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문화공원 관련 3개 단체 "운영주체 새롭게 구성해야" 촉구

 제주돌문화공원에서 전기차 도로 확충을 위해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돌문화공원에서 전기차 도로 확충을 위해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 기획 보도를 통해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는 제주돌문화공원의 문제가 공론에 부쳐진 가운데, 돌문화공원과 관련된 단체들이 공무원 중심의 행정 편의주의를 강하게 지적했다.

제주돌문화공원의 설립 취지와 정신을 새롭게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는 공원의 운영 주체를 관련 전문가와 공원의 의미와 가치를 바르게 살리고자 노력하는 인사들로 구성될 재단법인에 맡기는 것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사단법인 설문대(이사장 이재형)와 사단법인 설문대국제명상문화원 설립 준비위원회(위원장 전세일), 제주돌문화공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대표 정달호) 등 3개 단체는 26일 공동성명을 내고 "공원관리소에 의해 몰지각한 훼손은 제주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일이자 시대정신을 역행하는 일"이라고 규탄했다.

이들 단체는 "제주돌문화공원은 단순한 관광지나 유원지가 아니다. 만나고 교감하고 체험하는 신화와 영성의 공원"이라며 "제주도의 근원 그 뿌리가 어디인지, 제주를 낳고 빚은 창조여신 설문대할망과 오백의 장군의 신화와 혼이 어떻게 제주의 뼈인 돌의 형상으로 다시 나타나 있는지를 몸과 마음으로 느끼고 체감하는 공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돌문화공원의 이러한 취지와 정신에 반하는 심각한 훼손 행위가 최근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많은 이들의 우려와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에 들어 공원관리소 주도로 강행되고 있는 각종 행위가 돌문화공원의 정체성을 심각하게 훼손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와 관련 이들 단체는 "노약자와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라는 명분으로 설치된 전기차와 포장도로 건설을 가장 심각한 훼손 행위"라고 규정하고 "올해들어 더 많은 전기차를 운영하고 더 많은 포장도로를 내며 제주생태영성의 성소를 더욱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일반 유원지에서나 볼 수 있는 조악하고 이질적인 설치물들을 '관람객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치해 스스로의 얼굴에 흙칠을 하는 황당한 일까지 저지르고 있다"며 "이런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일이 날로 더해지고 있어 이제 더 이상 그냥 두고만 볼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단체는 "제주돌문화공원은 노약자나 장애를 이유로 전동차를 타고 가서 그냥 구경하는 곳이 아니다. 오히려 신을 벗고 한 걸음 한 걸음 제주의 영성,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의 품으로 다가가야 할 사원"이라며 "걷기가 어려운 노약자나 장애인을 배려하기 위해서라면 전동차가 아니라 휠체어를 함께 밀고 가거나 부축하면서 천천히 참배하고 감상하는 것이 제주의 영성을 몸으로 체감하는 바른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돌문화공원 전체가 다 그렇다. 어느 것 하나 편의에 따라 함부로 할 수 없는 것들이고 그 공간인 것"이라며 "지금부터 바로 전기차 운행을 멈추고 훼손된 도로와 설치물을 철거하고 원상회복을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제주돌문화공원의 설립 취지와 정신, 그리고 제주를 지구촌의 생태영성의 중심 땅으로 새롭게 일으켜 세우고자 하는 지향과 반하는 이런 일들은 그 본질이 비전문가들인 공무원 중심의 행정 편의주의에 의해 운영되기 때문"이라며 "공원의 운영주체를 관련 전문가와 공원의 의미를 살리고자 하는 도민 등 뜻있는 인사들로 구성될 재단법인에서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돌문화공원은 공영 관광지로서 '가장 제주다운 생태공원'을 표방하며 조성된 공원이다. 1999년 1단계 사업 411억원, 2006년 2단계 1차 사업 217억원, 2012년 2단계 2차 사업 821억원 등 총 1449억이 투입됐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전기셔틀차를 위한 포장도로가 들어서고, 정체불명의 인공 조형물들이 들어서며 돌문화공원이 정체성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한 [제주의소리] 보도를 통해 공론에 부쳐졌고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의 추가경정예산안 심의 과정에서도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전문] 제주돌문화공원의 정체성 회복을 위한 성명서

우리가 어느 지역에서 온 누구라고 하는 것은 자신과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또는 살고 있는 곳과 자신이 둘이 아니라는 인식 때문이다. 

