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규의 film·筆·feel] (24) 무궁화 꽃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양동규. 그의 예술은 ‘학살로서의 4.3’을 살피는 일에서 출발했다. 카메라를 든 그의 시선은 늘 제주 땅과 사람에 고정돼있다. 그러나 섬의 항쟁과 학살이라는 특수성의 조명은 결국 한반도와 동아시아, 더 나아가 세계평화라는 보편성으로 확장하기 위한 평화예술의 길임을 누구보다 잘 아는 실천적 작가다. 매주 한차례 [양동규의 필·필·필 film·筆·feel]을 통해 행동주의 예술가로서의 그만의 시각언어와 서사를 만날 수 있다. / 편집자 글


고립된 평안 23, 2018 / ⓒ2022. 양동규
고립된 평안 23, 2018 / ⓒ2022. 양동규

노인의 방 한쪽에 꽃무늬 천으로 만든 오래된 옷장이 있다. 
그리고 옷장을 장식하고 있는 무궁화 코사지 하나.
아마도 국가 행사나 지방정부 행사에서 가슴에 달았던 무궁화일 것이다.
가슴에 무궁화를 달았던 노인이 바라던 나라는 어떤 나라였을까?

77년 전 8월은 해방의 달이었다. 

작렬
하는
조선

하늘

묘한
하늘
이다.
지나치게 파랗기
때문인지도
모를 일.

    - 김시종의 장편시 『니이가타』 중에서

해방을 맞이한 하늘은 지나치게 파란 하늘이었을 것이다. 지금의 8월이 그런 것처럼.
새로운 나라를 스스로 만들고자 했던 그들의 열망은 작렬하는 조선의 하늘만큼이나 뜨겁게 달아올랐을 것이다.
열망이 피워 올렸던 새로운 나라는 어떤 나라였을까?
70여 년이 지난 지금 그 나라는 노인이 생각하는 나라였을까?
가끔 묻고 싶어진다.


# 양동규

제주에서 나고 자랐다. 20대에 흑백카메라를 들고 제주를 떠돌며 사진을 배우다 시민단체 활동가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골프장 개발문제, 해군기지 건설 문제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접하며 그로 인해 변화되어가는 제주의 본질을 직시하고 이를 시각화하는 작업을 사진과 영상을 기반으로 진행하고 있다.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섬의 하루」, 「잼다큐 강정-범섬에 부는 바람」 등을 연출, 제작했다. 개인전 「터」(2021), 「양동규 기획 초대전 섬, 썸」을 개최했고 작품집 「제주시점」(도서출판 각)을 출판했다. 제주민예총 회원으로 「4.3예술제」를 기획·진행했고 탐라미술인협회 회원으로 2012년부터 「4.3미술제」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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