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世通, 제주 읽기] (245) 존 로크, 강정인·문지영 역, 통치론, 까치, 1996/2007

출처=알라딘.
출처=알라딘.

필자는 로크(John Locke, 1632-1705)의 ‘통치론’에 오늘날 사회가 절실히 요청하는 이론을 이끌 수 있는 사상적 토대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특히 2가지 점에서 그렇다. 

첫째는 로크가 사유(私有)의 정당화 전제로서 ‘공유(公有)’를 심각하게 다루었다는 것이다. 둘째는 위임(委任)과 신탁(信託)이라는 특징으로 정부 권한의 목적과 한계를 명확하게 설명했다는 점이다. 

私有(사유)와 公有(공유)

우선 필자는 ‘통치론’ ‘제5장 소유권에 관하여’에 주목한다. 여기서 로크는 신이 세계를 공유물로 주셨기에, 세계는 애초에 만인의 공유물이었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더해 공유물인 자연에 인간이 노동을 투여하면 사유할 수 있다는 ‘노동가치설’을 주창했다. 공유물인 자연에 인간이 노동을 투여하면 사유가 된다.

로크가 ‘노동가치설’을 내세운 것도 놀랍지만, 더 대단한 것은 사유(私有)의 정당화에 2가지 전제조건을 달았다는 점이다. 로크에 따르면, 사유가 정당화되려면 다른 사람들의 공유물이 충분히 남아 있어야 하고, 사유화된 물건을 상하기 전에 사용해야 한다. 인류 초창기에는 공유물이 풍부해 공유물을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있었고 자유가 있었다. 개인이 사유화했지만, 여전히 다른 사람들의 공유물은 충분히 남아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은 사유가 공유를 집어삼켰다. 우리 사회에는 공유물이 충분히 남아 있지 않다. 사유재산은 재산권으로 철저하게 보호하면서도, 별로 남지 않은 공유물은 점점 훼손되고 이마저도 사유화하려 한다. 오늘날 상위 10%에 돌아가는 소득분은 사상 최대가 되었고, 상위 30%와 하위 70%의 소득 격차는 벌어지면서 가난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몫은 점점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국가와 정부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는 모든 것을 시장의 기능에 맡기고 정치의 역할이 얼마나 큰지 인정하지 않는다. 신자유주의는 ‘확장된 시장과 자본’에 의해 발생하는 불평등에 눈을 감는다.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입장에서 신자유주의는 공적인 부분을 대변해야 하는 국가의 기능을 도외시한다.

세상은 원래 만인의 공유물이었다. 신이 부여한 풍부했던 공유 자연이 소진되고, 이제 우리는 사회제도를 통해 공유재를 확보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어떤 사회시스템을 갖추는지에 따라 가난한 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공유 자원의 양과 질이 결정된다. 누진 조세 등을 통해 복지체계와 공공시스템 구축을 위한 재원을 마련해야 하고, 국가는 제대로 된 사회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노동가치설에 비해, ‘사유와 공유’에 대한 로크의 언급은 주목을 덜 받았다. 오늘날 로크 이론에 따라 사유를 정당화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사유와 공유의 밀접한 관련성을 통해 공유의 중요성을 부각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사회계약

로크의 사회계약론은 아주 간략하게 언급하고자 한다. 자연상태에서의 인간은 자유와 평등의 상태에 있으며, 모든 사람을 구속하는 자연법을 하느님이 인간에게 부여한 이성을 통해 알 수 있다. 하지만 자연상태에서는 자연법을 집행할 재판관이 없기에 모든 사람이 자연법을 집행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로크의 ‘자연상태’는 ‘전쟁상태’로 변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사회와 정부를 만드는 계약을 체결한다. 로크는 정부 권한을 설계하면서 정부 권한의 한계를 설정하는 데 공을 들였다. 정부 권한의 목적과 한계는 정부와의 계약이 ‘위임계약’과 ‘신탁계약’이라는 점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자연상태에서의 인간이 사회로 들어가는 사회계약을 체결하는 이유는 자신들의 생명, 자유, 재산을 보존하기 위함이다. 시민사회에 가입하여 어떤 국가의 구성원이 된 사람은 모두 자신의 사적인 판단에 따라 자연법의 위반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권력을 포기한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으며(國民主權論), 국가권력은 입법권과 집행권의 권력 분립을 통해 서로를 견제한다(二權 分立論).

