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 현길호 의원·행정자치위원회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 의미와 과제는?

 

도민 정부 시대를 선언한 민선 8기 오영훈 제주도정이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돌입했다.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번번이 제기돼 온 ‘제왕적 도지사의 폐단’과 ‘행정의 민주성 저하’ 문제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출발선에서부터 도민의 대표기관인 제주도의회가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여러 가지 지적들이 제기됐지만, 큰 줄기는 하나다. 제주도가 ‘답을 미리 갖고 가는 것 같다’는 것이 핵심이다. 

행정자치위원회 소속 현길호 의원(조천읍, 더불어민주당)은 “공론 진행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구성도 되기 전에 도지사가 ‘기관통합형’, ‘행정구역 5~6개 분리’ 등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현 의원은 “오영훈 지사가 자신의 의지와 공약으로 선출됐기에 결과를 내는 것은 맞다”면서도 “그러나 관련 예산이 편성되고, 용역이 진행될 것이다. 앞으로는 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컨트롤타워가 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길호 의원은 재선 의원이다. 11대 의회 때는 전임 원희룡 도정의 ‘행정시장 직선제’ 추진 과정을 지켜봤다. 결국 행정시장 직선제는 정부가 ‘불수용’하면서 좌절됐다.

당시와 달라진 여건이 뭐냐는 질문에 “정권이 바뀌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규제개혁을 혁신적으로 해보겠다고 한 윤석열 정부가 어쩌면 전 정부가 선택한 제도라서 달리 가보는 방안(기관통합형)에 대해 정무적으로 판단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오영훈 지사가 언급한 ‘기관통합형’ 모델에 대해서는 “전임 도정에서 ‘행정시장 직선제’를 추진했던 배경에는 도민들 사이에 기초의회에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 뒤 “새로운 시도에 대해 도민들의 거부감은 분명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관통합형’이란 법인격 기초자치단체를 신설하되 기초의회는 주민들이 직접 선출하고, 단체장은 의회에서 간선제로 선출하는 방식이다. 소위 다수 정당이 도정을 책임지는 ‘내각제’다.

행정구역 조정(2개→5~6개) 문제에 대해서는 “설령 도민이 기관통합형을 선택하더라도 넘어야 할 큰 산”이라며 “청사 문제에서부터 공무원 증원 등 난제들이 많다. 지금도 공무원 수가 많다고 하는데, 도민들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결국 주민투표를 통해 결론을 내야한다. 조금은 늦더라도 행개위를 중심으로 도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공론 과정을 거쳐야 종국에는 결론도 수월하게 날 수 있다”며 “‘아, 민주당 도지사, 민주당 의원 잘 뽑았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의회도 협조할 것은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의소리와 '이슈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현길호 제주도의회 의원(조천읍, 더불어민주당).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와 '이슈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현길호 제주도의회 의원(조천읍, 더불어민주당). ⓒ제주의소리

Q. 늦었지만, 당선 축하드린다. 재선 의원으로 어깨가 더 무거울 텐데, 12대 의회 의정활동 각오부터 한 말씀 해달라. 
11대에는 초선으로 의회에 입성해서 도정 전반에 대한 정책 설계와 도지사를 상대로 한 정책 질의. 제주 전체에 대한 과제를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의정활동을 했다. 그러다 보니 지역주민들께 상당히 죄송한 게 많다. 12대 의회에서는 도정 전반과 지역을 같이 살피면서 4년간 준비했던 것들에 대한 결과물들을 하나하나 만들어내는 재선 의원으로서 좀 더 성숙한 의정활동을 펼치겠다. 

Q.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다.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 문제다. 행자위 업무보고 때 최대 쟁점이었다. 주로 어떤 비판들이 제기됐나.
도민들께서도 생방송으로 다 보셨을 텐데, 의장님께서 말씀했던 것처럼 도가 미리 설계를 다 하고 결과를 내놓고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가장 컸다. 절차라던가 과정, 제주도민의 결정과 중앙정부 설득 과정 등에 대한 로드맵 준비가 미흡한 상태에서 지사 공약이기 때문에 시간에 촉박해 끌려가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도 있었다. 

