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학생문화원 이전 대체부지로 교육부 국유지 제안에 교육청 ‘부글부글’

서귀포학생문화원 앞 잔디밭 광장을 가로지를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서귀포학생문화원 앞 잔디밭 광장을 가로지를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서귀포시 학생문화원을 가로 지르는 왕복 6차선 도로인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를 놓고 제주도와 제주도교육청이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대체부지에 대한 이견으로 갈등을 낳고 있다. 

전임 이석문 교육감이 학생 학습권 침해 등을 이유로 반대하면서 3년간 공사가 진행되지 못했던 것을 김광수 신임 교육감이 후보시절부터 찬성 입장을 보이며 공약으로 채택했음에도 대체부지에 대한 제주도와 교육청 간 이견으로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분위기다. 

제주도는 최근 제주도교육청에 8월15일까지 협조 공문을 보내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건설과 관련해 의견을 제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건설은 이석문 전 교육감이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와 '학생 안전 문제' 등을 이유로 꾸준히 반대한 사업이다. 한동안은 대안으로 우회도로의 지하화를 요구하기도 했었다.

우회도로가 건설되는 곳에는 서귀포학생문화원과 서귀포도서관, 외국어학습관, 유아교육진흥원 등의 교육시설이 서귀포시에 밀집된 곳이다. 

하지만 지하도는 용역결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일찌감치 포기됐다. 결국 이 전 교육감의 분명한 반대 입장으로 3년 동안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는 사실상 중단돼 왔다.

제17대 김광수 제주도교육감은 후보 시절부터 서귀포시민들의 현안 숙원사업이라며 도시우회도로 건설을 찬성했고, 제주도가 대체 부지를 제공하는 것을 전제로 학생문화원 등 교육시설을 이전하겠다는 입장도 여러 차례 밝혀 왔다.

현재 제주도는 동홍동과 서홍동을 잇는 4.2km 구간에 도로폭 35m의 왕복 6차선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를 계획하고 있다. 

서귀포도서관과 학생문화원 바로 앞으로 가로지를 예정인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서귀포도서관과 학생문화원 바로 앞으로 가로지를 예정인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도로에 편입되는 학생문화원 앞 잔디광장과 소나무 숲, 주차장은 현재 교육부 소유 국유지다. 

만약 도시우회도로가 완공된다면 실제로 학생문화원과 도서관, 외국어학습관, 유아교육진흥원은 주차장이 없을 뿐만 아니라 당장 학생들의 안전 문제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교육청은 내심 제주도가 대체 부지를 마련해 준다면 학생문화원 등 교육시설 2~3개를 이전하고, 도시공원으로 활용하는 데 제주도에 협조할 의사가 있음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 제주도는 제주도교육청에 대체부지로 서귀포시 동홍동에 있는 제주대 생명공학과 학습장(2700여평 규모)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대체부지가 제주도 공유지가 아니라 교육부 소유 국유지라는 점이다. 이 경우 제주도교육청이 국가로부터 토지를 매입한 후 건물까지 지어야 하는 이중부담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주도는 교육청과 협의도 제대로 진행하지 않고 신임 교육감의 공약을 이유로 우회도로건설을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는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건설과 관련해 교육감이 협조하겠다고 했고, 교육청 차원에서도 적극 협조할 생각"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런 식으로 대체부지도 마련해 주지 않으면서 계속 일방통행하게 되면 협의가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제주도가 내놓은 대체부지는 국유지여서 별도로 교육부와 기재부 등과 협의해야 하는 절차가 있다"며 "교육청이 부지도 마련하고, 건물도 지어야 하는 이중부담을 떠안으라는 것이냐"라고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