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경제통상진흥원 신임 원장 인선 과정이 '보은인사' 구설에 오른 것과 관련, 이번 공모 과정에서 고배를 마신 타 후보자가 추가적인 문제를 제기하며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17일 제주경제통상진흥원에 따르면 이번 지난달 1일부터 18일까지 실시된 원장 공모에는 신임 원장에 발탁된 오재윤 전 제주개발공사 사장 외에 통상 분야 이력을 지닌 A씨까지 2명이 지원했다.  A씨는 1차 서류전형에서 탈락했고, 오 원장이 단수로 추천돼 최종 낙점됐다.

애초에 경제통상 분야의 전문지식·경험을 요하는 원장 공모의 경우 자격요건이 까다로운 편이다.

재단 정관에 따른 자격요건은 △경영·경제분야 박사학위 소지자로서 부교수 이상인 자 △경영·경제분야 박사학위 소지자로서 해당 분야 경력 10년 이상인 자 △중소기업 지원기관·단체 등의 관련분야에서 임원급(상근) 이상으로 2년 이상 재직한 경력이 있는 자 △경제분야 또는 중소기업 관련 연구기관에서 임원급(상근) 이상으로 2년 이상 재직한 경력이 있는 자 △민간기업(주식회사에 한함) 대표이사로서 2년 이상 재직한 경력이 있는 자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4급 이상 공무원으로 3년 이상 재직한 경력이 있는 자 △경제통상진흥원에서 2급 이상 상근직원으로 7년 이상 재직한 경력이 있는 자 등이다.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통상 분야가 활발하지 않은 제주의 경우 적임자를 찾기 어려운 조건이었기에, 경제통상진흥원의 전신인 제주도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시절부터 원장직은 주로 고위 공무원 출신 몫으로 돌아갔다.

A씨는 통상법·상법전공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10년간 통운회사에서 근무하며 영업·법무·산재·노사·관재 업무를 담당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또 무역업·유통업 회사와 양식업 회사 대표를 맡고, 제주도내 4개 대학교에서 상법·생활경제 강사로 활동했다고 프로필에 명시했다. 한국무역협회 상근자문위원, 중진공 전문직렬 등도 주요 이력으로 꼽았다.

그럼에도 A씨는 1차 서류전형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미달된 조건이 무엇이냐"는 거듭된 질문에도 진흥원 측은 "임원추천위원회의 소관 사항"이라며 명쾌한 답변을 주지 않았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전임 원희룡 도정 때인 2019년에도 12대 제주경제통상진흥원장 공모에 응했지만, 역시 원 도정의 선거공신에 밀린 바 있다. 다만, 당시에는 서류전형을 통과해 2배수 후보로 추천됐다는 차이가 있다.

2019년 12대 원장 공모와 2022년 13대 원장 공모의 자격요건은 토씨 하나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3년 전에는 통과했지만 이번에는 탈락한 서류심사에 대해 A씨는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A씨는 [제주의소리]와 통화에서 "통상분야에 있어 충분한 경험을 쌓으며 적어도 부족함이 없다는 자부심이 있었다"며 "단지 탈락했다는 것에 문제를 삼는게 아니다. 내가 들러리도 아니고, 서류심사 탈락 이유를 알려달라는데도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영훈 도정은 다를까 싶었는데 전임 원희룡 도정보다 더한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기관장 인선이 한창인 타 출자출연기관의 경우 2배수로 후보를 추천하면 최종적으로 도지사가 1명을 선택해 임명하는 방식을 차용하고 있지만, 경제통상진흥원은 단수 후보자만 선택지에 올렸다.

결과적으로 형식상의 공모를 거쳤을 뿐, 오재윤 원장의 임명은 이미 정해진 수순이고 타 응모자는 '들러리' 수준으로 전락시킨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오 원장의 경우 4급이상 공무원으로 재직한 경험에 따라 자격요건은 충족했지만, 제주도의 설명처럼 '국제통상협력실장 재임 경험'을 내세우기에는 다소 부족한 측면이 있다.

오 원장이 제주도 국제통상협력실장을 맡은 것은 27년 전인 1995년이고, 이마저도 재임 기간은 그해 7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불과 6개월 남짓이었다. 2011년 제주도개발공사 사장을 지내긴 했지만, 그 외에 통상관련 근무 이력이나 학위도 취득한 바 없다.

실상은 2020년 총선 당시 오영훈 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이번 6.1지방선거 과정에서도 오 지사 캠프에서 적극적으로 측면 지원한데 대한 '보은성 인사'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공교롭게도 오 원장은 민선5기 우근민 도정이 출범한 2010년에도 제주개발공사 사장에 임명되며 측근 인사로 구설에 올랐었다.

이와 관련 경제통상진흥원 측 관계자는 "후보 추천 과정은 관련 규정에 따라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진행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임원추천위원회는 제주도지사 추천 2명, 진흥원 추천 2명, 제주도의회 추천 3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됐다.

이 관계자는 "임원추천위 소관이라 자세한 설명을 할 수는 없으나, A씨의 경우 자격요건 점수에 미달돼 서류에서 탈락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응모자가 한 명이었다면 재공모가 이뤄져야했지만, 응모자가 2명인 상태에서 2배수 추천이 아닌 단수 추천을 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유권해석을 받고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자격요건 기준임에도 3년전에는 통과되고 이번에는 탈락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자료만 제공했을 뿐 임원추천위에서 진행한 사안"이라고 말을 아꼈다. 임원추천위 관계자와 연결이 가능하냐는 요청에도 "불가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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