자기다움을 일컫는 정체성이란 곧 자신이 이고 서 있는 그 땅과 하늘, 자연 지리적 환경과 분리될 수 없는 까닭이다. 숨 쉬는 공기와 마시는 물과 먹는 음식이 모두 그 땅과 하늘과 이어져 있고 그렇게 함께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신화와 역사와 문화가 어울려 한 사람의 몸과 마음을 이루고 영혼으로 이어져 있는 것이다.  

제주도는 한반도에 속해 있지만 뭍과는 자연 지리적 조건만이 아니라 역사 문화적으로도 사뭇 다른 땅이다. 아열대성 기후대가 그렇고 한라산과 곶자왈과 천혜의 풍광이 그렇고 탐라왕국의 옛 역사가 또한 그렇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설문대할망, 제주의 창조신화가 뭍의 창조신화와 다른 것이 가장 그렇다. 시원, 그 뿌리를 달리 두고 있는 까닭이다. 

제주의 제주다움, 그 정체성의 바탕은 이것이다. 제주에 돌문화공원을 조성하여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의 신화를 재현한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므로 돌문화공원은 제주의 정신, 제주의 혼인 설문대할망 신화를 중심으로 제주 생태영성을 집약해놓은 정체성의 상징 공간인 것이다. 

정체성을 잃는다는 것은 자기다움을 잃는 것이고 자신의 존재 의미와 가치를 잃는다는 것이다. 그것은 곧 자신의 정신과 혼의 상실에 다름 아닌 것이다.  

지금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위기 등으로 인류문명의 대전환이 절박한 상황에서 생태영성에 대한 각성이 지구촌의 가장 중요한 화두로 대두되는 것도 인류라는 종의 자기정체성에 분명한 자각 없이는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이란 불가능하다는 뒤늦은 자각 때문이다. 

제주의 정체성을 새삼 생태영성의 땅으로 내세우는 것은 이미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것처럼 제주 천혜의 자산과 함께 설문대할망 신화의 생명모성성이 인류문명의 대전환의 시대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제주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한라산과 곶자왈과 설문대할망 신화, 특히 그 신화를 재현해 놓은 돌문화공원의 의미와 가치는 새롭게 평가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제주도를 사랑하고 이 땅의 정체성 회복을 통해 사람과 자연이 함께 어울려 사는 세상을 염원하는 많은 이들이 제주돌문화공원을 새삼 주목하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   

제주돌문화공원은 단순한 관광지나 유원지가 아니다. 가서 놀고 즐기는 공원이 아니라 방문하여 만나고 교감하고 체험하는 신화와 영성의 공원이다. 제주도, 이 땅의 근원 그 뿌리가 어디인지, 제주를 낳고 빚은 창조여신 설문대할망과 오백의 장군의 신화와 혼이 어떻게 제주의 뼈인 돌의 형상으로 다시 나타나 있는지를 몸과 마음으로 느끼고 체감하는 공간인 것이다. 이 공간에서 제주의 정체성과 함께 우리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 인식하고 연결하는 일이 이루질 수 있는 것이다. 돌문화공원을 제주 생태영성의 중심지여야 한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돌문화공원의 이러한 취지와 정신에 반하는 심각한 훼손 행위가 이루어지고 있어 많은 이들의 우려와 안타까움을 더하게 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에 들어 공원관리소에 의해 일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몰지각한 훼손은 날로 더 해가고 있다. 이것은 제주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일이자 시대정신을 역행하는 일이며 제주의 보배로운 가치를 스스로 망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훼손 행위는 이른바 노약자와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 설치라는 명분으로 운영하고 있는 전기차와 이를 위한 공원 내 포장도로의 건설이다. 공원관리소는 올해에 들어 더 많은 전기차를 운영하고 이를 위해 더 많은 포장도로를 내어 제주생태영성의 성소를 더욱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이 밖에도 일반 유원지에서나 볼 수 있는 조악하고 이질적인 설치물들을 관람객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것이라며 설치하여 스스로의 얼굴에 흙칠을 하는 황당한 일까지 저지르고 있다. 이런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일이 날로 더해지고 있어 이제 더 이상 그냥 두고만 볼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제주돌문화공원은 노약자나 장애를 이유로 전동차를 타고 가서 그냥 구경하는 곳이 아니다. 오히려 신을 벗고 한 걸음 한 걸음 제주의 영성,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의 품으로 다가가야 할 사원이다. 걷기가 어려운 노약자나 장애인을 배려하기 위해서라면 전동차가 아니라 휠체어를 함께 밀고 가거나 부축하면서 천천히 참배하고 감상하는 것이 제주의 혼, 설문대 할망의 신화와 영성을 몸으로 체감하는 바른길일 것이다. 

