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피해보상-주민협의체 제시, 월정마을회 "진실 호도 일방적 발표" 반발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지난달 21일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마을회관을 찾아 제주동부하수처리장 증설 공사와 관련해 지역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제주도]<br>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지난달 21일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마을회관을 찾아 제주동부하수처리장 증설 공사와 관련해 지역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제주도]

제주특별자치도가 제주동부하수처리장(월정 공공하수처리시설) 증설 사업을 둘러싼 갈등 해소를 위해 내놓은 대책이 된서리를 맞았다. 오영훈 제주지사가 직접 현장까지 찾아가며 어업인 피해 보상안을 모색했지만, 정작 주민들은 "마을을 두 동강 내려는 시도"라며 강하게 반발하면서다.

제주특별자치도는 1일 오전 언론 브리핑을 통해 동부하수처리장 현안과 관련 "주민지원 사업을 발굴해 최대한 지원하고, 월정리 어장에 미치는 영향과 어업인 피해 정도 조사에 따른 보상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동부하수처리시설 증설 사업은 오는 2024년을 목표로 하수 처리량을 현재 하루 1만2000톤에서 2만4000톤 규모로 증설하기 위해 추진중이다. 올해 6월 기준 하수 유입량이 하루 1만1311톤에 육박해 시설 용량 증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2017년 9월 공사를 시작해 538억원의 예산을 들여 삼양과 조천까지의 하수관로 공사는 거의 완성 단계에 있지만, 구좌까지의 추가 증설공사는 주민 반발에 의해 재개했다 중단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시공업체가 공사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며 갈등이 더욱 커졌다.

정부의 '광역하수도 정책' 역시 문제를 어렵게 한 요인이 됐다. 이 방침은 각 지역 하수도를 순환이 가능하게끔 하는 방식이다. 가령 A지역의 하수처리량이 포화될 경우 B지역 내지 C지역으로 처리량을 돌릴 수 있는 구조로 시설돼야 한다. 이 경우 인구가 밀집한 삼양·화북동 지역의 하수가 동부지역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는게 주민들의 우려다.

이에 오영훈 지사는 지난달 21일 월정리 마을을 직접 찾아 주민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후 제주도가 내놓은 갈등 해소책은 크게 △월정리 어장에 미치는 영향조사 및 어업인 피해 보상 △삼양·화북지역 하수 동부처리장 유입시 마을 협의 의무화 △행정·전문가·주민이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 등으로 마련됐다.

제주도는 "지난해 10월 월정리마을회와 대화할 당시 제시된 의견이 '화북·삼양지역 하수 유입하지 않는다'는 조건이었는데, 정부의 광역하수도 정책에 따라 관로는 연결돼야 한다"며 "단, 삼양·화북지역 하수나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침출수가 동부처리장으로 유입되지 않도록 마을과 협의를 거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환경기초시설 등 지원 조례에 따른 주민지원사업 발굴을 최대한 지원하고 월정리 어장에 미치는 영향과 어업인 피해 정도 조사에 따른 보상을 실시하며 마을 발전계획 등 주민 상생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하수처리장 방류수 배출이 어장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고려해 방류수 재이용시설 확대, 해양 방류관로 연장 등 방류수의 체계적인 관리·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약속했다.

