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행정시장 오후부터 공식일정 돌입...도덕성 논란-인사청문 무용론 대두

오영훈, 강병삼-이종우 후보자 임명 강행...부동산 투기 ‘부적합’ 의견 무시

 

23일 오전 양 행정시장 인선 관련 브리핑을 갖고 있는 오영훈 제주도지사. ⓒ제주의소리
23일 오전 양 행정시장 인선 관련 브리핑을 갖고 있는 오영훈 제주도지사. ⓒ제주의소리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농지법 위반 논란 등에 휩싸인 양 행정시장 후보자 임명을 강행했다. 특히 투기성 농지 매입과 임야 형질변경 의혹 등으로 제주도의회 인사청문 과정에서 사실상 '부적합' 의견이 내려진 강병삼 제주시장 후보자의 인선은 논란이 더 커질 전망이다.

오 지사는 23일 오전 11시 30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강병삼 제주시장 후보자와 이종우 서귀포시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 방침을 밝혔다. 양 행정시장은 이날 오후 취임식을 시작으로 공식적인 일정에 돌입한다.

이종우 후보자의 경우 인사청문 과정에서 후보자와 자녀의 농지 취득 및 보유 과정에서 농지법 위반 소지를 낳았고, 직접 자경하지 않으면서도 직불금까지 수령해 도덕성 지적을 받았지만, 도의회 인사청문특위가 사실상 '적합' 의견을 제시하며 임명이 점쳐졌다.

반면, 강병삼 후보자의 경우 후보자가 소유한 제주시 아라동과 애월읍 토지 매입 경위의 투기성 논란이 불거졌고, 실제 경작 여부를 두고도 논란이 커졌다. 결국 오지사가 속한 민주당이 다수당인 도의회 인사청문특위도 '부적합' 결정을 내려 임명 여부가 불투명했다.

그러나, 오 지사는 지난 22일 오후 제주도의회로부터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접수받고, 이튿날인 23일 오전 강 후보자에 대한 임명 방침을 밝혔다. 결국 첫 발을 떼는 민선8기 제주도정의 양 축인 첫 행정시장 인사라는 상징성 때문에 오영훈 도정은 도민사회의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오 지사는 '행정시장 인선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양 행정시장에 대한 최종 임명이 간단치 않은 사안이었고, 숙고하고 또 고민하면서 수 없이 번민한 끝에 결정하게 됐다"며 "선택에 대한 책임은 제가 짊어지고 가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이번 인선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들을 교훈 삼아 다시 마음을 가다듬는 채찍질로 삼겠다"며 "도민들의 눈높이에 부응할 수 있는 발탁 인사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오 지사는 "강병삼-이종우 양 행정시장과 함께 도민의 염원을 하나하나 실현하기 위한 담대한 도전을 시작하겠다. 40대의 패기와 60대의 연륜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균형을 만들며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빛나는 내일과 행복한 도민시대를 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질의응답 과정에서 논란 속에 행정시장 임명을 강행하게 된 배경을 묻는 질문에 오 지사는 "40대 시장을 임명하면서 앞으로 제주지역 사회가 발전의 능력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후보자가 걸어온 길에 대해 살펴봤다. 그 과정에서 개혁성과 전문성을 제 나름대로 확인했다"며 강 후보자를 높게 평가했다.

이 후보자에 대해서는 "저와 깊은 교감을 나누지는 않았지만, 제가 지속적으로 정당활동을 하면서 지켜봤고 살아온 삶의 과정을 지켜봤다"며 "특히 서귀포시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강 후보자의 토지 투기-농지법 위반 의혹을 사전에 알지 못했냐는 질문에는 "전반적인 상황에 대해 세세하게 체크하지는 못했다"며 "일부 그 문제에 대한 의견을 들은 바 있지만, 충분히 해명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좀 더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던 측면이 있다"고 자신의 실책을 일부 인정했다.

꼭 논란의 중심에 선 인사를 강행했어야 했냐는 물음에는 "임명하지 않았을 때 생길 수 있는 행정공백 문제, 다른 후보자를 재선택해야 하는 판단의 문제도 만만치 않을거라 생각했다"면서 "내정된 두 분이 성과로서 시민들께 보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도의회의 '부적합' 의견을 무시함에 따라 인사청문 무용론도 뒤따르게 됐다. 이에 대해 오 지사는 "도의회에서 지적한 내용에 대해 도민사회가 충분히 인지하게 됐고, 향후 (시장)직무수행 과정에서 그런 문제를 발판 삼아 도민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제도 자체에 대한 보완 과제는 남아있다"고 피력했다.

오 지사는 이날 기자회견 직후인 11시 50분께 강병삼-이종우 행정시장에 대한 임명장을 수여했다.

한편, 오 지사의 행정시장 임명 강행에 대한 도민사회의 비판 여론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 제주도당은 이날 오후 1시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허용진 위원장 명의로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정의당 제주도당은 도청 정문 앞에서 행정시장 임명에 반대하는 1인 피켓시위를 진행 중이다.

[전문] 오영훈 제주도지사 행정시장 인선에 대한 입장문

존경하는 제주도민 여러분!

오늘은 어느 때보다 무거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도민 여러분이 보내주신 기대와 성원에는

아직 부족합니다.

 

도민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한,

세심한 결정과 선택 하나하나가

얼마나 막중한 것인지 깨닫게 됩니다.

 

오늘 양 행정시장에 대한 최종 임명도

간단치 않은 사안이었고,

숙고하고 또 고민하면서

수 없이 번민한 끝에 결정하게 됐습니다.

선택에 대한 책임은 제가 짊어지고 가겠습니다.

 

이번 인선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들을 교훈 삼아

다시 마음을 가다듬는 채찍질로 삼겠습니다.

도민들의 눈높이에 부응할 수 있는

발탁 인사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오늘부터 다시 출발하겠습니다.

도민 여러분의 뜻을 잘 새기면서

강병삼·이종우 양 행정시장과 함께,

도민의 염원을 하나하나 실현하기 위한

담대한 도전을 시작하겠습니다.

 

40대의 패기와 60대의 연륜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균형을 만들며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빛나는 내일과

행복한 도민 시대를 열어갈 것입니다.

 

서로 이어지는 위-아래 세대가

힘을 모아 대전환 위기를 이겨내고

새로운 제주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화합의 장을 펼쳐 나갈 것입니다.

 

이를 시작으로

민선 8기 제주도정은

세대와 계층을 뛰어넘어,

활력이 샘 솟는 제주를 만들기 위한

‘공동 번영’이라는

담대한 도전에 나서겠습니다.

 

분명한 건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밝은 희망입니다.

 

도민 한 분 한 분의 뜻을 존중하며

차근차근 현안을 풀어나가고,

크고 작은 갈등을 줄여 나가면서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온 힘을 쏟아,

‘다함께 미래로, 빛나는 제주’를

반드시 현실로 만들 것을 약속드립니다.

 

언제, 어디서나

더욱 낮은 자세와 진중한 마음으로

도민을 위해 일해 나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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