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130)

road [roud] n. 길
바깥으레 난 길, 안트레 난 길
(밖으로 난 길, 안으로 난 길)


road의 인도유럽어족 어원(origin)은 reidh-(=to ride ‘타다’)로서, 중세영어(Middle English) 시대까지도 주로 ‘말을 타고 가는 여행(a riding, a journey on horseback)’을 뜻하였다. 그런 여행들이 무수히(in countless numbers) 거듭되면서 오늘의 ‘길’이 만들어지게 되었다고 보면, ride라는 행위(performance)의 과거(past)를 뜻하는 rode가 road의 모체(母體)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길을 가더라도 가는 길이 다르고 오는 길이 다르다고들 한다. 갈 때는 목적지(destination)만을 보면서 가지만, 올 때는 그런 지향(orientation)에서 벗어나 가는 길에 보지 못했던 풍경(scenery)들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길은 교통(traffic)의 통로이지만 사색(contemplation)의 통로가 되기도 한다.

사람들은 자기들이 길을 만든 줄 알지만
길은 순순히 사람들의 뜻을 좇지는 않는다.
사람을 끌고 가다가 문득
벼랑 앞에 세워 낭패시키는가 하면
큰물에 우정 제 허리를 동강 내어
사람이 부득이 저를 버리게 만들기도 한다.
사람들은 이것이 다 사람이 만든 길이
거꾸로 사람들한테 세상 사는
슬기를 가르치는 거라고 말한다.
길이 사람을 밖으로 불러내어
온갖 곳 온갖 사람살이를 구경시키는 것도
세상 사는 이치를 가르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래서 길의 뜻이 거기 있는 줄로만 알지
길이 사람을 밖에서 안으로 끌고 들어가
스스로를 깊이 들여다보게 한다는 것은 모른다.
길이 밖으로가 아니라 안으로 나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에게만 길은 고분고분해서
꽃으로 제 몸을 수놓아 향기를 더하기도 하고
그늘을 드리워 사람들이 땀을 식히게도 한다.
그것을 알고 나서야 사람들은 비로소
자기들이 길을 만들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 신경림의 ‘길’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산티아고 순례길이나 제주의 올레길, 전국 각처의 둘레길 등은 ‘안으로 난 길’이다. 특정한 목적지를 향하여 밖으로 나가는 길이 아니라, 길을 걸으면서 저마다의 마음 안으로 들어오게 되는 길이기 때문이다. 길이 인간만의 공간이 아니라 모든 생명체가 공유하는 공간임을 깨닫게 되는 것도 바로 이런 길을 걸으면서다. 사진=사단법인 제주올레.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산티아고 순례길이나 제주의 올레길, 전국 각처의 둘레길 등은 ‘안으로 난 길’이다. 특정한 목적지를 향하여 밖으로 나가는 길이 아니라, 길을 걸으면서 저마다의 마음 안으로 들어오게 되는 길이기 때문이다. 길이 인간만의 공간이 아니라 모든 생명체가 공유하는 공간임을 깨닫게 되는 것도 바로 이런 길을 걸으면서다. 사진=사단법인 제주올레.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인간의 문명사(the history of civilization)에서 만들어진 길은 ‘밖으로 난 길(an outward road)’이었다. 동·서양 문물교환(cultural exchange)의 통로가 되었던 비단길(Silk Road)이 그러했고, 모든 바닷길(sea route)과 하늘길(sky road), 우주(the universe)로 가는 길까지 모두가 인간의 욕망(human desire)으로 이루어진 ‘밖으로 나가려는 길’이었다. 지상에만 있었던 길은 지하(underground)와 바닷속으로도 뚫렸고, 지상의 길조차 고가도로(overpass)를 통해 여기저기로 복잡하게 연결되었다(complicatedly connected). 길이 복잡해진 만큼 인간은 편리해졌고(make us feel comfortable), 인간은 이렇게 만든 길을 통해서 문명을 고도로 발전시켜나갔던 것이다. 

이런 길들과는 달리, 199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UNESCO World Heritage)으로 지정된 산티아고 순례길(Camino de Santiago)이나 제주의 올레길, 전국 각처의 둘레길 등은 ‘안으로 난 길(an inward road)’이다. 특정한 목적지를 향하여 밖으로 나가는 길이 아니라, 길을 걸으면서 저마다의 마음 안으로 들어오게 되는 길이기 때문이다. 길이 인간만의 공간(space)이 아니라 모든 생명체(living things)가 공유(share)하는 공간임을 깨닫게 되는 것도 바로 이런 길을 걸으면서다. 인간이 땅을 뚫고 산을 뚫어 길을 낼 때마다 얼마나 많은 생명체들이 희생되고(to be sacrificed) 있는지를 돌아보게(look back) 되고, 헛된(vain) 욕망을 꿈꾸었던 우리 자신들의 삶을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지금 인류는, 밖으로 나가려는 길을 끝없이 만들어내다가 코로나 팬데믹(pandemic)과 더불어 폭염(intense heat), 가뭄(drought), 태풍(typhoon) 등의 잇단 기상이변(unusual weather)을 겪고 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겹치면서 글로벌 식량 수급(supply and demand of food)마저 심각한 위기 국면에 빠져들고 있고, “이대로 가다가는 전 지구적으로 코로나 후유증(aftereffect) 못지않은 식량 안보 비상사태(state of emergency)에 직면하게 될 것”이란 우려(worry)도 커지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밖으로 난 길’에서 ‘안으로 난 길’로 시선을 돌려, 지구의 모든 생명체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생(symbiosis)의 길을 모색해나가야만 한다. 지구라는 땅덩어리(a mass of land called the earth)가 인간의 것이라는 오만함(arrogance)을 버리고.

* ‘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코너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에 재직 중인 김재원 교수가 시사성 있는 키워드 ‘영어어휘’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어원적 의미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 코너입니다. 제주 태생인 그가 ‘한줄 제주어’로 키워드 영어어휘를 소개하는 것도 이 코너를 즐기는 백미입니다. 

김재원 교수.
김재원 교수.

# 김재원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現)
언론중재위원회 위원(前)

미래영어영문학회 회장(前)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장(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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