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문화공원을 지킵시다 - 릴레이 기고] (1) 김정숙 시인

정체성에 걸맞지않는 각종 인위적 시설물 설치로 최근 비판 여론이 높아진 제주돌문화공원의 본래 조성 취지를 되돌아보게하는 오피니언 리더들의 기고를 릴레이로 싣습니다. [편집자 주]


뭍에서 온 친구와 제주를 여행할 때였다. 제주 사람들은 다루기 쉬운 나무를 두고 왜 돌을 썼느냐고 물었다. 돌이 나무보다 쉽다고 했더니 농담이냐며 웃었다. 돌문화공원으로 데려가 한 방 먹여 주었다. 공원을 나올 때 친구는 네가 돌을 닮았다며 웃었다. 

그럴 수 있다. 돌을 다루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쓰기에 불편한 일인지는 쉬운 상상이다. 나무를 자르고 운반하고 다듬고 길들이는 일이 더 쉽다고 생각한다. 집을 짓는다고 생각하면 산에 가서 적당한 나무를 고르고 잘라서 가져오는 일이 돌담을 쌓는 일 보다 어렵다. 꼭 나무라야만 하는 일을 어쩔 수 없지만 그렇지 않는 건 돌이 다 했다. 오름에 구르는 돌은 오름에서 밭에 있는 돌은 밭에서, 크면 큰대로 자갈은 자갈대로 구멍 나면 구멍 난 대로. 다듬기에 따라 돌 속에 하르방이 있고 미륵이 있고 영감도 있고 절구도 있었다. 지천으로 뒹굴다가 성이 필요하면 성을 쌓고 담이 필요하면 담을 쌓고 표지석이 되기도 하고 신이 되기도 한다. 다듬을 필요 없이 원석자체가 보석이며 예술작품도 많다. 돌 문화에 담긴 이야기는 또 얼마나 많은가. 널렸으나 쓸모없는 돌은 하나도 없다. 돌은 제주 사람 그 자체다. 정신이며 육체다.

2006년 제주돌문화공원이 문을 열었다. 돌과 함께 살아온 제주사람의 정체를 비로소 보여주게 되었다. 오름과 오름 사이에 앉아 온 종일 실려 가고 오는 거칠지만 따뜻한 돌과 바람의 손길을 누려도 되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 기대는 천천히 자라났다. 관광객이 많이 찾지 않는다고 투자에 비해 늘 마이너스라는 경제 논리가 낙인처럼 따라 다녔지만 가졌다는 것만으로 뿌듯했다. 처음부터 수익을 기대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문화처럼 훌륭한 상품이 없다는 것도 안다. 자본의 시대 가치가 돈으로 결정 된다는 것쯤도. 적자를 줄이고 사람들이 많이 찾도록 하자는 노력에는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인공으로 조성한 곳이 돌의 마음처럼, 처음 돌의 자리처럼 스며들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풀 한포기 작은 나무 하나도 옮겨 심으면 2,~3년이 걸려야 겨우 그 자리에 익숙하다. 몇 천 년 역사가 그렇게 빨리 자리를 잡고 수익이 난다면 우린 그 그릇의 크기를 잘 헤아려 봐야 한다. 

 오락과 흥미가 아닌 안식처 같은 곳 하나쯤은 제주가 지켜야 한다. 사진은 제주돌문화공원 개원 15주년 전국 사진공모전에서 금상을 수상한 안진언 작가의 '해맞이'. ⓒ제주돌문화공원관리소
오락과 흥미가 아닌 안식처 같은 곳 하나쯤은 제주가 지켜야 한다. 사진은 제주돌문화공원 개원 15주년 전국 사진공모전에서 금상을 수상한 안진언 작가의 '해맞이'. ⓒ제주돌문화공원관리소

이쯤 되면 제주돌문공원이 우리에게 어떤 곳이어야 하는지는 두말하면 잔소리가 될 것이다. 만인의 눈에 들어서 사람들이 밀려드는 소문을 만들 것인가. 돈과 바꿀 수 없는 명품을 만들어야 할 것인가는 우리들의 선택이다. 우리는 많이 겪고 봐 왔다. 돈 되는 것 다 팔고 나면 어쩔 수 없는 후회만 남는다는 것을. 진정 소중한 것은 관리비를 내면서 지켜야 하는 것이다. 오락과 흥미가 아닌 안식처 같은 곳 하나쯤은 제주가 지켜야 한다. 제주가 힐링과 치유의 섬이라며... 어디에도 없는 공원을 만들고 어디에나 있는 것들로 깎아내리며 알랑방귀 뀌는 일은 자제 했으면 좋겠다. 배운 게 돈 버는 거라고 아무거나 잘 팔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거두자. 제주 돌 문화는 우리의 자존이다. 

조급한 성과주의가 돌에 끼기 시작한 이끼를 말리는 일이라면 돌의 설 자리가 어디 있겠는가. 우리 스스로 돌을 만만하게 대하면 안 될 말이다. 당장 눈에 보이는 돌문화공원 수익이 아니라 우리가 귀하게 여기는 돌과 그 삶의 가치가 미래 제주를 풍요롭게 하는데 기여할 거라 믿는다. 


# 김정숙

2009 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 '나도바람꽃' 발표
젊은시조문학회, 제주시조시인협회, 제주작가회의 회원, 설문대시연구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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