Q. 의원님께서 “제주도가 답을 미리 갖고 가는 것 같다”고 지적했는데, 어떤 점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나.
그런 표현을 쓴 것은 절차적 문제 때문이었다. 예산이 편성되고 과업 지시서 설정되고 용역이 발주되는데 사실은 이에 대한 컨트롤타워가 (오영훈) 지사가 돼선 안 된다고 본다. 지사의 의지와 공약으로 제시해 선출됐기 때문에 결과를 내는 것은 맞다. 그런데 절차적으로는 행정체제개편위원회를 모집하고 있지 않나. 사실은 이게 컨트롤타워가 돼야 한다. 행개위에 참여하는 분들이 설계부터 시작해 진행을 주도해야 도민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의견을 모으고 결과를 낼 수 있다. 그런데 행개위가 구성도 되기 전에 가는 것은 조금 (그렇다). 행개위에 어떤 분들이 참여할 줄 몰라 그런 표현을 하게 됐다.

Q. 사실 행정체제 개편 논의는 2006년 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자치 시·군이 사라진 후 ‘제왕적 도지사 폐단’ 지적 속에 우근민 도정 때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10년 넘게 관련 논의가 진행됐음에도 진척된 것은 하나도 없다. 무엇이 문제라고 보나.

현길호 의원. ⓒ제주의소리
현길호 의원. ⓒ제주의소리

기억하기로 이 화두를 던진 것이 2010년 지방선거 때다. 2006년 김태환 지사 시절 특별자치도가 되면서 제주도가 지금 체제로 시행되게 됐는데 4년 후 지방선거 때 당시 우근민 후보가 공약으로 내걸었다. 2006년 당시는 지방분권, 균형발전 차원에서 제주도가 특별자치도가 됐다. 그런데 4년 시행해보니 주민들이 내가 선출한 시장·군수나 기초 의원이 없음으로 인해 민원의 거리감이 생겼고 제주도의 특성상 제주시에 집중되면서 행정 서비스나 삶의 질에 대한 고민이 생겼고, 그런 욕구가 채 4년도 안 돼 (기초자치 부활이라는) 화두가 던져진 것이다. 문제는 중앙정부 시각에서는 이 제도가 바뀐다는 것은 특별자치도에 대한 부정이다. 쉽지 않은 과제고 제주도민들이 의견을 모은다고 모았지만, 그 과정에서 갈등도 있었고 80% 이상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결과지는 안 나왔다. 중앙정부는 자꾸 그런 부분을 이유로 들면서 우리가 제안했던 것을 수용하지 않는 상태가 지속되는 것 같다. 

Q. 11대 의회에서, 원희룡 도정이 추진한 ‘행정체제 개편’ 논의, 구체적으로는 ‘행정시장 직선제’ 추진 과정을 지켜봤다. 여러 모델들 중 그래도 가장 현실적 대안이라고 해서 추진했는데도 정부가 ‘불수용’하면서 좌절됐다. 당시와 비교해 여건이 달라졌다고 보나.
정권이 바뀌었다. 제가 행정체제 개편을 바라보는 시각은 좋은 선택지 나쁜 선택지가 아니라 우리가 선택하는 체제를 우리가 한번 해보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데 중앙정부가 이걸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시각은 또 별개의 문제다. 사실 특별자치도를 하면서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화두에는 고도의 자치권이 녹아있었다. 그런데 이게 안 됐다. 저는 이게 문제라고 본다. 고도의 자치권, 지방분권이라고 하면 우리의 선택을 존중해줘야 한다. 저는 이걸 바꾸는 것이 특별자치도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고, 중앙정부가 제주도민들이 선택한 것을 ‘불수용’하는 것이 특별자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본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규제개혁을 혁신적으로 해보겠다고 하잖나. 균형발전을 부정할 수는 없는 상황이고 보면 어쩌면 전 정부가 선택한 제도라서 달리 가보는 방안을 정무적으로 판단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Q. 오영훈 지사는 ‘기관통합형’을 언급한다. 다수당 의원 중에서 시장·군수를 뽑는 ‘의원내각제’ 방식인데, 도민들이 수용할 수 있을까.
수용가능성과 관련해서는 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활동하면서 다양한 안들이 나오고 또 시민참여단의 숙의 과정을 거치면서 내용들이 많이 알려지면 선택지는 도민들이 선택하게 될 텐데 새로운 시도에 대한 거부감은 반드시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저는 예전에 도민들이 ‘시장 직선제’로 결론 냈던 것은 의회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다고 본다. 또다시 기초의회를 만든다는 것에 대한 부정 여론이 어쩌면 더 높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보면 정치적으로는 도의회 인원 조정 문제도 생기고 정치적으로도 충돌이 생기는데 이건 도민들이 선택하면 된다. 그런데 선택지를 다양하게 놓고 도민들이 결정하는 과정이었으면 하는데, 선택지를 하나만 던지면 결론 내기가 쉽지 않다. 설령 결론이 나더라도 지지가 낮은 결론이 날 수 있다는 예측을 해본다. 

