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10시 제주 조천체육관…“남겨진 터, 그날 제주의 기억”

15일 오전 10시 제주시 조천체육관에서는 순국선열과 애국지사의 숭고한 뜻을 기리는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이 거행됐다. 김경학 제주도의회 의장의 선창에 맞춰 만세를 외치고 있는 참석자들. ⓒ제주의소리
15일 오전 10시 제주시 조천체육관에서는 순국선열과 애국지사의 숭고한 뜻을 기리는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이 거행됐다. 김경학 제주도의회 의장의 선창에 맞춰 만세를 외치고 있는 참석자들. ⓒ제주의소리

일제의 만행 속에서도 자주독립을 이루기 위해 목숨을 바쳐 ‘대한독립만세’를 외친 순국선열과 애국지사의 숭고한 뜻을 기리는 광복절 경축식이 열렸다. 

제주특별자치도는 15일 오전 10시 제주시 조천체육관에서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을 거행했다. 경축식에 앞서 조천만세동산 애국선열추모탑에서는 참배가 이뤄졌다. 

참배와 경축식에는 강혜선 광복회 제주도지부장, 독립유공자 유족, 광복회원을 비롯해 오영훈 제주도지사, 김경학 제주도의회 의장, 김광수 제주도교육감, 김한규 국회의원(제주시을) 등 각급 기관 단체장이 참석했다. 

행사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경축공연 없이 기념영상 ‘제주의 터와 기억’이 상영됐으며, 강혜선 지부장은 장호권 광복회장의 축사를 대신 읽었다. 

장 회장은 축사를 통해 지난 역사 속에서 깊이 새겨진 민족 감정을 해결하기 위해 침략과 수탈을 자행한 일본의 진솔한 고백과 사과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호권 광복회장의 축사를 대신 읽고 있는 강혜선 광복회 제주도지부장. ⓒ제주의소리
장호권 광복회장의 축사를 대신 읽고 있는 강혜선 광복회 제주도지부장. ⓒ제주의소리
15일 오전 10시 제주시 조천체육관에서는 순국선열과 애국지사의 숭고한 뜻을 기리는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이 거행됐다. ⓒ제주의소리
15일 오전 10시 제주시 조천체육관에서는 순국선열과 애국지사의 숭고한 뜻을 기리는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이 거행됐다. ⓒ제주의소리

장 회장은 “감격과 환희로 맞이한 광복이었지만 우리 자체의 힘으로 완전 자주독립을 이루지 못한 탓에 외세에 의한 분단의 시작, 동족상잔이라는 엄청난 대가를 치렀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상처가 아직까지 치유되지 않는 상태에서 민족 분단이라는 가슴 아픈 현실이 눈앞을 가로막고 있다”며 “많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오늘까지 일본과의 관계는 근본적인 갈등을 해소하지 못한 채 대안 없는 미래로 가고 있다”고 피력했다. 

또 “우리는 후손들이 살아가야 할 이 땅이 또다시 격랑의 소용돌이 속에서 폐허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주변국, 특히 일본과의 공동 공생을 위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 침략과 수탈에 대한 일본의 고백과 사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일본은 은연중 친일인사의 식민사관을 통해 한반도 침탈을 범죄가 아닌 호혜였다고 호도하려는 오만함과 불순함을 가지고 시도 때도 없이 우리를 짓밟는 망언을 일삼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장 회장은 “우리는 일본으로 하여금 그것이 잘못이라는 것을 깨우치게 해야 한다. 일본이 잘못을 인정할 때 비로소 우리와 미래의 공존 상생을 협의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근본적인 갈등을 해소하지 못한 채 대안 없는 미래로 가는 불안한 한일관계는 향후 동북아 정세 속에서 양국 간이 함께 침몰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서로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나라의 자존을 망가뜨리지 않고 민족 자립을 포기할 수 없다는 마음을 깊이 새겨야 한다”며 “우리 독립운동가 후손들 또한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해달라고 말하지 않고 우리가 조국을 위해 이렇게 하겠다고 말하는 후손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광복절 경축식 축사를 통해 위대한 제주도민의 불굴의 DNA를 강조, 애국선열과 순국지사의 숭고한 뜻을 오래 기억하겠다고 강조했다. ⓒ제주의소리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광복절 경축식 축사를 통해 위대한 제주도민의 불굴의 DNA를 강조, 애국선열과 순국지사의 숭고한 뜻을 오래 기억하겠다고 강조했다. ⓒ제주의소리
사진 왼쪽부터 15일 오전 9시 20분 제주시 조천만세동산 애국선열추모탑에서 헌화와 분향을 하고 있는 김경학 제주도의회 의장, 김광수 제주도교육감,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제주시 을 국회의원. ⓒ제주의소리
사진 왼쪽부터 15일 오전 9시 20분 제주시 조천만세동산 애국선열추모탑에서 헌화와 분향을 하고 있는 김경학 제주도의회 의장, 김광수 제주도교육감,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제주시 을 국회의원. ⓒ제주의소리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선열을 따듯이 예우하고 오래 기억하며, 후손들로부터 존경받게 만드는 일은 빛나는 제주를 새로운 미래로 이끄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오 지사는 축사에 앞서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리 출신의 독립운동가 故 김상추(金商秋) 선생이 독립유공자로 추서된 것과 관련해 헌신과 희생을 후손들이 잊지 않고 오래도록 명예롭게 모시겠다고 약속했다. 

