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의 노동세상] (76) 연차휴가로 여름휴가 대체 가능할까?

“생일파티”,“다음날이 휴일이어서”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회자되고 있는 연차사유다. 연차유급휴가는 근로기준법상의 휴가제도로서 연 단위로 부여되는 휴가를 말한다. 매주 정해진 날짜에 부여된 주휴일이나 사전에 정해져 있는 공휴일과는 다르게 노동자가 자유롭게 시기를 지정할 수 있어 급한 용무가 있거나 개인적인 일정이 있는 경우에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연차휴가 사용을 위한 사유가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업장에서 인사관리 등의 이유로 연차휴가 사유를 묻는 경우가 있다. 

생일파티 등 구체적인 연차사유를 제시한 것에 대하여 회사생활이 장난스러운 것 아니냐는 의견과 반대로 자유롭게 사용하는 것이니 당연한 사유라는 의견이 온라인에서 나뉘고 있다고 한다. 자유로운 연차 사용과는 반대로 연차사용이 강제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휴일과 휴일 사이에 근무일이 끼어있는 소위 ‘샌드위치 데이’ 라던지 ‘여름휴가’ 기간을 회사에서 공식화하면서 개인 연차휴가를 소진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개인의 연차휴가를 회사의 일정에 맞추어 사용하도록 강제 하는 것이 가능할까?

연차휴가제도는 근로기준법 제60조에 명시되어 있는 법정휴가제도이다. 상시 5인 이상 노동자가 일하는 사업장에서 주 15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자의 경우 연차유급휴가 부여의 대상이 된다. 연차유급휴가는 1년간 소정근무일의 80% 이상을 출근한 경우 발생하며, 입사 후 1년이 되지 않은 노동자의 경우 1개월 만근시에 다음달 1일의 연차유급휴가가 부여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는 계약직이나 아르바이트 청소년 노동자에게도 마찬가지로 부여된다. 이처럼 발생한 연차는 1년간 사용하되, 사용하지 못한 휴가에 대하여는 사용자가 연차휴가미사용수당을 지급한다. 

연차휴가의 근본 취지는 장시간 노동에 지친 노동자에게 육체적, 정신적 휴식을 보장하고자 함이다. 그러한 연유로 국제노동기구(ILO)에서는 1년에 한번은 연속된 2주간의 휴가를 보장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주5일제를 기준으로 하면 10일의 연차를 연이어 사용하는 경우 연속된 2주간의 휴가가 보장된다. 연차휴가의 취지에 따라 연차 사용은 노동자가 시기를 지정하여 자유롭게 사용함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 사업주에게는 노동자가 휴가로 인해 사업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만 시기변경권이 주어지며 그러한 경우는 매우 제한적으로 해석되고 있다.

과거에는 명절 등 공휴일 휴무에 개인의 연차를 소진하도록 하는 사업장이 다수 존재했다. 하지만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2022년부터 5인 이상 모든 사업장에서 공휴일이 법정유급휴일이 되면서 더 이상 개인 연차를 소진하지 않아도 된다. 원래 쉬는 날인데 휴가를 쓰는 것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름휴가는 개인의 연차유급휴가로 대체할 수 있을까? 

먼저, 사업장내에서 취업규칙, 단체협약 혹은 근로계약에 여름휴가제도를 규정하고 있다면 이는 연차유급휴가로 대체할 수 없다. 별도로 운영하고 있는 휴가제도이기 때문이다. 별도로 규정된 것 아니지만 관행적으로 여름휴가를 부여하고 있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만약 별도의 여름휴가제도가 없는 경우 사용자는 근로기준법 소정의 절차를 거쳐 개인의 연차유급휴가를 여름휴가로 대체할 수 있다. 소정의 절차는 근로기준법 제62조에 명시되어 있는데 ‘사용자는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합의에 따라 연차유급휴가일을 갈음하여 특정 근로일에 휴무시킬 수 있다.’는 조항이다. 개인이 자유롭게 연차를 사용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라는 특별한 절차를 둔 것이다. 법상 근로자 대표는 사업장내 노동자의 과반수이상으로 구성된 노동조합의 대표자나 사업장내 노동자의 직접, 비밀, 무기명 투표를 통해 대표로 선출된 자를 의미한다. 근로자 개인별로 합의를 받거나, 서면이 아닌 구두상의 합의로는 연차휴가의 대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얼마 전 사업장의 강제노동에 대응하고자 노동조합을 결성한 노동자들과의 상담이 있었다. 다양한 사안이 혼재되어 있었다. 그 중 한 명의 노동자는 “연차라도 맘 편히 썼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평생 험한 현장에서 굴렀고 이제 나이 50줄이 넘었는데도 연차를 써야 하는 상황이 되면 아침부터 심장이 떨리고 관리자에게 어떻게 말할지 긴장된다는 것이다. 

‘생일파티’라는 연차휴가의 사유가 온라인에서 거론되고 있는 것은 아직도 연차휴가 사용이 현장에서 녹록치 않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연차휴가는 노동자의 휴식을 보장하고자 함이지만 상황이 이렇다보니 가족간병을 하거나 은행 등 행정적인 업무를 보기 위해서 연차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교대 시간표를 맞추기 위해서 매월 나누어 연차를 소진하는 경우도 있다. 연차휴가제도의 취지상 연속되는 2주간의 휴식을 위하여 10일의 연속된 연차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우리 사업장에서는 어떠한 방법으로 가능할 것인가? 현실화를 향한 상상력을 발휘해보면 어떨까.


# 김경희

‘평화의 섬 제주’는 일하는 노동자가 평화로울 때 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 노동자의 인권과 권리보장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공인노무사이며 민주노총제주본부 법규국장으로 도민 대상 노동 상담을 하며 법률교육 및 청소년노동인권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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