휠체어나 장애인 편의시설 사용을 위한 손길이 필요하다면 보호자와 함께 돌문화공원을 돌보고 사랑하는 이들 중심으로 한 자원봉사자들이 기꺼이 그 역할을 맡으면 될 일이다. 자원봉사자 도우미들이 휠체어를 밀고 가면서 이 공원의 의미와 설치물들을 설명하고 안내하는 모습이 곧 이곳에 생태영성을 꽃 피우는 것이 아니겠는가. 

영성이란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우리 안에, 천지만물 안에 이미 깃들어 있는 것을 밝게 일깨우는 것이다. 한 사람, 한 존재 앞에, 풀 한 포기, 돌 하나를 마주하여 삼가고 감사하며 모시는 그 마음에서 꽃 피어나는 것이다. 돌문화공원을 이루고 있는 모든 조형물들이 그런 마음과 손길로 빚어진 것들이다. 어찌 만들어 놓은 것만이겠는가.

돌문화공원 전체가 다 그렇다. 어느 것 하나 편의에 따라 함부로 할 수 없는 것들이고 그 공간인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부터 바로 전기차 운행을 멈추고 훼손된 도로와 설치물을 철거하고 원상회복을 시작해야 한다.

제주돌문화공원의 설립 취지와 정신, 그리고 제주를 지구촌의 생태영성의 중심 땅으로 새롭게 일으켜 세우고자 하는 지향과 반하는 이런 일들은 그 본질이 비전문가들인 공무원 중심의 행정 편의주의에 의해 운영되는 것에 있다고 하겠다. 그런 점에서 돌문화공원의 운영주체를 관련전문가와 이 공원의 의미와 가치를 바르게 살리고자 하는 도민과 기타 뜻있는 인사들로 구성될 재단법인에서 운영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는 돌문화공원 훼손 등 작금의 사태를 보며 안타까워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갖는 공통적인 생각이다. 

제주는 생명평화의 섬이자 생태영성의 땅이어야 한다. 그것이 제주의 참다운 정체성의 회복이자 인류문명의 전환을 위한 올바른 기여이다. 
생명평화의 바탕이 생태영성이다. 생태영성의 피어남 없이 생명평화란 없기 때문이다. 돌문화공원은 제주 생태영성의 중심이다. 생태영성의 땅, 제주를 사랑하는 이들이 돌문화공원을 지키고 가꾸고 돌보는 일에 함께 나서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2022년 7월 25일 

성명 단체

1. 사단법인 설문대 
     이사장 : 이재형 (전 삶의예술문화원 대표)
 
2. 사단법인 설문대국제명상문화원 설립 준비위원회
     위원장 : 전세일 (한국통합의학 진흥연구원 이사장)
     위  원 : 이병철 (생태귀농학교장)
     
3. 제주돌문화공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대표 : 정 달 호 (전 돌문화공원 운영위원장)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