委任(위임)과 信託(신탁)

로크에 따르면, 입법권은 모든 국가에서 최고의 권력이다. 하지만 입법권은 여러 제한이 따른다. 입법권은 인민의 생명과 재산을 절대적·자의적으로 다룰 수 있는 권력이 아니다. 자연상태에서 사회에 양도한 것 이상의 권력이 될 수 없다. 또한 권력은 그 최대한에서 사회의 공공선에 의해 제한된다.

사람들이 사회에 들어가는 커다란 목적은 그들의 재산을 평온하고 완전하게 향유하는 것이며, 이를 달성하기 위한 주요한 매체는 사회에서 확립된 법률이다. 공공이 선출하고 임명한 입법부로부터 승인을 받지 못하면 법률로서의 효력이 없다. 왜냐하면 이런 승인이 없으면 법률이 되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인민의 동의(同意)를 얻지 못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가권력에 제한을 가하는 로크는 절대적 권력을 주장하는 토마스 홉스의 견해를 비유를 통해 비판한다. “인간이 스컹크나 여우로부터 받을지도 모르는 해악을 피하기 위해서는 조심을 하면서도, 사자에게 잡혀먹히는 데는 만족하거나, 아니 심지어 안전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어리석다고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입법권은 일정한 목적을 위해서만 활동할 수 있는 신탁된 권력이다. 따라서 입법부가 신탁에 반해서 행동하는 것이 발견될 때 입법부를 폐지하거나 변경할 수 있는 최고의 권력은 인민에게 있다. 이는 민주적 선거나 저항권으로 나타난다. 로크는 저항권(抵抗權)을 주창한 사상가였다. 로크는 폭력적 저항을 인정했고, 폭정을 예방할 권리까지 주장했다. (이상 John Locke, 강정인/문지영 역, ‘통치론’ 문장을 인용함)

나가며

‘통치론’은 매우 정제된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내용뿐 아니라 문장 형식에서도 강한 인상을 준다. 하지만 다른 여러 고전(古典)처럼 그 내용을 한 번에 이해하기는 매우 어렵다. 특히 사회계약론 부분이 그렇다. 사회가 계약을 통해 성립되었다는 주장 자체에 대한 근본 의문도 있을 것이다. 사회계약론에 더 관심이 생긴다면, 로크(통치론)와 홉스(리바이어던), 그리고 루소(사회계약론)의 이론을 비교하면서 살필 것을 권한다. 

필자는 이 글에서 사회계약론에 대한 설명은 최소화하면서, ‘공유와 사유’와 ‘위임계약과 신탁계약’을 주로 다루었다. 로크는 사유(私有)의 정당화 전제로서 ‘공유(公有)’를 심각하게 다루었고, 위임계약과 신탁계약을 통해 정부 권한의 목적과 한계를 명확하게 설명했다. 

‘공유와 사유’, ‘위임계약과 신탁계약’에 대한 로크의 설명은 그가 언급한 다음 한 문장에 축약되어 있는 것 같다.

“정부의 목적은 인류의 복지이다.”

로크의 ‘통치론’은 국가와 정부의 존재 이유와 목적은 무엇인지, 그 권한과 한계는 무엇인지 잘 말해주고 있다. ‘통치론’의 부제는 ‘시민정부의 참된 기원, 범위 및 그 목적에 관한 시론’이다. 


# 고봉진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고려대 법학과 졸업, 독일 프랑크푸르트대학 법학박사.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법철학/법사회학 전공).

블로그: blog.naver.com/gojuraph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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