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문화공원을 지킵시다 - 릴레이 기고] (2) 김성은 전 브루나이 대사·제주특별자치도 국제관계대사

정체성에 걸맞지않는 각종 인위적 시설물 설치로 최근 비판 여론이 높아진 제주돌문화공원의 본래 조성 취지를 되돌아보게하는 오피니언 리더들의 기고를 릴레이로 싣습니다. [편집자 주]


어느덧 3년 반 전의 일이다. 국내생활과 해외생활을 반복하다 제주도 국제관계대사로 부임하여 조금이나마 고향을 위해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고향에 체류하면서 많은 분을 찾아뵈었고, 주요 관광 명소와 문화예술기관들도 방문하면서 곳곳의 사정을 두루 살펴보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곳이 단연 돌문화공원이었다. 당시 백운철 돌문화공원 총괄기획단장을 비롯한 직원들의 헌신적이고 열정적인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제주에는 동굴, 오름을 비롯한 뛰어난 유산들이 있지만, 그래도 도민들은 제주도를 대표하는 자연은 한라산이라는데 동의할 수 있으리라 본다. 그러나, 카이로의 피라미드나 인도 아그라의 타자마할, 런던의 대영박물관, 파리 에펠탑처럼 제주를 상징하는 인공물이랄까 문화유산에 대해서는 딱히 떠오르는 게 없을 것이다. 필자는 돌문화공원을 돌아보고 나서는‘아! 바로 이 돌문화공원이 제주의 상징이다.’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제주의 신화와 삼다(三多)를 대표하여 설문대할망과 돌로 이루어져있고, 무엇보다 우리 조상들의 삶과 역사를 잘 간직하고 있었던 이유에서이다. 이보다 제주의 문화와 역사를 잘 표현하고 있는 곳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한마디로 제주의 정수(精髓)다. 그러나, 돌문화공원 조성사업은 당초 취지와는 달리 그간 축소, 변형되어 그 의의나 매력이 상당히 줄어들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보다 제주의 문화와 역사를 잘 표현하고 있는 곳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한마디로 제주의 정수(精髓)다. 사진 출처=비짓제주.
이보다 제주의 문화와 역사를 잘 표현하고 있는 곳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한마디로 제주의 정수(精髓)다. 사진 출처=비짓제주.
화산섬 제주의 정체성과 돌문화를 잘 보여주는 제주돌문화공원 전경 / 사진출처=비짓제주 ⓒ제주의소리
화산섬 제주의 정체성과 돌문화를 잘 보여주는 제주돌문화공원 전경 / 사진출처=비짓제주 ⓒ제주의소리

필자는 많은 나라들을 돌아다니면서 각 지방마다 자기들의 고유한 언어, 성당이나 이슬람사원, 성(城)과 같은 건축물 뿐만 아니라 박물관과 미술관들도 잘 보존하고 있음을 보아왔다. 태국의 옛도시 치앙마이의 왓 체디루앙, 중세도시 스타일을 잘 간직하고 있는 포르투갈 기마랑이스, 이집트의 경우는 너무나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다. 제주도의 자매도시인 인도네시아 발리는 힌두문화를 고히 간직하고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백년성당이라는 불리우는 Sagrada Familia 성당은 건축가 가우디가 별세한 이후에도 지금까지도 바르셀로나가 장기적 안목을 갖고 계속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을 정도이다.         

제주도는 어떠한가? 자신의 사재를 다 털어 돌문화공원에 시간과 에너지 그 모든 것을 바쳐서 멋진 설문대할망신화공원으로 만들려는 분에게 도와 의회는 도움을 주기는커녕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지원을 기피해왔다.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오죽하면 도내 뜻있는 많은 분들이 자발적으로 모임을 만들어 의견을 모아 돌문화공원 원상회복 및 재단설립을 촉구하는 민원을 냈겠는가!  민간 최고의 전문가가 추진하는 작업들을 도중에 중단시키고, 축소하고, 바꿔버린 게 제주도가 한 일의 전부이다.  

그럼, 돌문화공원을 어떻게 할 것인가? 당초 의도했던 대로 복원 되어야 한다. 제주의 백년대계를 내다보면서 도정은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하고, 도의회는 관련 조례의 제․개정을 통해 필요한 법적 조치를 취해주면 된다. 관련규정이 현실에 맞지 아니하면 토론과 협의를 통해 개정을 하면 된다. 그게 법이다. 만고불변의 법은 없다. 그리고, 돌문화공원을 설문대할망신화공원으로 승화시키는 사업은 그간 추진해왔던 민간 전문가에게 맡기자. 공무원들이 앞에서 나서야 할 때도 있지만, 이 문제만큼은 뒤에서 적극 지원해주는 역할을 수행함이 바람직하다.

이제 도민들도 해외 주요 도시들의 상징물처럼 제주의 상징물인 돌문화공원에 자부심을 느끼고, 보다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져주시길 기대한다. 


# 김성은

제35회 행정고시 합격 (1991)
주포르투갈1등서기관 (2003)
G20정상회의준비위원회 행사기획단 총괄과장 파견 (2010)
제주특별자치도 국제관계대사 (2019)
주브루나이대사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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