현재 하수처리장 증설에 따른 어업인 보상 업무는 2019년 2월 한국농어촌공사에 위탁해 진행 중에 있다. 유사한 사례에 있는 서부지역 월령리, 판포리, 동부지역 김녕리 등은 해당 마을 어촌계와의 약정서가 체결돼 조사가 진행중이지만, 아직 월정리와는 협약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와 함께 "행정, 전문가, 주민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증설사업 관련 질의를 비롯해 세계자연유산 보호와 관련한 절차적 문제, 법률적·행정적 의문사항에 대해서는 행정적 절차와 과정을 명명백백하게 점검해 문서로 회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반면, 해당 지역 주민들은 "제주도가 주민들과 사전 논의도 없이 '보상'이라는 말로 마을을 두 동강 내려는 시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월정리마을회와 월정리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브리핑이 있은지 불과 2시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성명서를 내고 "피해 당사자인 월정리민은 쏙 빼고, 언론을 이용해 진실을 호도하려는 행태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들은 "주민들은 '보상이라는 말로 월정리민을 현혹하려 하지 말라, 월정리민은 보상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전했지만 제주도는 또다시 일방적인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보도자료는 도입부부터 '보상'을 논하고 있다"며 "강정 해군기지, 선흘 동물테마파크 때처럼 자본으로 일부 주민을 현혹시켜 주민 간 갈등이 발생하길 원하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행정-전문가-주민이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안과 관련해서도 "마을회와 어떤 논의도 진행한 사실이 없는데 무엇을 근거로 협의체를 논하는 것인가"라며 "제주도정의 행태는 주민을 철저히 무시한 권위주의적 행정의 행태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고 규탄했다.

[전문] 월정리마을회, 월정리비상대책위원회 성명서

제주동부하수처리장 강행 추진 제주도, 월정리민 계속 무시할 텐가
제주도정은 주민 무시한 일방적인 보도자료 발행, 멈춰라

현재 제주도정은 세계유산법을 위반하고, 유네스코와 맺은 세계자연유산 보호를 위한 협약을 무시한 채 제주동부하수처리장 증설사업을 강행하려 하고 있습니다.

세계자연유산 용천동굴이 동부하수처리장으로부터 불과 115m 떨어져 있지만, 제주도정은 유네스코에 이를 보고하지 않고 하수처리장 준설, 증설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재증설을 시도하는 중입니다.

이에 지난 7월 21일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월정리 마을회을 찾아 주민들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만남 직후, 주민들은 일방적인 제주도청의 보도자료를 접하게 됩니다. 황당했습니다. 이에 월정리 마을회와 비상대책위원회는 이튿날(22일) 보도자료 내용을 바로잡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당시 성명을 통해 월정리는 오영훈 도정에 "'보상'이라는 말로 월정리민을 현혹하려 하지 마라. 월정리민은 보상을 원하지 않는다"라는 입장을 분명히 전했습니다. 전해진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제주도청은 8월 1일 오전 9시 50분경, 또다시 일방적인 보도자료를 발표합니다. 이번에는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브리핑까지 진행했다고 합니다.

우리 월정리민은 이 보도자료를 접한 후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보도자료는 도입부부터 '보상'을 논하고 있습니다.

또 보도자료에는 "행정, 전문가, 주민이 참여하는 협의체도 구성된다"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하지만 오영훈 도정은 7월 21일 월정리 주민과의 만남 이후, 월정리 마을회와 그 어떤 논의도, 대화도 진행한 사실이 없습니다. 그런데 무엇을 근거로 보도자료에서 '주민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논하는 건가요? 협의체 구성원이자 당사자인 월정리 마을은 왜 이처럼 중요한 사실을 '보도자료'를 통해 알아야 하는 겁니까?

지금 제주도정의 이 같은 행태는 주민을 철저히 무시한 권위주의적 행정의 행태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무슨 '소통'을 논하고, '공감대'와 '협조'를 바란다는 겁니까?

오영훈 지사는 진정 우리 월정리 마을을 두동강내기를 원하시나요? 강정 해군기지, 선흘 동물테마파크 때처럼 자본으로 일부 주민을 현혹시켜, 주민 간 갈등이 발생하길 원하는 겁니까?

오영훈 도정에 경고합니다. 더는 '보상'이라는 말로 본질을 왜곡시키지 마십시오. 

'보상'이라는 말로 마을을 두동강내려는 시도를 멈추십시오.

월정리 현안과 관련한 보도자료를 내겠다면, 적어도 월정리 비상대책위원회와 협의된 사실만 발표하도록 하십시오. 피해 당사자인 월정리민은 쏙 빼고, 언론을 이용해 진실을 호도하려는 이 같은 행태. 우리 월정리는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2022. 8. 1

월정리 비상대책위원회 총괄위원장 황정현, 위원장 김은아
월정리 마을회 이장 김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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