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된 입국 심사에도 ‘구멍’…불법취업 경로 우려

제주를 통해 입국한 외국인 관광객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한층 강화된 입국심사를 뚫고 제주로 입국한 태국인 관광객들 중에서 55명이 잠적했다. 

7일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입국허가된 태국인 관광객 280명 중 55명이 2박으로 예정된 제주 관광 일정에서 이탈해 소재가 불분명하다. 

지난 2~6일 제주를 통해 입국을 시도한 태국인 관광객은 총 812명에 이른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인 421명은 전자여행허가(K-ETA) 불허 이력이 있으며, 출입국청은 재심사 대상자로 분류해 정밀 입국 심사를 벌여왔다. 

결국 태국인 417명은 제주공항에서 입국이 불허돼 귀국했는데, 출입국청은 이들의 입국 목적이 불분명한 것으로 봤다. 불법취업을 목적으로 제주에 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강화된 입국 심사를 통과한 태국인 관광객 중에서도 이탈자가 발생하자, 출입국청과 제주도는 물론 도내 관광업계가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향후 미등록외국인 신분으로 불법 취업 등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출입국청은 제주무사증이탈자검거반을 통해 이들에 대한 소재를 파악 중이다. 관련 법률 등에 따라 태국인의 체류 기간은 최대 90일이 보장돼 아직 미등록외국인 신분이 아니다.  

제주에서 태국인 입국 불허와 입국한 태국인의 이탈 사례가 잇따르는 가운데, 제주도는 K-ETA(전자여행허가제) 도입 유보를 정부에 건의키로 했다. 

K-ETA는 무사증 외국인이 국내 입국 예정 72시간 전까지 전용 홈페이지에 접속해 여권정보와 본국 거주지, 국내 숙소, 연락처, 경비 등을 입력해 사전여행허가를 받는 제도다.

정부는 관광 활성화를 위해 2002년부터 제주에 무사증 제도를 도입했다. 제주특별법상 테러지원국 등을 제외한 외국인이 관광을 목적으로 입도할 경우 30일간 사증없이 체류를 허용하는 제도다.

지난해 9월1일 K-ETA 도입 당시 정부는 국제관광도시 제주의 특성을 반영해 제주만 K-ETA 적용을 면제한 바 있다. 

최근 법무부는 태국인 관광객들이 K-ETA가 필요 없는 제주로 우회 입국하는 현상이 잇따르자 제주에 K-ETA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제주도는 지난 5일 제주관광협회와 제주관광공사, 법무부, 출입국청 등 유관기관 회의를 열었고, 제주도와 관광업계를 중심으로 제주에서의 K-ETA 시행을 유보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코로나19 장기화 속 국제관광이 재개된 시점에 K-ETA가 도입되면 제주 무사증 도입 취지가 퇴색돼 제주 관광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반면, K-ETA 입국 절차도 간소화돼 있어 관광객 유치에 장애가 되지 않고, 범법자나 불법 취업 기도자 등을 사전차단할 수 있는 장점으로 K-ETA 도입이 필요하다는 반대 의견도 나왔다.

김애숙 제주도 관광국장은 “제주 국제 관광이 코로나 여파를 이겨낼 수 있도록 무사증 도입의 이점을 최대한 부각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을 도출하도록 재차 논의할 계획이다. 조만간 법무부를 공식 방문해 제주 관광업계의 입장을 명확히 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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