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적응 가두리 훈련장 주변 선박·드론 접근 말아야…인적 없어야 성공 가능성↑

지난 4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 설치된 가두리 훈련장으로 옮겨지고 있는 남방큰돌고래 비봉이. ⓒ제주의소리
지난 4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 설치된 가두리 훈련장으로 옮겨지고 있는 남방큰돌고래 비봉이. ⓒ제주의소리

자유로운 고향 제주 바다로 돌아가기 위한 마지막 수족관 남방큰돌고래 ‘비봉이’의 야생환경 적응 훈련이 순조롭게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성공적인 방류를 위해서는 사람의 접근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는 점에서 도민과 제주를 찾는 방문객들의 경각심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해양수산부는 비봉이를 데리고 있었던 서귀포시 중문 퍼시픽리솜의 ㈜호반호텔앤리조트와 꾸준히 돌고래 방류를 촉구했던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 제주대학교, 제주도 등 5개 기관 및 단체와 전문가를 모아 비봉이 ‘방류협의체’와 ‘기술위원회’를 구성한 바 있다. 

이들 단체는 수족관에 갇힌 마지막 남방큰돌고래 비봉이를 효과적으로 보호하고 관리하기 위한 논의를 이어왔으며, 7월 초 방류를 위한 협약을 체결, 세부계획을 마련했다. 

비봉이 방류 단계별 세부계획은 총 5단계로 △방류가능성 진단 및 방류계획 수립 △사육수조 내 적응훈련 △가두리 설치 및 이송 △가두리 내 야생 적응 훈련 △방류 및 사후 모니터링 등으로 구성됐다. 

비봉이는 살아 있는 먹이를 직접 사냥해서 먹는 등 1단계와 2단계 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지난 3일 서귀포시 대정읍의 한 가두리 양식장으로 옮겨진 뒤에도 사냥에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생적응 훈련 중인 비봉이는 건강하게 지내고 있으며, 주변으로 다른 남방큰돌고래 무리가 오가는 모습도 관찰되는 등 방류 성공이 점쳐지고 있다. 앞으로는 면역력 약화와 질병 감염 여부를 관찰 받게 되며, 사냥기술 습득 및 활어 섭식을 위한 다양한 종류의 먹이를 먹게 된다. 

기술위원회는 비봉이의 호흡수와 잠수 빈도 등 야생돌고래와의 행동 패턴을 비교 분석해 야생성 회복 정도를 평가하고 사회성 향상 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다. 앞선 모든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칠 경우 방류, 실시간 이동경로와 행동특성 등을 꾸준히 모니터링하게 된다. 

야생 훈련을 받고 있는 남방큰돌고래 비봉이. / 해양수산부 제공. ⓒ제주의소리
야생 훈련을 받고 있는 남방큰돌고래 비봉이. / 해양수산부 제공. ⓒ제주의소리

그러나 협약 체결 과정에서 비봉이 방류에 실패할 경우 회수비용에 대한 합의가 문서에 담겨있지 않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비봉이가 바다로 돌아간 뒤 적응에 실패, 회수해야 할 경우 비용을 원인 제공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면서다.

이와 관련해 해양수산부는 브리핑을 통해 “기본적인 소요 비용들은 원인 제공자 측에서 부담하게 된다. 적응훈련을 마치고 바다로 나가 모니터링하는 시점에 필요한 GPS나 추적 비용 등은 정부에서 부담하는 방식으로 논의됐다”고 답변했다. 

만약 훈련과정에서 사냥을 못 한다거나 건강이 나빠질 경우에는 기술위원회 판단으로 방류 자체를 보류하게 된다. 비봉이가 야생적응 훈련을 정상적으로 받아 방류된 뒤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는 재포획을 한 뒤 다른 시설로 옮겨 관리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재포획 성공 가능성이 낮은 데다 전문가도 부족해 우려스럽다는 지적도 따른다.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철저히 준비하지 않는다면 앞서 방류한 돌고래 중 금등이와 대포처럼 생사를 알 수 없게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2017년 방류된 금등이와 대포는 바다로 돌아간 뒤 남방큰돌고래 무리에서 관찰되지 않으면서 사망으로 추정, 방류가 실패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관련해 해수부는 당시에는 GPS를 부착하지 않아 추적이 안 되고 있으며, 이번 기술위원회에서는 GPS를 붙여 계속 추적조사를 할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덧붙여 전문가들은 비봉이가 야생으로 돌아간 뒤 재포획이 필요할 정도가 된다면 방류 이전에 대부분 확인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술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김병엽 제주대 교수는 “가두리에 있는 비봉이가 주변 야생개체들과 어떻게 교류하느냐가 관건”이라며 “만약 방류 이후 움직임이 없거나 사람을 따라 먹이를 구걸하게 된다면 그때 재포획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방류하기 전에 기술위원회가 방류 여부를 기준에 따라 평가하게 될 것”이라며 “비봉이가 계속 무리하고 합류할 때까지 모니터링하고 기다려야 하겠다”고 덧붙였다. 

재포획 가능성에 대해 이경리 수과원 고래연구센터 해양수산연구사는 “가능한 없어야 하겠지만 외국에서는 관련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만약 재포획을 해야 하는 상태라면 사람을 계속 쫓거나 스스로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일 것이기 때문에 구조에 준해 대응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사람을 따라가는 게 나을지, 동료를 따라가는 게 나을지 선택할 수 있는 활동 상태라면 굳이 재포획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며 “방류 이후 비봉이를 비롯해 제주남방큰돌고래들의 관찰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05년 제주 비양도에서 불법포획된 제주남방큰돌고래 비봉이. 사진=핫핑크돌핀스.
2005년 제주 비양도에서 불법포획된 제주남방큰돌고래 비봉이. 사진=핫핑크돌핀스.

비봉이 방류 실패에 따라 다시 포획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사람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가두리 양식장에 선박을 타고 접근하거나 드론을 띄워 관찰하는 등 비봉이를 자극해서는 안 된다. 

수족관 생활이 익숙한 비봉이가 사람이나 물체가 가까이 다가올 경우 먹이를 주는 등 행동으로 착각, 적응훈련이 더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드론이 수면 10m 상공까지라도 접근할 경우 비봉이가 관심을 가질 수 있다.

조약골 핫핑크돌핀스 공동대표는 “지금 중요한 건 야생의 바다로 돌아가기 위해 훈련을 받는 비봉이에게 사람이 접근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도 가두리 양식장 인근에 낚싯배나 관광 선박이 접근하는 경우가 있다. 멀더라도 비봉이에게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며 “돌고래 가까이 와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모를 수도 있으니 업체가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접근을 자제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봉이의 방류 성공을 가르는 핵심요소는 야생무리와의 접촉과 동조다. 그런데 인근에 선박 등 물체가 접근할 경우 그게 힘들어질 수 있다”며 “현재 비봉이는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고 방류 성공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판단되는 상태”라고 밝혔다.

17년 만에 수족관에서 나와 자유롭게 고향 바다로 돌아가 친구들과 어울려 다닐 기회를 얻은 비봉이다. 이처럼 비봉이의 성공적인 야생적응 훈련과 방류를 위한 모두의 관심과 협조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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