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긴 생각] 아흔 한 번째 / 이문호 교수

시간이 지날수록 제주다움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제주출신의 공학자, 이문호 전북대학교 초빙교수가 '제주의소리' 독자들과 만난다. 제주다움과 고향에 대한 깊은 성찰까지 필자의 제언을 ‘짧은 글, 긴 생각’ 코너를 통해 만나본다. / 편집자 주


이른 새벽 앞집 우영팟에 약 100년 묵은 검북낭 세 그루에 동네 새들이 집결한다. 각종 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납댄다. 집채보다 큰 검북낭은 새소리에 연연치 않고 지나는 바람결에 가지를 흔들거릴 뿐이다. 

누구는 아침마다 도어스테핑(Door Stepping, 문 앞 인터뷰)을 하고, 윤핵관은 “7급에 넣어줄 줄 알았는데 9급에 넣었더라.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받는다. 한 10만원정도. 내가 미안하더라. 최저임금 받고 서울에서 어떻게 사냐. 강릉 촌놈이”라며 고위직 채용을 못해줘 미안하다는 발언까지 했다. 국민들은 오불관언인가?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고 있다. 마치 납대는 새와 검북낭과 같다. ‘나대다’는 사전에 얌전히 있지 못하고 철없이 촐랑 거리다로 되어 있다. 납대다는 나대다의 제주어. 각종 새들은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날아 옮기며 이리저리 촐랑거리면서 소릴 친다. “내 세상이다” 라고.

각종 새들은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날아 옮기며 이리저리 촐랑거리면서 소릴 친다. “내 세상이다” 라고. 사진=픽사베이.
각종 새들은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날아 옮기며 이리저리 촐랑거리면서 소릴 친다. “내 세상이다” 라고. 사진=픽사베이.

검북낭은 푸조나무다. 어릴 때, 지붕 두 배 가량이 높이 검북낭에 올라가 검북을 많이 따 먹었다. ‘검북낭’은 질겨서 웬만한 가지는 부러지지 않아 비교적 안전하다. ‘검북’은 노르스름하게 황이 들었다 검게 변하는데 황이 들기 시작해야 먹을 수 있다. 탱탱하니 검게 익은 ‘검북’의 맛은 참 달다. 검게 익은 검북낭열매 검북은 ‘검은 북’처럼 생겨서 ‘검북’이라 부르는 것 같다. 그래서 새들도 익은 검북을 따 먹기 위해 검북낭으로 모인다. 옆에 100년 묵은 폭낭은 ‘폭’이 노랗게 익었는데 오래전에 죽었다. 우리 집 우영팟에 심은 50년생 은행나무는 숫나무라 은행이 안 열리는데 새들도 나무에 안질 않는다. 은행 독 때문이다. 검북낭 이야기는 김광협(1943-1993, 서귀포 시인)의 ‘돌할으방 어디 감수광’에서 구성지게 나온다. 

검북낭 올랑 검북 타 먹곡
검북낭 올랑 바당 바래여보곡
폭낭 올랑 폭 타먹곡
폭낭에 올랑 자리태위도 바래여보곡
검북낭 올랑 줄 노리곡
폭낭은 올라도 줄은 못 노리매
검북낭은 무사도 겅 큰디
폭낭은 무사도 경 높은디
우리 인생 칠십이엔 호주마는
검북낭 폭낭은 백 년을 산다  천 년을 산다
우리 인생도 백 년 천 년을 살민
저 검북낭 폭낭이 되어지카.
- 김광협 ‘돌할으방 어디 감수광’(1993) 중에서

물가는 오르고, 남의 ‘탓’ 만하는 요즘 세상에 제발 ‘납대지 말고’, 바람결에 흔들거리는 검북낭처럼 ‘묵묵히 살암 시난, 살아 질 건가’


# 이문호

이문호 교수는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출신 전기통신 기술사(1980)로 일본 동경대 전자과(1990), 전남대 전기과(1984)에서 공학박사를 각각 받고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서 포스트닥(1985) 과정을 밟았다. 이후 캐나다 Concordia대학, 호주 울릉공- RMIT대학, 독일 뮌헨,하노버-아흔대학 등에서 연구교수를 지냈다. 1970년대는 제주 남양 MBC 송신소장을 역임했고 1980년부터 전북대 전자공학부 교수,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며 세계최초 Jacket 행렬을 발견했다. 2007년 이달의 과학자상, 과학기술훈장 도약장, 해동 정보통신 학술대상, 한국통신학회, 대한전자공학회 논문상, 2013년 제주-전북도 문화상(학술)을 수상했고 2015년 국가연구개발 100선선정, 2018년 한국공학교육학회 논문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제주문화의 원형(原型)과 정낭(錠木) 관련 이동통신 DNA코드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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