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시선] 제주자연체험파크 의혹과 논란 해소가 먼저다

‘소리시선(視線)’ 코너는 말 그대로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입장과 지향점을 녹여낸 칼럼란입니다. 논설위원들이 집필하는 ‘사설(社說)’ 성격의 칼럼으로 매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독자들을 찾아 갑니다. 주요 현안에 따라 수요일 외에도 비정기 게재될 수 있습니다. / 편집자 글

지금까지 도내에서 이뤄진 개발사업을 둘러싸고 이토록 많은 의혹과 논란이 있었던 적이 있었나 싶다.

공무원들이 마을 주민 개인정보 유출, 세계적 멸종위기식물 군락지에 들어서는 개발사업, 부실한 환경영향평가, 사업부지 임대계약 효력 논란에도 이뤄진 도의회 동의, 사업승인 전 사전공사와 불법 산림 훼손, 영리행위가 불가능한 공무원이 환경영향평가 용역에 참여해 빚어진 공무원법 위반 논란….

구좌읍 동복리에 들어서는 제주자연체험파크 사업에 얽힌 이야기다.

제주시 구좌읍 제주자연체험파크 조성사업 예정 부지.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시 구좌읍 제주자연체험파크 조성사업 예정 부지.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사업설명회 때부터 사업부지 적합성을 놓고 논란이 일었던 제주자연체험파크 조성사업은 추진과정 내내 온갖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 4일 사업승인을 앞둔 의견수렴 공람과정을 거치고 오영훈 지사 책상에서 마지막 승인절차를 기다리고 있다.

제주자연체험파크는 단순히 한 개 개발사업을 떠나 이제 새롭게 출범하는 오영훈 도정이 환경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풀어갈 것인지를 보여주는 가늠자이다.

승자의 저주라 한다. 지난달 새로운 임기를 시작한 오영훈 지사 앞에는 환경과 관련한 여러 과제들이 놓여있다. 지구온난화 문제해결을 위한 탄소중립 정책이나 에너지 문제 해결과 같은 전지구적 문제에서부터 곶자왈 보전이나 지하수 보전, 해양쓰레기 문제 등 도민 삶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환경 문제까지 산적해있다.

우리가 겪는 환경문제는 어느 하나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미 제주도가 주요 목표로 내세웠던 곶자왈과 오름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보호하려던 국립공원 확대 계획이 무산된 터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5월 환경부에 국립공원 확대 지정을 철회하는 공문을 보냈다. 도민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슬그머니 폐기한 국립공원 확대계획 철회는 아쉽고 한탄스럽다. 

사유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토지주와 마을주민들은 반대했고 언론은 부추겼다. 제주도와 환경부는 토지매입비 확보 등 사업추진을 위한 준비가 부족했고 도민들을 위한 설명과 협의 노력도 부족했다. 도가 내세운 주요 정책임에도 마을주민을 위해 직접 만나 설득과 대안을 찾으려는 도지사 모습도 끝내 찾을 수 없었다. 용역만 8년째인 곶자왈 경계설정과 보호구역지정 작업도 비슷한 처지다. 

천혜 자연환경을 자랑스러워하는 제주도가 겪고 있는 속 모습이다.

이제 새롭게 도정운영을 맡은 오영훈 지사로서는 만만찮은 현실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오영훈 도정은 제주 환경보전이라는 도민 기대를 받아 안고 지속가능한 제주라는 정책목표를 이루어 나갈 수 있을까?

그 앞에 제주자연체험파크는 첫 시험대가 될 듯하다.

제주자연체험파크 사업에 대한 제동과 함께 환경보전에 대한 의지와 정책 방향, 도민갈등을 해결하는 정치력을 보여주느냐, 아니면 법과 절차를 내세워 사업을 승인하며 무난한 옛 경로를 갈 것인지가 선택지다.

제주자연체험파크 조성사업은 구좌읍 동복리 산1번지 일원 74만4480㎡에 관광휴양시설과 숙박시설 등이 들어선다. 원형보전지 46만728㎡를 빼고도 28만3752㎡가 개발된다.

