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 당시 제주 지역 한 일간지 보도.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 당시 제주 지역 한 일간지 보도.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23년전 제주에서 목숨을 잃은 검사 출신의 고(故) 이승용 변호사의 의복을 훼손한 검찰의 결정이 ‘게임체인저’가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오는 17일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형사부는 살인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김모(56)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을 예정했다. 

검찰은 ‘갈매기’라 불리던 손모씨(2014년 사망)와 함께 수개월간 이승용 변호사 살인을 계획해 1999년 11월5일 제주시 관덕정 인근에서 범행을 저지른 혐의로 김씨를 기소했다. 또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을 다룬 방송 제작진을 협박한 혐의도 함께 적용했다. 

김씨는 1심에서 이승용 변호사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 협박 혐의에 대해서만 징역 1년6월형에 처해진 바 있다. 

이번 사건은 다른 장기미제 사건처럼 DNA와 같은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 방송에서 김씨가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에 관여한 것처럼 발언했지만, 검·경 수사와 법정에서 김씨는 수차례 자신의 진술을 뒤집었다. 

1심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김씨가 살인범이 아닐 가능성을 모두 배제할 수 없다며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 살인 혐의로 검찰에 송치중인 김모씨(가운데)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 살인 혐의로 검찰에 송치중인 김모씨(가운데)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항소심에서 검찰은 김씨의 살인 혐의 입증을 위해 이승용 변호사 사망 당시 부검의와 수사를 맡았던 전직 경찰, 혈흔 분석가를 증인석에 앉혔다.  

증인들은 각각 사건 당시 이승용 변호사의 모습이나 당시 조직폭력배 ‘유탁파’에서의 김씨의 권력 정도 등에 대해 증언했다. 

항소심에서 모든 증인신문이 마무리되고 검찰은 증거를 훼손하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어떤 일의 결과나 흐름의 판도를 뒤집을 만큼 중요한 인물, 사건, 물건 등을 통틀어 의미하는 ‘게임체인저’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현재 이승용 변호사 사망 당시 의복 등은 최대한 원래 상태에 가깝도록 보존돼 있다. 경찰과 검찰은 이승용 변호사 옷에서 시료를 채취해 DNA 등의 검사를 진행해 왔다. 

검찰은 이전과 달리 보존돼 있는 이승용 변호사의 옷을 잘게 쪼개 DNA 감정 등을 의뢰한 뒤 관련 결과를 추가 증거로 제출하겠다고 밝혔고, 재판부가 받아들였다. 

증거를 훼손하더라도 DNA와 같은 직접적인 증거 확보가 필요하다는 결정이다. 

만약 훼손된 증거에서 범인으로 추정되는 DNA 등 직접증거가 발견되면 이번 사건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도 있다. 

증거를 훼손한 검찰의 결정이 게임처인저가 돼 항소심에서 결과를 뒤집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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