제주의소리와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과 관련해 이슈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현길호 의원.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와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과 관련해 이슈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현길호 의원. ⓒ제주의소리

Q. 기초자치단체를 기관통합형으로 하겠다면 그럼 광역자치단체는 어떻게 되나. 제주도와 도의회는 종전처럼 ‘기관대립형’을 고수하겠다는 전제가 깔린 건가.
예단할 수는 없는데 다양한 대안 중에서 하나를 제시했을 수도 있다. 그걸 추진하는 사람들은 잘 모른다. 결론이 그렇게 나버리면 이미 답이 결정된 상황에서 추진한 것밖에 안 되는 꼴이 된다. 만약 그것이 최선이 아니라는 전제가 깔린 것이라면 도(광역자치단체)부터 먼저 하자고 했는데 답변을 못하더라. 아직 도에 대한 고민까지 가는 것은 앞선 것 같다. 하지만 광역 도의 역할이나 행정체제 조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사실 11대 의회 때도 논의는 있었다. 그런데 시장 직선제로 결론이 났고, 일단은 시작해보고 미흡한 부분이 있으면 보완하면서 변화를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많았다. 광역자치단체의 경우 기관통합형이 아니더라도 기관 역할에 대한 통합형도 가능하다고 본다. 실·국장으로 의원들이 가는 부분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본다. 기회가 된다면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Q. 행정구역 조정도 난제다. 오영훈 지사는 기존 2개의 행정시를 5~6개 정도로 분리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우려되는 점은 없나.
설사 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청사 문제부터 분야별 기구들이 다 가야하고 인력 충원 문제도 있다. 지금도 공무원 수가 많다고 하는데 기본 업무들이 있기 때문에 인력이 줄어들진 않을 것이다. 또 정책적으로는 특별자치도가 되면서 도가 중심이 돼 도시계획 문제를 해결해왔는데, 기초가 부활이 되고 (행정구역이) 여러 개로 나뉘면 제주도 전체 그림이 어떻게 갈지 몰라 우려된다. 예전에 다양한 논의 이뤄질 때 ‘대동제’가 유사하고, 기관통합형까지도 연결됐던 것들이 떠오르는데 글쎄다. 저는 주민 친화적인 것, 고도의 자치권 실현은 동의하지만, 도민들은 그것만 보지는 않을 것이다. 너무 많이 나간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Q. 어쨌거나 10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행정체제 개편 논의가 이번에는 잘 마무리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지막으로 오영훈 도정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달라.
오영훈 도정에는 저희가 기본적으로 협력해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있다. 오랜 세월 시간이 걸려 같은 도정과 의회가 탄생, 지방정부에서는 여당이 됐는데 협치를 통해 도민들이 ‘아, 민주당 도지사, 민주당 의원 잘 뽑았다’고 하는 생각이 들게 해야 하는 책임감이 있다. 그런 우려와 염려, 기대를 함께 안고 지사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좀 공격적으로 치고 나갈 수 있는 부분은 치고 나가고, 절차와 과정을 존중하면서 가야 할 부분들은 속도 조절이 필요하지 않나. 저 개인적으로는 제2공항과 행정체제 개편이 거꾸로 간다는 생각이다. 제2공항의 경우 정부 입장을 지켜보고 지사의 권한을 살펴보고 때가 되면 이야기하겠다 하는데 저는 이 부분은 선제적으로 도민 의견을 수렴하고 건의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국책 사업은 어느 단계가 되면 백업하기 상당히 힘들다. 행정체제 개편은 의욕을 앞세우기보다 절차를 꼼꼼하게 따지고 지사께서는 도민의 바람이 뭔지를 파악하는 수준에서 역할을 해주고, 한두 달 늦더라도 행개위가 꾸려지고 설계해야, 도민 신뢰도 얻고 결국은 훨씬 빨리 가고 결론도 수월하게 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어쨌든 마지막에는 주민투표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사께서 정무적 판단이 워낙 뛰어나지만, 공무원들이 한마디 하면 열마디 한 줄 아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 잘 관리하면 도민 기대 부응하는 도정과 의회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그런 역할을 기대하고 저희도 최선을 다해 협조하도록 하겠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