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바람과 바람] (4) 직원 역량강화, 풍력사업시행자 지위 유지, 신규사업 개발

바람(風)은 우리 모두의 것이다. 제주의 바람은 누대로 제주의 언어, 건축, 농경, 무속, 의식주 등 모든 삶의 양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다. 기후위기라는 생태적 기로에 선 오늘날에 제주 바람은 풍력에너지라는 대체에너지 자원의 사회적 성격까지 갖고 있다. 그러나 대규모 풍력발전 시설 개발이 이어지면서 바람자원의 이용 · 개발 및 그 수익 분배와 관련해, 도민과 기업 간의 역사 · 문화 · 생태적 불평등 문제가 제기돼 제주특별법 개정법률에 ‘풍력자원의 공공적 관리 조항’이 신설되기도 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환경정책칼럼 [제주 바람과 바람]을 통해 전지구적 과제인 기후위기에 대응할 대안과 희망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제주 바람(風)과 바람(希望)]은 격주 화요일에 싣는다. [편집자 주]


민선8기 오영훈 도정 출범에 따라, 자리가 비어있는 도 산하 기관장들에 대한 임명이 이뤄지고 있다. 10년 전 제주특별자치도의 3번째 지방공기업으로 출범한 ‘제주에너지공사’ 사장도 직전 4대 황우현 사장이 내년 3월까지 임기가 남았지만,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면서 새 도정 출범과 동시에 사직함에 따라 신임 사장 공모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제주시장 공모는 1명만 접수를 해서 기간을 연장한 것과는 달리, 제주에너지공사 사장에는 무려 11명이나 원서를 접수했다고 한다. 내정자가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내정자가 있다는 소식을 듣지 못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에너지 분야의 전문성을 요하는 자리에 상당히 많은 분들이 자원을 한 점은 특이하다. 

사실 ‘공모’라면 원래 ‘사전 내정자’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게 맞다. 그럼에도 그간 여러 차례 원칙대로 되지않는 사례를 많이 보다보니, 누군가 필자에게도 사전 내정자가 있는지 확인 전화를 한 적이 있기도 했다. 제주에너지공사가 필자의 전 직장이기는 하지만, 지금은 제주가 아닌 서울에서 일을 하고 있고, 필자 또한 오영훈 도정의 측근도 아니어서 내정자의 존재 유무를 알 수 있는 위치도 아니다. 

그럼에도 가능하면 훌륭한 분들이 많이 지원을 해서 에너지공사의 조직발전과 제주의 에너지전환을 위해 지원자가 갖고 있는 전문적 지식과 다양한 경험, 그리고 풍부한 인적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내정자가 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라고 답변했다. 어쨌든 듣지 못한 것은 사실이니까. 

며칠 전 다른 경로를 통해 들은 소식은 임원추천위원회가 11명 중에서 서류 전형을 통해 몇 명을 탈락시키고, 면접심사를 통해 최종 2배수 사장 후보자를 선정했다고 한다. 그 중 어떤 분이 낙점되어 도의회 인사청문회를 거치고 차우진, 이성구, 김태익, 황우현에 이어 제주에너지공사 제5대 사장이 될지는 모르지만, 지난 달 창립 10주년을 맞이한 제주에너지공사의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다음의 몇 가지 제안을 함께 고민해주시기를 바란다. 

제5대 제주에너지공사 사장은 개인의 영달보다는 조직과 지역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할 수 있는 사람이 임명되어야 한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5대 제주에너지공사 사장은 개인의 영달보다는 조직과 지역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할 수 있는 사람이 임명되어야 한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첫째, 직원들의 복리 및 역량 강화가 가장 중요하다. 사장과 일을 함께하는 사람은 그 누구보다도 회사의 직원들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 동안 해마다 제주에너지공사 정규직원의 10% 정도씩 퇴사를 하고 이직을 했다. 대부분 20~30대 하위직급들이고, 연봉 및 근무여건 등 보다 더 좋은 조건을 보고 결정을 했다. 

50여명 규모의 작은 조직에서 이렇게 수년 동안 몇 달에 1명씩 이탈(?)하는 모습을 보면, 남아있는 직원들에게 주는 영향은 매우 크다. 심리적 동요가 일어나고, 새로운 인력을 충원하기 까지 업무가 더 늘어나기도 한다. 전문적인 역량을 쌓을 수 있는 여건은 부족해진다. 이런 악순환이 더는 반복되서는 안 된다. 

따라서 직원들이 에너지전환에 대한 사명감과 더불어 조직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현업에 임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해당 분야의 업무추진을 위한 역량강화를 위해 적극 지원해야 한다. 

