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법 제1형사부, 원심 무죄 파기 살인죄 적용

[기사보강=8월17일 11:40] 제주지역 대표적인 장기미제 사건인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피고인에게 23년 만에 유죄가 선고됐다.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형사부(재판장 이경훈 부장판사)는 17일 살인과 협박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은 김모씨(56)에 대해 살인 부분 무죄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협박 혐의에 대해 징역 1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증거가 상당 부분 가능성에 대한 추론에 의존한 것으로, 주범의 범행 경위만으로는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큼 범행 사실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며 살인 혐의를 무죄로 봤으나 항소심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증거를 종합하면 직접 살인을 한 손모씨가 피해자를 제압하기 위해 칼을 들이댔고, 다시 복부 부위를 2회 찌르는 가해가 있었다"며 "마지막으로 가슴을 찔러 심장을 관통하는 3차 가해가 있었다. 손씨는 칼을 특수 제작했고, 피해자를 살해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성명불상자로부터 3000만원을 받고 손을 좀 봐달라는 부탁을 받았는데 이 취지를 다리 한쪽이 불편할 정도로 이해했다고 진술했다"며 "피고인은 손씨에게 지시하거나 의뢰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특별제작한 칼을 범행에 이용할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칼을 사용한 과정에서 살인 발생 위험을 인지하고, 손씨가 범행 수단으로 제작한 칼을 사용할 것을 알면서 다리 등 신체 부위에 상해를 가하라는 범행을 지시했다"며 "이런 지시에 따라 손씨는 피해자의 복부 등을 찔러 살해했다. 범행 공모 당시 적어도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미필적 인식을 하고 용인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성명불상자로부터 피해자 위해를 가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다음 공모해서 칼을 찌른 것으로 죄질이 무겁다"며 "유족은 오랜기간 충격과 고통 속에서 살아왔다. 앞으로도 고통스러울 것이며, 피해자 유족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던 점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원심 판결 중 무죄 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고(故) 이승용 변호사(당시 44세)는 1999년 11월5일 오전 6시48분쯤 제주시 삼도2동 제주북초등학교 인근에 세워진 자신의 쏘나타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이 변호사 차량 주변에는 혈흔이 가득했다. 당시 경찰은 이 변호사가 누군가의 공격을 받고, 스스로 차량에 올라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추정했다. 부검 결과 이 변호사는 흉기에 6차례 찔렸고, 흉골을 관통해 심장을 겨냥한 자상도 발견됐다.

하지만 범행 도구가 발견되지 않았고, 제주경찰이 총동원됐지만 범인을 특정하지 못한 채 장기미제사건으로 남아있었다.

반전의 계기는 2020년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 마련됐다. 살인교사를 주장한 조직폭력배 김씨가 방송에 출연했고, 1998년 도지사선거 개입 의혹까지 제기하면서 21년만에 수사가 재개됐다.  

이번 판결로 23년 동안 장기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던 故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은 일단락되게 됐다. 

그러나 김씨에게 3000만원을 건네며 이 변호사를 손봐 달라고 한 윗선이 누구인지, 사건의 실체는 여전히 미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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