제주자연체험파크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서. 환경영향평가 동의안은 우여곡절 끝에 올해 3월 제주도의회를 통과했다. 사업자가 사업승인 신청을 하면서 현재 부서 의견 수렴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자연체험파크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서. 환경영향평가 동의안은 우여곡절 끝에 올해 3월 제주도의회를 통과했다. 사업자가 사업승인 신청을 하면서 현재 부서 의견 수렴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문제는 이곳이 세계적 멸종위기종인 제주고사리삼을 비롯한 다양한 동식물 서식지이자 튜물러스, 용암함몰지, 궤, 습지가 곳곳에 있어 생태나 지질학적으로도 보존가치가 높은 곳이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사업추진 과정은 개발지상주의 시절 모습 그대로다.

사업부지에 서식하는 세계적 멸종위기종인 제주고사리삼도 이식하면 문제없다는 논리다. 학자들까지 용역에 참여해 이식한 제주고사리삼이 잘 자라고 있다며 두둔한다.

바다에서 잡아온 돌고래를 수족관에서 키우며 잘 자라고 있다고 말하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얼마전 바다로 돌려보내준 비봉이처럼 자생지 보전이 원칙이자 추세다.

지난 5월에는 사업자가 공사승인도 나기전에 나무를 베어내 논란이 일었다. 현장을 조사한 제주자치경찰단은 신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제주자연체험파크 조성사업 사업 시행사와 관계자를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는데 훼손면적이 2만㎡가 넘는다.

더욱이 불법 훼손된 나무 가운데 환경영향평가서에는 없던 멸종위기식물인 개가시나무도 포함돼 있어 환경영향평가 부실이 다시 한 번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 8일에는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사업부지내 동굴조사 용역을 수행한 책임연구원이 공무원으로 드러나 또다시 논란이 일었다. 강원도청 공무원 신분으로 두 차례 관련 용역에 참여해 영리행위를 금지한 공무원법 위반과 함께 용역 결과에 대한 신뢰 문제까지 불거지고 있다. 

이처럼 논란과 의혹은 가시지 않은 채 제주자연체험파크 사업승인은 이제 마지막 제주도 승인절차만 남아있다.

마지막 승인절차를 남겨두고 사업계획을 불허하는 일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이미 오영훈 지사나 관련 공무원들이 밝힌 몇몇 말에서도 엿볼 수 있다.  

선거과정에서 오영훈 후보는 제주자연체험파크 승인여부에 대해 ‘제주자연체험파크 사업은 환경영향평가심의위원회와 제주도의회에서 심도 있는 논의 끝에 승인이 이루어졌다. 이에 전문가와 도의회 의원님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원론적이면서 승인을 암시한 답을 한 바 있다.  

또 사전공사에 따른 불법훼손 문제가 불거진 뒤에도 제주도는 "사법처리 여부는 사업의 행정절차와는 별개의 문제"라며 "부서별 의견 청취 절차를 거쳐 사업 승인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환경훼손과 불법논란에도 사업승인은 문제가 없다는 의미로 들린다. 

여러 의혹과 논란에도 사업승인이 내려진다면 환경보전과 공익을 지켜야 하는 도지사로서 책임을 저버렸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환경영향평가나 도의회 승인을 거쳤다는 이유로 행정처리 절차에 갇혀 판단하기 보다는 지속가능한 제주와 도민 공동체 이익을 위한 적극 행정이 필요하다.

이미 제주도는 곶자왈 지역 개발사업에 대해 환경파괴에 따른 공공이익 침해를 이유로 불허한 사례가 있다. 사업자가 제기한 행정소송에서도 법원은 공익을 위해 곶자왈 개발을 불허한 행정행위는 정당하다는 결정을 내린 바도 있다.

김효철 (사)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상임대표 ⓒ제주의소리<br>
김효철 (사)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상임대표 ⓒ제주의소리

제2공항 강행 등 제주환경 보전에 역행했다는 평가를 지울 수 없지만 원희룡 전 지사도 송악 선언을 통해 송악산과 동물테마파크 등 대규모 개발사업을 불허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오영훈 도정은 섣부른 제주자연체험파크 승인에 앞서 여러 의혹과 문제를 점검하고 사업 시행으로 훼손되는 곶자왈 파괴를 막을 대안 마련에 먼저 나서야한다. / 김효철 객원논설위원, (사)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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