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소리] 서귀포시 수사 의뢰까지...“경기도 사례 참고, 개선 필요”

 

 

제주의소리 독자와 함께 하는 [독자의소리]입니다.

강정천은 제주에서 몇 없는 사시사철 시원한 물이 흐르는 하천입니다. 덕분에 여름철이면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더위를 식히는 피서지이기도 하죠. 이곳에서는 꽤나 오래 전부터 물 위에 평상을 설치해 음식을 판매하는 야외 음식점이 운영돼 왔습니다.

강정천에는 평상에서 음식을 먹는 야외음식점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제주의소리 
강정천에는 평상에서 음식을 먹는 야외음식점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독자 A씨는 최근 우연한 기회로 강정천을 찾았습니다. 해수욕장을 방불케 하는 인파가 강정천에 몰려 있었는데요, 평상 역시 사람들로 가득 찼습니다. 그런데 A씨는 한 가지 의구심이 머리에 계속 맴돌았다고 합니다. 그는 “하천은 특정인이나 단체가 점유할 수 없는 공간인데, 이곳에서 어떻게 영업을 하는 걸까. 과연 허가를 받았을까? 불법 영업은 아닐까”라는 생각이었다고 합니다. 특히, 평상 주변 쓰레기들과 고인 구정물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고 하네요.

[제주의소리]가 취재한 결과, 제보자의 우려처럼 강정천 야외 음식점은 정식으로 허가받지 않은 ‘불법 시설’이었습니다.

제주지역 하천은 모두 국·공유재산으로 관리 주체는 제주도입니다. 물론 주변에 사유지가 일부 포함된 경우도 있지만, 하천 관리 권한은 지방자치단체에 두고 있습니다. 국·공유재산인 하천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점용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런 고유한 특성상 하천 점용 허가가 나는 경우는, 보통 공익적인 목적으로 제한합니다. 예를 들어 전신주 설치 같은 경우를 들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강정천 야외 음식점의 경우, 서귀포시로부터 점용 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입니다. 특히 강정천 야외 음식점은 1970~80년대부터 강정마을회 청년회 주관으로 운영돼 왔는데요, 족히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불법 영업이 방치돼 온 것입니다. 현재 이곳에서 닭백숙 한 그릇을 6만원 혹은 7만원에 판매하면서, 구입하는 경우에 한해 평상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음식은 하천 위에 있는 건물에서 조리해 내려보냅니다.

왕돌식당에서 음식을 만들어 하천 평상으로 내려보냅니다. ⓒ제주의소리 
왕돌식당에서 음식을 만들어 하천 평상으로 내려보냅니다. ⓒ제주의소리 
하천으로 내려가는 닭 백숙. ⓒ제주의소리 
하천으로 내려가는 닭 백숙. ⓒ제주의소리 
하천에 설치된 평상들은 약 30개입니다. ⓒ제주의소리 
하천에 설치된 평상들은 약 30개입니다. ⓒ제주의소리 

이와 관련해 야외음식점을 운영하는 강정마을 청년회와 강정마을회도 불법 사실은 인정하고 있습니다.

강정마을 청년회 관계자 B씨는 “점용 허가를 받지 않은 사실을 알고 있다. 다만, 우리도 문제를 인식해 조금씩 개선하려고 노력 중이다. 야외 음식점 운영 기간도 두 달에서 한 달 정도로 줄였고, 수익금 일부를 장학사업으로 사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강정천에 몰리는 이용객들이 버리고 가는 쓰레기들을 정리하는 등 청년회가 하천 주변 관리도 하고 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그러나 [제주의소리]가 최근 강정천 현장을 확인해보니 ‘주변 관리’라는 청년회 주장은 설득력이 다소 부족해 보였습니다. 평상에서 음식을 데우는 용도로 사용한 부탄가스통을 비롯해 쓰레기가 곳곳에 버려져 있고, 야외 음식점 근무자들이 대기하는 주변 바닥에는 담배꽁초가 그득할 뿐만 아니라, 단순 진흙이라고 보기 힘든 이물질들도 바닥에 달라붙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공유재산인 하천을 불법으로 점유한 상태에서의 영리 행위, 그로 인해 하천은 계속해서 오염되는 형국입니다.

평상에서 사용한 부탄가스통이 하천에 버려졌습니다. ⓒ제주의소리 
평상에서 사용한 부탄가스통이 하천에 버려졌습니다. ⓒ제주의소리 
야외음식점 근무자들이 대기하는 장소 주변은 담배꽁초가 가득하고, 바닥에는 이물질들이 고여 있습니다. ⓒ제주의소리 
야외음식점 근무자들이 대기하는 장소 주변은 담배꽁초가 가득하고, 바닥에는 이물질들이 고여 있습니다. ⓒ제주의소리 

이재명 국회의원이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하천·계곡 내 불법시설물을 과감히 철거하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모은 바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강정천 관리 주체인 서귀포시는 이번 문제에 대해 이전과 달리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상태입니다. 최근 자치경찰단에 수사를 의뢰했고, 조만간 원상 복구 명령도 내릴 예정입니다.

강정마을회 관계자 C씨는 “강정천 야외 음식점 영업은 이제 올해가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싶을 생각이 들 정도로 시대가 바뀌었다”면서 “마을 공동체를 위한 다른 사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서귀포시와 머리를 맞대고 싶다”는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앞서 언급한 경기도 사례에서도 ‘청정계곡 복원지역 도민환원 추진 TF’를 구성해 철거뿐만 아니라 지역주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사업들을 모색하고 추진한 바 있습니다.

그동안 강정천 야외 음식점은 예전부터 해왔다는 이유, 여러 관계가 얽혀 있다는 이유로 40년 넘게 불법이 방치돼 왔습니다. 이제는 잘못된 관행을 과감하게 잘라내고, 질서 위에서 시민과 주민 모두가 만족하는 대안을 찾을 수 있도록 행정이 용기 있게 나서야 할 때입니다.

40년 간 불법 운영이 방치된 강정천 야외음식점,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가 아닐까요? ⓒ제주의소리 
40년 간 불법 운영이 방치된 강정천 야외음식점,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가 아닐까요? ⓒ제주의소리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