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감사위, ICC제주 종합감사 34건 위반사항 무더기 적발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전경. ⓒ제주의소리 자료사진<br>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전경.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계약비리 의혹, 채용비리, 직장 내 괴롭힘 논란 등 각종 의혹에 휩싸인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제주)에 대한 감사 결과 내부 시스템의 총체적 난맥이 드러났다. 일부 사항은 이미 경찰로 이관돼 있어 수사 결과에 따라 추후 논란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감사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1일부터 올해 1월 4일까지 11일간  ICC제주의 2017년 1월 1일 이후 업무추진상황 전반에 대한 종합감사를 실시했다. 이는 ICC제주 내부 갈등으로 촉발된 수의계약 비리와 채용비리 의혹, 직장내 괴롭힙 논란 등을 들여다보기 위한 목적이다.

감사는 지난해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 소관 행정사무감사에서 지적된 사항과 각종 제보사항 등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그 결과, 주의 16건, 통보 9건, 개선권고 5건, 문책 2건, 시정 2건 등 총 34건의 위반사항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공개채용 과정 없이 '질의응답'으로 직원 채용

특히 이번 감사를 통해 ICC제주의 주먹구구식 인사시스템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감사위에 따르면 ICC제주는 지난해 1월 임시직 직원 채용 과정에서 공개채용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내부 지침을 위반하고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전시부스 영업 및 업무보조 인력인 임시직 직원 A씨는 공개채용이 아닌 내부 직원의 추천을 받아 실장대행과의 질의응답만을 거쳐 계약된 것으로 드러났다.

ICC제주는 A씨의 근로계약 기간이 만료된 이후에도 정식 절차 없이 계약을 연장했다. 같은해 4월에는 A씨 외에도 임시직 직원 B씨를 A씨의 채용방식과 동일하게 채용하며 불특정 다수의 응시기회를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뿐만 아니라 ICC제주는 A씨와 B씨와 임시직 근로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자체 지침이나 고용노동부에서 제공하는 표준근로계약서를 이용하지 않고, 별도의 '프로젝트 계약서'를 이용하면서 근로기준법 위반 소지를 낳았다. 

특히 해당 계약서의 조문 중 '근로자가 계약기간 만료 전에 계약을 해지하여 본 계약의 의무를 이행하지 못했을 경우에는 최종 월 급여는 사업주에게 계약해지 위약금으로 귀속된다'는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악성 조항을 명시해 논란을 키웠다.

ICC제주 측 관계자는 "A와 B씨를 임시직으로 채용하면서 별도 채용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은 당시 사업의 시급성과 프로젝트성 단기 아르바이트 모집은 별도 채용절차를 거치지 않는 것이 관례였다"고 해명했지만, 감사위는 단지 사업의 시급성과 관례라는 이유만으로 채용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담당자에 대한 징계 처분을 요구했다.

  경력 무관 공고 내고 "경력 많아" 서류면접 탈락

ICC제주는 지난해 2월 3개 구인전문 사이트를 통해 응시자격 '대졸 이상(4년제, 졸업예정자 가능), 경력 무관' 조건으로 임시직 채용을 공고했고, 총 11명의 응시자에 대해 서류전형을 실시했다. 전형절차는 서류전형, 면접전형을 거쳐 최종합격자를 결정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공고상 응시자격 요건에 '대졸 이상'으로만 명시했으므로 서류전형은 응시자가 대졸 이상에 해당하는지만 확인해 기준에 부합하는 자는 모두 합격 처리해 다음 전형 단계인 면접전형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해야 했다.

그러나, ICC제주는 경력이 10년 이상인 2명은 경력에 맞게 급여 책정이 어렵다는 사유로 불합격 처리했고, 또 다른 1명은 거주지가 제주가 아니라는 사유로 부적격 결정했다. '경력 무관'이라는 조건을 내걸었음에도 경력이 많다는 이유로 응시 기회를 박탈한 것이다. 

또 면접시험에서도 심사위원 3명을 위촉하면서 2분의 1 이상 위촉해야 하는 외부위원을 1명도 위촉하지 않았고, 3명 모두 서류전형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내부직원으로만 구성했다. 시험의 평가항목도 배점기준을 마련하지 않아 심사위원 중 일부는 배점을 부여하지 않고 O, X 등 기호로만 표시했다.

감사 과정에서는 이에 대한 관련 자료조차 남아있지 않아 경위서의 내용을 근거로 재구성해야 했다.

인사·조직 지침에 따르면 출자·출연기관의 장은 시험위원이 작성한 심사자료 등을 봉인해 보관해야 하고, 채용 관련 문서를 영구적으로 보존하도록 보존기간을 정하되, 응시자가 제출한 서류는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사항 외에는 최소 5년 이상 보관하도록 돼 있다.

