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칼럼] 강철남 행정자치위원장

‘줄탁동시(啐啄同時)’.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나기 위해서는 어미 닭이 밖에서 쪼고 병아리가 안에서 쪼며 서로 도와야 한다는 뜻의 사자성어다. 병아리가 안에서 껍질을 깨뜨리기 위한 노력이 먼저인가. 아니면 어미 닭이 밖에서 껍질을 깨뜨리는 게 먼저인가. 병아리가 크고 있는 알의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아무리 어미라 할지라도 정확히 모르기에, 안에서 껍질을 깨고자 하는 첫 시도가 있을 때, 어미도 밖에서 힘을 보탤 것이다. 그리고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서로 합이 맞아 갈 때 일이 순조롭게 풀린다는 사자성어의 뜻이 완성될 것이다.

앞으로의 4년을 시작하며, 이 ‘줄탁동시’를 생각해본다. 가장 우선은 집행기관인 제주도정과 의결기관인 제주도의회의 관계이다. ‘견제와 균형’이라는 말로 양 기관의 관계를 설명하곤 하지만 더 나은 관계는 ‘줄탁동시’의 관계가 아닐까 생각한다. 제주도정이 도민을 위해 깊은 고민을 토대로 올바르게 설계한 정책을 추진하고자 한다면, 그 손을 잡아 이끌어 속도를 높이는 것이 의회의 역할일 것이다. 또 정책 설계 과정에 혼란을 겪는다면 그 손을 잡아 이끌어 제대로 된 방향으로 안내해주는 것이 의회의 역할일 것이다.

행정자치위원회는 7월 1일 제12대 의회가 출범하자마자 열정적으로 회기 일정을 소화해나가고 있다. 업무보고 과정에서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 방향 점검, 청년실패보장제 및 청년자율예산제 도입 제안, 기간제근로자 채용 방안 개선 등 도민 삶의 질을 높이는 다양한 정책들을 제안하고 주문했다. 이는 단순히 ‘견제와 균형’을 넘어, ‘생산적 견제’와 ‘배려의 균형’을 갖추려는 줄탁동시의 입장이다. 앞으로 위원장으로서 제12대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가 그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두 번째는 의원과 의원과의 관계이다. ‘당선 횟수’ 많은 재선·3선 의원과 초선의원과의 관계, 상임위원회 위원장과 위원과의 관계, 동료 의원들 간의 관계에서도 ‘줄탁동시’가 실현되어야 한다. 의회의 정례회·임시회 개최, 회의별 주제, 의원별 질문 방식 등 회의 운영 방식에 적응은 물론 상임위원회별 소관 부서의 주요업무의 내용, 지사의 새로운 공약사업 등 현황을 파악하고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를 통해 도정 정책을 평가함과 동시에 생산적 정책 제안도 해야 하는 각각의 의원들이 끌어주고, 밀어주고, 함께 손잡아주는 관계가 형성돼야 한다.

강철남 행정자치위원장. ⓒ제주의소리
강철남 행정자치위원장. ⓒ제주의소리

이를 위해 행정자치위원회는 의원 및 직원 워크숍을 개최해 의정 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또 폐회 중임에도 불구하고 공유재산 관리계획 동의안 심사를 위해 10곳 이상의 현장을 방문해, 정책현장을 점검하는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함께함의 힘’으로 의정 역량을 제고해 나가는 것이 곧 도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초석이 될 것이다. 앞으로 위원장으로서 제12대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가 그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렇듯 제주도의회의 안과 밖에서의 ‘줄탁동시’의 실현은 민선 8기와 제12대 의회의 일이 순조롭게 풀려, ‘신3고’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도민의 삶을 평온하게 만드는 지름길이라 믿고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갈 것이다. /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자치위원장 강철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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