둘째, ‘육해상 풍력발전 사업시행예정자’로서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 2015년 9월, 원희룡 도정에서 발표한 ‘공공주도 풍력개발 투자활성화 계획’에 따라, 그해 10월 제주에너지공사는 올해 말까지 ‘육․해상 풍력발전 사업시행예정자’로 지정되어, 육상 151㎿, 해상 702㎿를 개발하기로 했다. 그런데 7년이 지난 현재, 105㎿ 규모의 한동평대 해상풍력과 21㎿ 규모의 행원 보롬왓 육상풍력만이 풍력발전지구로 지정되었고, 아직 최종 인허가를 완료하지 못했다. 

공공주도 풍력발전 사업시행예정자로서 제주에너지공사는 무분별한 난개발을 억제하고 체계적인 개발을 위해 노력을 해온 점은 인정이 되나, 실제 발전기 설치 가동 운영으로 이어지는 성공적인 사례를 만들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그간의 과정을 되짚어보고 보완점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연말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은 에너지공사에 유리하지는 않다. 민간사업자를 중심으로 제기된 ‘7년을 기다려왔으나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한 제주에너지공사의 사업시행예정자 지위를 박탈하고, 민간주도로 속도감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는 시점이기에 제주에너지공사의 존립을 위한 신임 사장의 역할은 매우 막중하다. 

최근 인천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서도 대부분 민간이 추진하고 있는 재생가능에너지 개발사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민원을 해결하고 주민수용성을 증진시키면서, 지역주민 지분 참여를 통한 난개발 방지 및 개발이익 공유를 위해 ‘지역에너지공사’ 설립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그 점에서 전국 최초의 지방에너지공기업인 제주에너지공사는 선행 검토 사례가 되고 있기 때문에, 제주에너지공사의 과거와 현재는 앞으로 전국 각지에서 설립될 지역에너지공사의 미래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자치분권 2.0 시대에 맞춰 지역주도의 에너지전환을 위한 핵심기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경영성과 창출을 위한 신규 사업 개발을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 지방공기업은 관련 법률 및 기준에 따라, 공공성과 기업성을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 목적인 조직이다. 일종의 공공업무대행기관의 성격을 띠고 있는 공단과는 달리 공사는 일종의 회사이며, 기업성이 매우 강하며 경영수익 창출이 중요하다. 실제로 지방공기업법에 정하여지지 않은 사항은 상법 중 주식회사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 

공사는 설립 초기 자치단체의 출자를 통해 자산을 형성 한 이후, 목적사업을 통해 필요한 비용은 스스로 조달해서 사업에 투자하고, 결산 결과 수익이 발생하면 배당금의 형태로 자치단체의 재정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공사가 공단이나 재단처럼 매년 재정지원을 필요로 한다면 설립 계획이 잘못된 ‘정책 실패’ 이자, 경영을 제대로 못 한 ‘공기업 실패’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제주에너지공사는 ‘풍력발전공사’ 만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간 풍력발전 위주의 사업에만 집중한 결과, 풍력발전 이외에 조례와 정관에 명시된 다른 에너지사업은 제대로 된 검토조차 못했다. 그러는 사이 도내 유가 급증, LNG보급에 따른 도시가스 전환 등 정작 대부분의 도민들에게 직접 와 닿는 에너지 문제는 도외시되었다. 심지어 그러한 풍력발전 마저도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어서, 2015년 9월 동복․북촌 풍력단지 준공 이후 7년간 신규 풍력발전 건설 실적은 전무한데다가, 노후화된 발전기는 철거를 해버려 총 발전설비 규모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그렇다고 기술적 성숙도가 낮고, 관련 시장제도가 미비하기 때문에 사실상 수익사업으로 볼 수 없는 연구개발사업을 무분별하게 추진했다가는 오히려 장기적인 경영관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에너지공사는 직접 에너지개발사업을 하는 추진기관이지, 국가출연연구기관 같은 연구개발중심기관도 아니고, 테크노파크 같은 사업진흥기관도 아니다. 따라서 연구개발사업도 공사의 사업투자 및 경영성과 창출전략과 연계하여 결정해야 한다. 

조만간 제5대 제주에너지공사 사장으로 오실 분은 직원 복리 및 역량 강화, 공공주도 풍력개발 사업시행예정자 지위 연장 뿐 아니라, 목적사업인 에너지개발을 통한 경영수익 창출 및 도민의 에너지 복리 증진을 위해 개인의 영달보다는 조직과 지역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할 수 있는 사람이 임명되어야 한다.


# 김동주

물, 하천, 에너지, 기후와 관련한 환경운동을 하였고, 제주도 풍력자원 공유화운동을 중점적으로 실천하였다. 이를 통해 자연과 사회의 관계에 관심을 두게 되어 환경사회학으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 시간강사와 지방공기업 직원을 거쳐, 현재 기초지방정부를 대표하는 협의체인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에서 기후환경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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