그럼에도 ICC제주는 최종 합격자를 확정하고 난 후 응시자로부터 직접 제출받은 서류 등 채용 관련 자료를 비롯해 심사위원이 작성한 심사표 및 평가결과 등의 자료를 보관하지 않았다. 당시 채용업무 담당자는 채용절차가 완료되자 응시 지원자 서류 등 관련 서류는 모두 파기했다고 진술했다. 그 결과 채용 절차가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이뤄졌는지 확인할 수 없게 됐다.

  30여명 조직에 '절반이 간부' 기형 구조

조직 운영의 불합리에  대한 제도상의 문제점도 지적됐다. 이에 대해서는 개선 조치가 요구됐다.

ICC제주는 직제규정에 따라 5개 실로 편성하고 각 부서에 일반직 및 기능직 34명, 업무직 9명 등 총 43명의 정원을 배치해 운영하고 있다. '지방 출자·출연기관 인사·조직지침'에 따라 조직과 정원에 관해 내부규정으로 정하거나 조직과 정원의 운영 시 직급별 정원은 합리적인 체계를 이룰 수 있도록 하며, 상위직 위주로 편성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ICC제주의 경우 3급 이상의 직원이 팀장, 소장, 실장이 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즉, 3급 이상의 상위직 비율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정해 조직을 운영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감사위의 실태 점검 결과 ICC제주에서는 관리직이 될 수 있는 3급 이상 직원과 그렇지 않은 4급 이하 직원의 비율을 1대 1로 정했다. 3급 이상 직원 16명, 4급 이하 직원 16명을 두고 있는 등 관리직 정원 비중이 과다 산정된 것이다.

지침에 따르면 조직별·직급별 정원을 명확하게 나타내야 함에도 ICC제주는 총 정원만을 명시하고 있을 뿐 직급별 정원을 별도로 명시하지 않았다. 특정 부서의 경우 2급 3명, 업무직 1명 등 비현실적인 직원 불균형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맞물려 직원 인사고과 과정에서 전체적인 평가 결과가 200점~180점은 10%, 179점~160점은 25%, 159점~140점은 50%, 139점~100점은 15%로 상위 점수대 인원분포 비율에 따라 구성돼야 하고, 전 고과자의 평균점은 140점~160점이 돼야 함에도 인원분포 비율이 준수되지 않은 고과가 실시됐다.

이 밖에도 ICC제주는 코로나19 시국에서 방역지침을 준수하지 않은 건, 회사차량 운행일지를 작성하지 않은 건, 지방자치단체장과의 협의를 이행하지 않은 건 등에 대해서도 지적됐다.

   특정업체 수의계약 반복 등 특혜 시비

특정 업체에 대한 수의계약으로 인해 특혜 시비까지 불거졌다.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추정가격이 2000만원 이하인 공사, 물품의 제조·구매 및 용역의 경우에만 1인 견적으로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특히 국민권익위는 특정업체에 일감 몰아주기 관행 등을 개선하기 위해 수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특정업체에 계약이 편중되지 않도록 일정 횟수 또는 금액을 제한하도록 권고하기도 했다. 공사·용역은 연 3회 초과 또는 누적금액 6000만원 초과인 경우, 물품은 연 5회 초과 또는 누적금액 5000만원 초과인 경우 수의계약이 제한된다.

그러나, ICC제주는 2017년 C업체와 5회에 걸쳐 수의계약을 체결하는 등 이후 매년 6개의 특정업체와 5회 이상  편중되게 수의계약을 체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6개 업체 중 3개 업체의 경우 업체 대표자들간 친인척 관계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업체의 경우 2018년도 수의계약 금액은 총 1억1828만원으로 1억원을 넘어서기까지 했다.

ICC제주 측은 감사위의 문제 제기에 "프로젝트를 여러 사람이 진행하고 있고, 일정한 횟수 이상 반복해 계약할 수 없다는 규정을 알지 못해 계약 중복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의견을 제출했지만, 감사위는 수의계약으로 특정 업체에 편중돼 특혜 시비가 발생했다며 합리적인 운용방안 마련을 요구했다.

   일부 비위 의혹 아직 수사 중

감사위는 ICC제주의 갑질행위, 수의계약 쪼개기, 하청업체 리베이트, 채용비리 등에 대해서는 감사원, 국민권익위원회, 고용노동부, 청와대, 국회, 도의회, 경찰청 등에 전방위적으로 제보되어, 타 기관에서 특정 사안에 대해 조사·감사 중이거나 이미 종료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감사에 돌입함에 있어 감사원, 국민권익위원회, 고용노동부 등 타 기관에서 조사·감사 중인 사항을 제외한 후 감사범위를 확정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하청업체 리베이트, 채용비리 등의 사안은 경찰에서 조사 중이고, 근태 관련한 사안은 감사원에서 추가 감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 결과에 따라 ICC제주를 둘러싼 논란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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