⓒ제주의소리
와패 안내문. ⓒ제주의소리

하트 모양 설치물과 아크릴 와패 모두 공교롭게도 제주도 돌문화공원사업소가 자체 계획하고 설치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트 설치물은 지난해 12월, 와패는 조금 앞선 5월부터 도입했다. 특히 하트 설치물은 사업소가 시설 제작 업체에 의뢰해 만들었는데, 제작비로 1000만원 넘게 투입됐다. 

이처럼 기존 돌문화공원 성격과는 동떨어진, 사업소의 결과물에 대해 관람객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사진 기반 SNS 인스타그램에서 ‘돌문화공원’으로 검색한 최근 게시물을 보면 올해 1월 1일부터 7월 20일까지 하트 설치물 사진은 등장하지 않는다. 하늘연못, 돌 전시물, 자연 풍경 같은 기존 돌문화공원 모습이 다수를 이룬다. 아크릴 와패 역시 돌문화공원 공식 계정이 홍보한 포스팅을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돌문화공원 사업소는 제주돌박물관 정문 앞에 하트 설치물 사진을 붙여놓고 ‘제2코스 야외광장에서 봐요^^’라고 소개하지만 반응은 차갑다.

인스타그램에서 '돌문화공원'으로 검색한 게시물 결과. 사업소가 제작한 설치물은 거의 찾을 수 없다. ⓒ제주의소리
인스타그램에서 '돌문화공원'으로 검색한 게시물 결과. 사업소가 제작한 설치물은 거의 찾을 수 없다. ⓒ제주의소리
하트 모양 설치물을 알리는 사업소의 홍보 사진. ⓒ제주의소리
하트 모양 설치물을 알리는 사업소의 홍보 사진. ⓒ제주의소리

이와 관련해 돌문화공원 관계자는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아크릴 와패는 많은 관광지에서 보듯 관람객들이 느낀 소망이나 감정을 남기기 위해 마련한 아이디어다. 하트 모양 설치물은 기념 사진을 남기기 위해 세웠는데 선호하는 의견도 있고 썩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안다. 설치물 개선을 위해 공원 매표소에서 관람객 의견도 받고 있으니 모아서 추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하트 모양 설치물, 아크릴 와패 같은 것들은 돌문화공원 만이 지닌 고유한 가치를 무시하고 관람객 수, 관람료 같은 양적 수치에 매달리는 행정 편의적인 자세의 결과라고 꼬집는다. 대신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가장 제주다운 문화공원’이라는 돌문화공원의 기본 방향을 최대한 지키는데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손꼽히는 국내 대기업에서 마케팅 전문가로 활동한 A씨는 “아마도 공무원들 생각에서는 MZ세대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포토존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이런 저런 것들을 만든 것 같지만, 현실은 돌문화공원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하트 설치물, 아크릴 와패는 흔하디 흔한 민간 관광지에서나 등장할 법한 것들인데, 제주의 색과 어울리지 않고 돌문화공원의 가치를 훼손하는 지경이다. 무조건 철거해야 바람직하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게르하르트 슈뢰더(Gerhard Schroder) 전 독일 총리는 돌문화공원 둘러보고 “세계를 위해 보존된 세계문화유산을 보고 간다”는 소감을 밝혔다. 세계 평화 단체 ‘유니티 어스’의 벤 보울러(Benjamin Bowler) 회장은 “세계적인 특별한 보물인 제주돌문화공원은 유이무이하다”고 호평하며 인위적인 요소를 최대한 줄이고 자연과 어우러진 돌문화공원의 매력을 극찬한 바 있다. 

무엇보다 제주돌문화공원은 “돌 한조각 풀 한포기 자연 그대로”의 기조 아래 추진기획단의 주도 아래 제주의 돌을 이용해 제주문화의 기념비적 상징 공간으로 조성돼 왔다. 지난 1998년 북제주군 신철주 군수 생존시부터 2020년까지 2단계에 걸쳐 20여년 간 조성돼온 돌문화공원이 추진기획단 운영 종료 이후 당초의 기획의도와 달리 인공적 시설물들로 망가져가는 모습에 도민사회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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