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K-ETA 관련 지침 개정 검토중
관광업계 반발-제주도, 긴급 회의 소집

정부가 미등록 외국인(불법체류자) 사태 해결을 위해 5년 만에 전자여행허가제(K-ETA)를 제주에서 재추진하기로 했다. 관광업계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제주도는 5일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서 제주관광공사, 제주도관광협회 등 유관기관들이 참석하는 회의를 열어 전자여행허가제 도입에 따른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전자여행허가제는 무사증 외국인이 국내 입국 예정 72시간 전까지 전용 홈페이지에 접속해 여권정보와 본국 거주지, 국내 숙소, 연락처, 경비 등을 입력해 사전여행허가를 받는 제도다.

정부는 제주의 관광 활성화를 위해 2002년부터 무사증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사증면제 협정 체결국가 국민에 대해 관광 목적시 30일간 사증없이 입국을 허용하는 제도다.

무사증 제도 덕에 외국인 관광객은 크게 늘었다. 2016년에는 역대 최다인 360만명이 제주를 찾았다. 반면 제도를 악용해 불법 취업 등을 목적으로 한 가짜 관광객도 덩달아 늘었다.

급기야 2015년과 2016년 도민들의 공분을 산 미등록 외국인의 살인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이에 제주는 2017년 관광분야 5대 역점 정책에 전자여행허가제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반면 관광업계는 관광정책 말살 정책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제주도는 당초 입장을 뒤엎고 법무부에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법무부는 그럼에도 전자여행허가제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2020년 4월 출입국관리법 제7조의3(사전여행허가)를 개정해 사전여행허가제(전자여행허가제) 도입을 명문화 했다.

다만 내부 지침을 마련하면서 제주는 적용 지역에서 제외했다. 예외조치 직후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국제선 운항이 전면 중단됐다. 외국인 불법취업 논란도 잠잠해졌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6월부터 국제선 운항이 재개되면서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귀국 항공편에 오르지 않고 무더기 무단이탈을 시도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인 2019년 기준 제주지역 미등록 외국인은 1만4732명에 달했다. 이들 대부분이 무사증을 이용해 제주를 방문한 뒤 불법 취업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법무부는 제주가 국내 불법 취업의 통로가 되는 것으로 보고 검색 인력을 투입해 대응하고 있다. 이 같은 조치에도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전자여행허가제 지정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정부의 급작스런 전자여행허가 추진에 제주 관광업체는 당혹해 하는 분위기다. 제주관광협회는 관광업체들의 집단행동까지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부동석 제주관광협회 회장은 “불법체류 문제에 공감하지만 전자여행허가제 도입시 해외 관광시장이 위축될 것이 명백하다. 입국절차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전자여행허가제 시행에 따른 관광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제도 도입을 강행할 경우 관광업계 공동으로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김애숙 제주도 관광국장은 “정부의 전자여행허가제 도입 움직임에 맞춰 관광업계 의견수렴을 진행하기로 했다”며 “전체 의견을 수합해 법무부에 정식 건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전자여행허가제는 출입국관리법과 시행령에서 법무부 장관이 세부 내용을 정하도록 돼 있다. 현재 법무부는 고시가 아닌 내부 지침으로 전자여행허가제 세부 기준을 정하고 있다.

해당 지침에 따르면 ‘전자여행허가제 적용 대상에서 제주 방문객은 제외한다’고 돼 있다. 법무부가 예외 조항에서 ‘제주 방문객’을 삭제하면 바로 전자여행허가제 정책이 시행된다.

법무부 관계자는 “지침이 개정되면 제주 무사증 적용 112개국에 전자여행제 효력이 발생한다”며 “다만 전자여행허가제 시행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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