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 토론을 위하여 - 이지훈님의 [긴급제언]을 둘러싼 논쟁에 부쳐

이지훈 편집위원의 [긴급제언]"참여정부 관광개발정책, 제주는 없다"가 제주의 소리에 게재된 이후  이와 관련된 논쟁이 불붙고 있습니다. 비록 실명이 아니라 필명이지만  '한걸음'님, '산바람'님,' 첨'님에 이어 '억새'님 또한 자유게시판이나 댓글에 장문의 글을 올려주셨습니다.  제주의소리는 최근 개진되고 있는 이 의견들이 작금에 보기드문 논쟁의 품격과 내용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되어 전문을 실으면서, 이 논쟁이 제주의 미래를 위해 한차원 더 업그레이드 되기를 기대합니다.  이 논쟁에 네티즌 여러분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편집자 주) 

이지훈님의 긴급제언을 놓고 발생한 논쟁이 자칫 실체 없는 빗나간 논리공방에 그칠 것 같은 우려에서 굳이 의견을 낸다.

이지훈님의 긴급제언은 참여정부의 국가균형발전론을 근거로 하는 잇따른 정책의 면면을 볼 때 잘못하면 제주가 종래의 대표관광지로서의 위상을 상실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걸음님이 지적하듯 제주의 문제를 정부정책의 시각으로 제주의 문제를 보려는 것이 아니라, 한걸음의 주장처럼 제주 스스로 대응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똑같은 문제의식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주장의 논거가 이지훈님의 제언은 정부정책에 대당한 제주의 대응을 주문한 것이라면, 한걸음님은 정부정책 역시 세계화(시장의 세계화)의 흐름을 배경으로 한 것이니 만큼 제주 스스로가 세계화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으로 서로 다를 뿐이다.

결국 제주의 미래를 어떻게 할 것인가와 관련된 토론에서 세계화에 대한 논쟁이나, 정부정책의 성격을 따지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물론, 국제자유도시 같은 제주도의 정책구조나 정부정책의 이념적, 논리적 근저를 따져보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가급적 현실정책 구조 내에서 돌아가는 단상을 진단하고 어떻게 할 것인가와 관련된 생산적 논의공간으로 이 '제주의 소리'를 '못난 도민'들이 한 번 만들어 보자고 하는 것이다.

어차피 한걸음님도 세계화에 적응해야한다는 식의 주장을 펴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밝히고 있지는 않다. 곧바로 계층구조논의나 '철밥그릇'같은 제주사회의 잘못된 풍토를 지적하는 것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계층구조 개편은 경제적요구가 아니다

한 가지 슬픈 것은 "특별자치도와 행정구조개편은 어쩌면 우리 세대에 주어진 변화를 시도할만한 마지막 호기"라는 한걸음님의 주장에서 보듯, 계층구조개편, 더 정확히 단층제로의 자치계층을 통합하는 것이 곧 개혁이라는 것으로 등치 환원되는 최근의 여론구조에 대한 것이다.

한걸음님은 특별자치도와 계층구조개편의 문제를 동시적 '기회'로 파악하고 있지만, 엄밀히 한걸음님이 지적한 '호기'라는 것은 단층제로의 개편에 두고 있는 것 같다. 필자는 특별자치도는 그야말로 개혁의 제도적 기회로서 '호기'라고 보지만, 계층구조개편의 문제를 똑같은 개혁라인의 선상에서 파악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특히 최근 제주일보의 창간 여론조사에도 드러나듯 단층제로의 개편에 대해서는 여전히 도민사회에서 팽팽한 찬반구조의 입장이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제주도행정개혁위원회는 단지(!) 일정에 몰려 소위 '혁신안'을 구성하는 다섯 가지 중 하나를 가려내 이를 주민투표에 부치려 하고 있다. 이는 강요된 선택 이상이 아니다. 때문에 이 토론공간에서 계층구조 개편 문제를 놓고 보다 본질적인 토론이 벌어지길 기대한다.

한편, 한걸음님의 '마지막 호기'라는 주장에 깔려있는 시계열적 인식의 문제이다. 이는 어쩌면 이미 도민들의 공통된 정서로 자리잡은, '제주홀대론'등과 같은 대정부관계론에 대한 인식과 맥을 같이하는 문제로 보인다.

즉 과거부터 중앙정부에 의한 각종 시책 (주요하게는 개발정책)이 이어져 왔지만, 제대로 '지원'이 실현된 적은 없고, 또 참여정부의 정책이 제주를 과거처럼 특별하게 대우하려는 것 같지 않으니, 그나마 특별자치도와 계층구조문제를 마지막 기회로 생각하고 이번에는 제대로 한 번 바꿔보자는 것이다.

여기서 더 중요하게 깔려있는 저변은 이 기회가 다름 아닌 경제적 기회의 문제로 파악하는 것이다. 계층구조개편, 특별자치도를 통해 중앙정부의 지원을 이끌어내고 제주도의 경제적 활로를 모색하자는 것인가? 계층구조개편의 문제를 '국제자유도시의 효율적 추진을 위한 행정체제의 실현'으로 설정하고 있는 도의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는 "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에서 중앙정부의 투자 미흡은 중앙정부와 정치권에게 제주도에 대한 예산지원 증대를 설득할만한 논리와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라고 한 한걸음님의 앞 주장과도 궤를 같이한다. 즉, 중앙정부의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우리도 뭔가 스스로 변화하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인데, 그것이 계층구조개편인 셈이다. 이것도 도의 논리와 똑 같다.

