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KEI에 환경보전분담금 제도도입 용역 의뢰...중앙 설득논리 개발 과제

윤석열 정부와 오영훈 제주도정이 공통적으로 내세웠던 가칭 '제주환경보전분담금' 도입을 위한 본격적인 과정에 돌입했다. 10년째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한 만큼  제주도의 입장이 아닌 중앙정치권과 실제 분담금을 납부해야 하는 국민의 시각에서 개발논리를 만드는게 핵심 과제다.

제주특별자치도는 17일 '제주환경보전분담금 제도 도입 실행방안 마련 용역'을 수행하기 위해 한국환경연구원(KEI)과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용역은 지난 2018년 수행된 기존 환경보전분담금 타당성 조사 용역 결과를 기반으로 관련 부처 및 국회 협의 과정에서 제시된 문제점 등을 보완하고, 쟁점사항에 대응할 논리와 대안을 마련하고자 추가로 시행하는 것이다.

민선8기 도정이 들어서며 세부 과업내용과 사업비 등의 협의를 완료했고, 8월 17일부터 2023년 8월 16일까지 1년간 용역비 1억9977만원을 투입해 용역을 수행하게 된다. 용역의 수행기관으로 선택한 한국환경연구원은 국내 유일의 환경 분야 국책 연구기관이다.

제주도는 한국환경연구원이 환경정책의 경제성 분석, 환경경제규제, 환경자원의 가치평가 연구 등 충분한 연구자료를 축적하고 있고, 환경법, 환경경제학, 환경가치, 경제학, 환경심리, 갈등관리, 환경데이터 분석 등 환경 및 경제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보유하고 있어 내실 있는 용역을 진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업내용은 △기존 환경 관련 부담금 등과의 비교 및 차별화 방안 제시 △부처 의견 등에 대한 대응 논리 및 회피방안 제시 △환경보전기여금 부과 근거 법률 입법 지원 △환경보전기여금 입법안 및 입법안에 따른 조례안 제시 △명칭 등 기타 제도 도입 관련 필요사항 등이다.

제주도가 구상하는 환경보전기여금은 관광객에게 생활폐기물·하수 배출, 대기오염, 교통 혼잡 등에 따른 비용을 분담하게 하는 취지다. 

환경보전기여금은 2012년 5단계 제도개선 과제를 통해 '환경자산보전협력금'이라는 명칭으로 처음 시도됐다. 당시만해도 곧바로 '입도세'라는 낙인이 찍혀 지탄을 받고 무위로 그쳤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제주의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해지고 전국적인 이슈로 자리매김하며 자연스럽게 환경보전기여금의 필요성도 뒤따르게 됐다. 

2017년 제주자연가치보전 관광문화품격 향상 워킹그룹에서 다시 환경보전기여금 도입을 권고했고, 그해부터 1년간 타당성 용역을 진행했다.

용역 결과 이른바 '입도세'로 불리며 부과 대상을 입도하는 관광객에게 일괄적으로 매기자는 취지는 전환됐다. 입도자가 모두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주장을 받아들이면서다. 이에 기여금은 숙박, 렌터카, 전세버스 이용요금에 부과하는 방식으로 구상됐다.

숙박 이용자의 경우 1인당 1500원, 렌커마 이용시 5000원, 전세버스 이용시 전체 요금이 5%를 매기는 등 구체적인 추산이 나오면서 평균 징수 금액은 1인당 8170원으로 예상됐다. 이렇게 조성된 기금은 제주 환경개선, 자연환경 보전·복원, 환경부문 공공일자리 창출 등에 쓰이도록 했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앞다퉈 제주환경보전기여금 도입을 약속했다. 지난 대선에서도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공히 환경보전기여금 도입을 공약으로 제시했고, 6.1지방선거에서도 오영훈 지사를 비롯한 여타 후보들이 흐름을 따랐다.

지난해 12월에는 민주당 위성곤 국회의원(서귀포시)이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 및 '부담금관리기본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다만, 이 법안은 지역간 형평성 논리 등에 가로막혀 현재 계류중에 있다. 관광객으로 인한 쓰레기나 하수 문제가 제주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해석이다. 또 기존의 폐기물처분 부담금, 생태계부담금 등의 제도가 중복될 여지가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결국 예상되는 쟁점사항에 대한 대응 논리를 제주도의 입장이 아닌 국회나 관련 부처, 실제 분담금을 납부해야 하는 관광객의 시각에서 개발돼야 설득력을 확보하게 되는 상황이다.

허문정 제주도 환경보전국장은 "이번 용역은 국민의 시각에서 중앙부처와 국회를 설득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면서 "도민 대다수가 찬성하는 환경정책인 만큼 합리적인 대응 논리를 개발해 최적의 법안이 마련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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