김상추 선생은 1926년 제주공립농업학교(현 제주고)에 입학해 1928년 3월 제주공립농업학교 3학년 재학 중 부태환 등과 함께 동맹휴교 및 일본 천황에 대한 비판 글 작성에 참여해 활동하다 체포됐고, 이후 퇴학 처분을 받았다.

1929년 4월 일본에서 대판조선노동조합 북부지부 신임위원 및 1930년 9월 동아통항조합 임시대회에 제주도 대표로 참석했다가 검속됐다.

이어 오 지사는 우리가 누리는 풍요로움은 누군가의 희생 위에 만들어졌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제주에서 벌어진 독립운동인 ‘무오 법정사 항일운동’, ‘조천 만세 운동’, ‘해녀항일운동’ 등을 강조했다. 

제주 법정사 항일운동은 3.1운동이 일어난 1919년보다 5개월 앞선 1918년 10월 7일 제주 도순리 법정사 일원에서 일어난 무장항일운동이다. 당시 법정사 승려들을 중심으로 인근 마을 주민 등 총 700여 명이 일본인의 축출과 국권회복을 주장하며 일으킨 도내 최대 규모의 항일운동이자, 종교계가 일으킨 전국 최대 규모의 무장 항일운동이었다.

제주지역 3대 항일운동 중에서도 대표적으로 손꼽히는 조천만세운동은 제주 항일 운동의 선구적인 위상을 갖는다. 이 조천만세운동을 기점으로 민족교육운동이 활성화됐고, 청년들을 중심으로 한 각종 사회단체가 조직되기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제주 3대 항일운동 중 하나인 해녀항일운동은 제주지역 최대 규모의 항일운동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특히 단순히 여성 독립운동가가 참여한 운동을 뛰어넘어 여성이 주체가 돼 여성을 중심으로 이뤄진 항일운동이라는 점에서 그 역사적인 가치가 빛을 발한다.

오 지사는 “자랑스러운 항일의 역사는 우리 제주인의 자부심이자 유산이다. 제주인의 유산, 불굴의 DNA는 그 어떤 위기도 슬기롭게 극복하고 새로운 제주의 미래를 연 바탕이 됐다”며 “아무리 힘든 상황이 몰아쳐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위대한 도민의 저력과 경험으로 오늘의 어려움을 이겨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급격한 사회경제 전반의 위기가 닥쳤지만 위대한 도민은 함께 힘을 모아 오늘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있다”며 “국가유공자들의 희생과 헌신에 최고의 예우로 보답할 수 있도록 보훈 선양과 예우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조천만세동산 애국선열추모탑에서 참배를 하고 있는 독립유공자 후손, 광복회원 등 참석자들. ⓒ제주의소리
조천만세동산 애국선열추모탑에서 참배를 하고 있는 독립유공자 후손, 광복회원 등 참석자들. ⓒ제주의소리
15일 오전 10시 제주시 조천체육관에서는 순국선열과 애국지사의 숭고한 뜻을 기리는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이 거행됐다. ⓒ제주의소리
15일 오전 10시 제주시 조천체육관에서는 순국선열과 애국지사의 숭고한 뜻을 기리는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이 거행됐다. ⓒ제주의소리
제주시 조천만세동산 애국선열추모탑 전경. ⓒ제주의소리
제주시 조천만세동산 애국선열추모탑 전경.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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