결국 문제는 정책당국이다. 제발 되도 않을 자유도시를 가지고 계층구조니 자치도니, 평화의 섬과 연결시키지 말라. 오히려 국제자유도시 문제는 지금 개별 정책적 차원에서 냉엄한 평가를 내려야 할 시기다.

'국제자유도시=평화의 섬'?

굳이 한걸음님에 대해 반론을 하려했던 게 아니다. 논의를 촉발한 이지훈님의 제언이나 한걸음님, 산바람님의 공통된 견해는 바로 '변화'이고 '개혁'일 것이라는 것 때문이다. 다만, 그 변화의 방향이 어디로 향해야 하느냐가 결국 이 토론의 주된 관심이 될 터인데, 이를 대비해 일견 잘못돼 보이는 논리구조에 대한 의견을 냈을 뿐이다.

자, 이제 이지훈님의 제언으로 돌아가자.

이지훈님의 제언은 건교부, 재경부, 문광부가 있따라 내놓는 정책포인트가 바로 관광에 있고, 그것이 주로 우리나라 서남해안지역에 맞춰져 제주가 갖는 관광정책적 우위가 국가정책에 의해 전략적으로 뒤바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정책당국은 중앙정부의 정책지원을 이끌어낼 획기적 프로젝트와 같은 특단의 대책마련에 나서라는 것이고, 그것은 제주의 특성을 살릴 때 가능하다는 지적에 다름 아니다.

제주특성에 맞는 획기적 대안프로젝트의 개발? 이것은 무엇일까? 필자나 여기에 모인 토론자들이 무슨 신도 아니고 이거다 얘기할 수는 없다. 동북아시대위 제주특위라는 그야말로 인텔리들이 모여 가지고 결국 하는 얘기도 국제자유도시는 국가사업이니 중앙정부 의지를 보여라 정도 아닌가? 그정도 말은 나도 한다.

바로 이것이 문제다. 새롭게 헤쳐모여 한들, 어제의 그 사람이 오늘 또 거기에서 무슨 새로운 얘기를 할까. 단지 '제주'란 타이틀을 국가기구에 그것도 '특위'란 형식으로 모였으니 중앙정부 지원을 견인하는데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아마 그것이 이들인 모인 실제 전략인지 모른다. 이지훈님의 제언에서 정부정책이 결국 '호남 달래기'라는 정치적 배경에 있다는 것처럼 모든 것은 정치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하더라도 동북아시대위원회라면 대통령 직속 3대 위원회 중의 하나인데, 여기에 제주특위가 고작 중앙지원을 촉구하는 단위로만 자족하지는 않으리라 기대한다.

그런 면에서 평화의 섬 전략은 이 제주특위의 핵심과제로 보인다. 우선 필자는 제주가 진짜 '세계 평화의 섬'이 되길 바란다. 문제는 "제주특위는 국제자유도시 추진과 세계평화의 섬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게 임무"라거나 "자유도시와 평화의 섬을 동시에 추진할 경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문정인 위원장의 말에서 드러나듯, 제주특위가 사고하는 평화의 섬이란 바로 경제적 요구와 연결된, 좀 극단적으로 말하면 '시장의 평화'를 지칭하고 있다.

물론 이를 의식해서 "평화교육과 시민중심의 평화운동"을 집어놓곤 있기는 하다. 평화의 섬이 제주의 경제적 이해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 된다. 시장과 평화가 양립할 수 있을까? 양립한다면 그 평화는 자유(시장)에 종속된 평화가 아닌가? '밀레니엄관'이나 '동북아평화군축센터'를 가지고 너무 비약하는 것이 아니냐 할 수 있다.

하지만 제주특위는 제주도를 물류거점지역으로서 인천광양 등에 대비되는 평화거점지역으로 상정하는 것이 분명하다. 이는 제주도의 미래와 관련해 대단히 전략적인 발상이다. 그만큼 제주특위는 제주미래의 국가차원의 전략단위라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좋다. 그러면 제주도 평화의 섬의 상은 여기의 발상대로 결정되어 진다는 것이다. 아니 이미 구상되고 결정되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누구나 꿈꾸는(?) 제주도 평화의 섬이 왜곡되고 구겨질 가능성이다. 제주특위의 전략이 어느 정도 성공한다해도 그것대로 제주평화의 섬의 달성되는 것일까?

복잡한 심정으로 맺는다. 아무튼 기왕 진행된 토론, 지금 제주를 놓고 형성되는 여러 가지 정책기류에 대해 '못난 도민'들이 한 번 얘기해 보자.

[첨언] 산바람님이 실명토론을 거론했는데, '실명'에 대한 강박을 버렸으면 좋겠다. 익명이면 어떤까? 실명거론하는 순간 '못난 도민들'은 아무도 토론장에 안 설 것 같기 때문이다. (억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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